[지금이 제철]<52> 서남해안 자연산 농어

동아일보

입력 2013-07-23 03:00 수정 2013-07-23 07:50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염라대왕도 홀딱 반한 ‘팔등신 생선’

‘여름 농어는 바라만 봐도 약이 된다’는 말이 있듯이 다른 어류보다 지방과 단백질 함량이 월등히 높다. 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벼슬도 버린 천하별미, 염라대왕도 반한 맛, 바다의 웅담….’

여름철 별미 가운데 농어만큼 얘깃거리가 풍성한 생선이 있을까. 농어에 대해선 유난히 이야기와 속담, 별명이 많다. 한마디로 ‘스토리텔링 보고(寶庫)’다. 경남 통영에는 염라대왕이 농어회를 먹어보지 못한 사자(死者)를 ‘맛이나 보고 오라’며 이승으로 돌려보냈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흔히 계절별 대표 생선으로 ‘봄 조기, 여름 농어, 가을 갈치, 겨울 동태’를 꼽는다. 전남도해양수산과학원이 농어를 ‘7월의 제철 참살이 수산물’로 선정한 것도 그래서다.


○ 초여름 지방 함량 최고

농어는 서남해안에서 두루 잡힌다. 전남에선 완도지역이 주산지로 꼽힌다. 자연산 농어는 양식보다 배나 비싸다. 3kg짜리 한 마리가 10만 원 선, 5kg짜리는 17만 원 선이다. 자연산은 양식에 비해 검은 색깔이 연하고 겉모양새가 매끄럽게 잘 빠졌다. 꼬리지느러미는 부드럽고 약간 길다. 양식 농어가 많아지면서 농어가 사시사철 나는 것으로 오해하기 쉽다. 자연산 농어의 경우 7, 8월 불포화지방 함량이 다른 철보다 배 이상 높아 가장 맛있다. 겨울에 깊은 바다로 나갔다가 초여름 무렵 연안으로 거슬러 올라오면서 멸치와 학꽁치, 망둑어 등을 잡아먹어 7월 중순 이후가 가장 살이 오르는 시기다. 일본 속담에도 ‘가을 천둥소리에 놀라 농어가 깊은 바다로 도망간다’고 했으니 여름이 지나면 농어가 많이 잡히지 않는다. 전남 강진군 마량면 서중마을 강충원 어촌계장(51)은 “가을이 깊어지면 점점 살이 빠지면서 맛이 떨어지고 냄새도 달라진다”고 말했다.

어린 고기(치어)보다는 몸집이 큰 고기(성어)일수록 맛이 더 좋다. 길이가 40cm를 넘어야 농어라는 이름을 얻는다. 어린 농어는 깔따구(전남 순천)나 절떡이(전남 완도), 까지메기(부산 등 경상도) 등으로 불린다.

○ 동의보감에도 소개된 생선

농어는 유선형의 길고 탄력 있는 몸매 덕에 ‘팔등신 생선’으로 꼽힌다. 무엇보다 회로 먹는 게 가장 좋다. 얇게 포를 뜨든, 도톰하게 썰든 농어회는 담백하면서도 쫄깃쫄깃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광주 일식 전문점 ‘가매’ 안유성 대표(40)는 “농어에는 철분 흡수를 돕는 비타민C가 적어 비타민C가 풍부한 무채 등 채소와 곁들이거나 레몬즙을 뿌려 먹는 게 좋다”고 말했다.

농어 쓸개는 ‘바다의 웅담’이라고 불린다. 농어 쓸개로 담근 쓸개주는 좀처럼 취하지 않으며 과음한 다음 날 속풀이 술로 애용되고 있다. 한방에서는 농어를 오장을 튼튼하게 하는 대표 음식으로 꼽는다. 허준의 ‘동의보감’에는 ‘오장을 보(補)하고 장위를 고르게 하며 힘줄과 뼈를 튼튼하게 한다’고 소개하고 있다.

농어는 탕과 찜으로도 많이 먹는다. 맑은 탕은 원기가 떨어지기 쉬운 여름에 채소와 함께 먹으면 좋다. 다시마 국물에 신선한 농어 살과 배추, 두부 그리고 중합을 넣고 함께 끓여 먹는다.

무안=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전문가 칼럼



부자동 +팔로우, 동아만의 쉽고 재미있는 부동산 콘텐츠!, 네이버 포스트에서 더 많이 받아보세요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