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꿈틀대는 ‘갭투자’… “전세 끼고 7000만원으로 4억5000만원 아파트 매입”

최동수 기자 , 오승준 기자

입력 2024-03-19 03:00 수정 2024-03-1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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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가격이 43주 연속 오르는 등 전셋값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일부 지역에서 전세금을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가 고개를 들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도심 아파트 단지. 이한결 기자 always@donga.com

경기 화성시 동탄신도시 870채 규모 동탄푸른마을 두산위브 전용 73㎡는 1월 22일 4억5000만 원에 실거래된 이후 같은 날 3억8000만 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매수자가 자본금 7000만 원으로 전세를 끼고 주택을 사는 이른바 ‘갭투자’를 한 셈이다. 해당 집의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은 84.4%에 이른다. 통상 업계에서는 전세가율이 80%를 넘으면 ‘깡통전세’(전세 보증금이 주택 시세를 초과) 우려 주택으로 본다. 인근 공인중개사무소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개통 등 호재가 있는 데다, 최근 전셋값이 올라 전세를 끼고 집을 사겠다는 문의가 많다”고 했다.

부동산 정보업체 아파트실거래가(아실)에 따르면 18일 온라인에 등록된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3만2111건으로 두 달 전인 1월 18일(3만5057건) 대비 8.5% 줄었다. 같은 기간 인천은 8456건에서 7810건으로, 경기는 4만1626건에서 3만9479건으로 각각 7.7%, 5.2% 감소했다. 매물 부족이 이어지면서 서울은 작년 5월 15일(―0.06%) 이후 43주 연속, 수도권에선 같은 해 6월 12일(―0.01%) 이후 39주 연속 전셋값이 올랐다.

전셋값이 꾸준히 상승하면서 매매가와의 차이도 점차 좁혀지고 있다. 특히 서울 외곽이나 수도권 일부 중저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갭투자가 다시 고개를 들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세 사기 우려로 빌라 전세 수요가 아파트로 옮겨오고, 중저가 아파트 전세 및 매매에 적용되는 신생아 특례대출이 본격화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계속 전세 가격이 올라 매매 시장까지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5억 이하’ 수요 몰리며 전셋값 상승… “매매시장 자극 우려”


다시 꿈틀대는 갭투자
빌라 떠난 청년층-신혼부부들
보증금 5억 이하 아파트로 이동
“전세가율 80%넘는 거래도 나와… ‘무자본 갭투기’ 허수 발생할수도”
서울 도봉구의 2856채 규모 창동주공3단지는 올해 누적 전세 거래량(18일 기준)이 64건으로 도봉구 내에서 거래량이 가장 많은 단지다. 이 단지 전세 거래량은 1월 25건에서 2월 34건으로 9건 늘었다. 가장 큰 면적인 전용면적 84㎡ 전셋값은 지난달 최고 4억 원에 거래되며 올 1월(3억4000만∼3억5000만 원) 대비 5000만 원가량 올랐다.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역세권 단지치고 가격이 높지 않아 신혼부부들이 많이 찾는다”며 “최근 신생아 특례대출 등 정책 대출을 받은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전셋값이 평균 2000만 원 정도 올랐다”고 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18일까지 신고된 올해 3월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 3302건 가운데 임차보증금이 5억 원 이하인 거래는 1922건으로 전체의 58.2%를 차지했다. 이 비중은 지난해 12월 49.9%로 50% 이하였지만, 올해 1월 52.5%, 2월 54.9% 등으로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이에 대해선 올해 1월 29일 출시된 신생아 특례대출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생아 특례대출은 대출 신청일 기준 2년 이내에 출산·입양한 무주택 가구나 1주택 가구(대환대출)에 주택 구입·전세 자금을 저리에 빌려주는 제도다. 전용 85㎡ 이하이면서 임차보증금이 수도권은 5억 원 이하, 수도권 이외 지역은 4억 원 이하인 주택에 전세자금 대출을 해준다.

특히 전세 사기로 빌라를 떠난 청년층과 신혼부부가 중저가 아파트로 이동하고 있다. 서울 노원구 월계동 3930채 규모 미륭미성삼호3차 인근 공인중개사무소는 “최근에는 인천에서 빌라에 살던 신혼부부가 찾아왔다”며 “빌라 수요도 넘어와 꾸준하게 수요가 받쳐주니 매물이 소진되고 가격이 오르고 있다”고 했다. 이 단지 전용 59㎡는 이달 2억5000만∼3억 원에서 전세 계약이 체결되며 올해 초 대비 2000만∼3000만 원 정도 올랐다.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 등 지역은 신축 공급 부족으로 전셋값이 상승 중이다. 서울 서초구 반포자이 전용 84㎡는 이달 12일 신규 전세 계약이 16억8000만 원에 체결됐다. 이는 2022년 9월(17억 원) 이후 1년 6개월여 만에 신규 계약 기준 가장 높은 가격이다. 이 단지 전세 매물은 18일 현재 268건으로 올해 초 325건 대비 21.3%(57건) 줄었다. 인근 공인중개사무소는 “최근 2월까지 신학기 이사 수요가 많아 매물이 상당히 줄어든 상황이다”라며 “전국에서 수요가 있는데 매물은 적으니 지속해서 오른다”고 말했다.

전셋값이 오르자 계약갱신요구권 사용이 늘면서 신규 전세가 줄어들고, 그 여파가 다시 전셋값을 자극하는 현상도 벌어진다. 서울 성동구 입주 8년 차 2529채 규모 센트라스 전용 84㎡의 올해 누적 전세 계약(20건) 중 절반(10건)이 갱신 계약이다. 인근 공인중개사무소는 “준신축급이고 대단지라 수요는 많은데 매물이 많이 없다”며 “지난해 말과 이후 전용 84㎡ 전셋값이 5000만∼1억 원 정도 올랐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전셋값 상승세가 계속되면 집값을 밀어 올리면서 매매 시장을 자극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보센터 소장은 “전셋값이 오르면 매매 가격을 밀어 올릴 가능성이 크다”며 “특히 올해 금리 인하와 맞물리면 전세 대출이 더 늘면서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고 했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현재 경기 화성시 동탄신도시 등에서 전세가율이 80%를 넘는 거래가 이뤄진다”며 “아파트의 경우 시세가 알려져 있어 전세 사기 위험은 낮지만, 전세금만으로 집을 매수하는 ‘무자본 갭투기’ 같은 허수가 시장을 자극할 수 있다”고 했다.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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