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물 8만채 쌓인 서울 아파트, 매매 급감

최동수 기자

입력 2023-11-23 03:00 수정 2023-11-2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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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거래량 8개월새 최저 될듯
관망세 커지며 집값 상승세 둔화
“내년 집값 보합권 머물거나 하락”
전세는 아파트 수요 몰려 상승세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이 단지는 지난해 말부터 급매물에 매수세가 붙기 시작해 올 1월부터 8월까지 총 93채가 팔려 월평균 매매 건수가 10건이 넘었다. 하지만 9월부터 이달 22일까지 거래는 총 10건만 신고돼 매매량이 확연하게 줄었다.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는 총 9510채 규모의 대단지인데도 이달 들어 거래 신고가 아예 없다. 올해 2월만 해도 50채가 매매됐지만, 지난달 거래 건수가 10건으로 80% 줄었다. 올 초 전용 84㎡ 매매가가 15억∼16억 원대로 떨어진 뒤 지난달 20억 원까지로 올랐고, 매수 문의는 뚝 끊겼다. 인근 공인중개사무소는 “매수 대기자 5명에게 전화를 돌려봤는데 모두 지켜보겠다고만 한다”며 “신규 매수 문의는 1건도 없었다”고 했다.

서울 아파트 거래가 급감하며 집값 상승세가 둔화하고 있다. 시장의 관망세가 짙어지는 가운데 고금리와 경기침체 우려 등으로 이 같은 시장 냉각이 내년까지 이어지며 ‘L자형 횡보세’를 그릴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22일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2219건을 나타냈다. 거래 신고 기간이 계약일로부터 30일 이내인 점을 고려해도 올해 2월(2454건) 이후 8개월 만에 최저치를 나타낼 가능성이 크다. 현장에서 매수자와 매도자 간 가격 줄다리기가 이어지며 매물도 쌓이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이 집계한 서울 아파트 매물 건수는 이날 7만8833건으로, 올해 거래량이 가장 많았던 8월 말(7만1226건) 대비 7607채(10.7%) 늘었다.

매수세가 약해지며 전세 시장은 오름세를 보인다. 특히 전세사기 영향으로 아파트에 전세 수요가 몰리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10월 전국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가는 전월 대비 0.41% 상승했다. 서울 강동구 4932채 규모 고덕그라시움은 지난달부터 이날까지 전세 거래는 166건이었지만, 같은 기간 매매 거래는 13건에 그쳤다. 인근 공인중개업소는 “전용 84㎡의 전세가가 1분기(1∼3월)만 해도 6억∼7억 원대였는데 이달 들어서는 9억 원까지 올랐다”며 “매매 문의는 줄었지만 전세 문의는 꾸준하다”고 했다.

고금리와 경기침체 우려 등으로 내년 집값 전망도 보합권에 머물거나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21일 발표한 ‘2024년 건설·주택 경기 전망’에서 “수도권 아파트 기준으로 매매 가격은 1%, 전세는 2% 안팎의 제한적 상승세를 예상한다”고 밝혔다. 수요 약세 지속, 공급 여건 악화, 시장 확장세 둔화 등이 지속되면서 ‘L자형 횡보세’가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이달 초 한국건설산업연구원도 내년 전국 주택 매매 가격이 2.0% 하락하고, 전셋값은 2.0% 오른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서울 등 수도권은 공급 부족 문제가 있지만 고금리로 가격이 크게 상승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박스권에서 집값이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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