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물 밑장빼기’에 당했다…주인-중개업소 짜고 집값 올려
정순구 기자
입력 2021-01-21 03:00 수정 2021-01-21 10:32
단속 피해 담합 판치는 부동산시장
직장인 김모 씨(38)는 서울 노원구 일대 중개업소를 다니다 인터넷에서 본 매물 시세보다 1억 원 가까이 싼 매물을 발견했다. 인터넷에는 전용 59m² 아파트가 9억 원대로 소개돼 있었는데 한 중개업소에서 8억 원대 초반 매물이 있다며 “서두르라”고 부추겼다. 알고 보니 일부 중개업자들이 매도 의사가 없는 집주인과 짜고 9억 원짜리 아파트들을 매물로 올려 시세를 높여둔 것이었다. 실제 매물이 싸 보이도록 해 매수인을 현혹하는 것이다. 아파트의 최근 실거래가는 7억 원대 수준이었다. 김 씨는 “중개업자들이 거래를 성사시키려고 가짜 매물로 호가를 높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의 불법행위 단속을 강화하고 있지만 단속망을 피하거나 합법과 불법의 애매한 경계선에서 시장 혼란을 부추기는 행태가 이어지고 있다.
20일 서울 시내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집주인과 특정 중개업소가 짜고 집값을 올리는 이른바 ‘매물 밑장빼기’가 공공연하게 일어나고 있다. 현 시세에 집을 팔 생각이 없는 집주인 A 씨와 특정 중개업소 B가 합의하에 A 씨 집을 최근 실거래 가격보다 1억 원 이상 비싸게 올린다. 중개업소를 찾는 손님들에게 A 씨의 비싼 가격을 마치 정상 가격인 것처럼 먼저 제시하고, 손님들이 주저하면 저렴한 매물이 있다며 거래를 유도하는 식이다. 집주인은 중개업소가 시세보다 훨씬 비싼 값에 집을 팔아줘 좋고 중개업소는 매물을 쉽게 팔 수 있어 좋은 셈이다.
이는 명백한 불법 행위지만 개인 간 은밀한 담합이라 적발이 힘들고 적발되어도 처벌까지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 이현성 법무법인 자연수 변호사는 “A 씨가 집을 팔 생각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닌 탓에 허위매물로 단정 짓기가 어렵고 불법 행위 입증도 쉽지 않아 처벌이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유튜브 채널 등 온라인 플랫폼에서의 불법 행위도 여전하다. 부동산 전문가로 불리는 유튜버 C 씨는 지난해 말 수도권 분양단지를 방문한 후 인근 개발 사업과 향후 시세차익 기대감 등을 담은 영상을 게시했다. 인근 지역의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내용이었다. 한 분양·홍보대행사 관계자는 “최근 유튜브에 건설사나 재건축 조합 등으로부터 홍보비를 받는 대신 의뢰 받은 영상을 올리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단속 사각지대에 놓인 경우도 적지 않다. 인천 부평구 삼산동에 사는 최모 씨(44)는 자신의 아파트(전용 49m²)를 2억 원에 내놓으려다 빈정이 상했다. 동네 중개업소가 “비싸서 안 팔린다”며 매물 등록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안 팔려도 좋으니 일단 올려만 달라”고도 했지만 거절당했다. 결국 그는 차로 15분 거리인 다른 지역의 중개업소에 매물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 이는 중개업소가 담합해 지역 아파트 가격을 일정 금액 이상 오르지 않도록 가두는 ‘가두리 영업’이다. 삼산동 중개업소 모임인 ‘미부회’는 가두리 영업을 했다는 이유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아파트 단지 엘리베이터에 ‘실거래가 정보’를 공유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최근 수도권의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 내부에는 주변 단지 신고 가격과 해당 단지의 가격을 나란히 적은 안내문이 붙어 논란이 일었다. 명시하진 않았지만 ‘바로 옆 단지보다 우리 단지 가격이 저렴한 만큼 집값을 올려 내놓자’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어서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법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이런 안내문 게시는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직장인 김모 씨(38)는 서울 노원구 일대 중개업소를 다니다 인터넷에서 본 매물 시세보다 1억 원 가까이 싼 매물을 발견했다. 인터넷에는 전용 59m² 아파트가 9억 원대로 소개돼 있었는데 한 중개업소에서 8억 원대 초반 매물이 있다며 “서두르라”고 부추겼다. 알고 보니 일부 중개업자들이 매도 의사가 없는 집주인과 짜고 9억 원짜리 아파트들을 매물로 올려 시세를 높여둔 것이었다. 실제 매물이 싸 보이도록 해 매수인을 현혹하는 것이다. 아파트의 최근 실거래가는 7억 원대 수준이었다. 김 씨는 “중개업자들이 거래를 성사시키려고 가짜 매물로 호가를 높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의 불법행위 단속을 강화하고 있지만 단속망을 피하거나 합법과 불법의 애매한 경계선에서 시장 혼란을 부추기는 행태가 이어지고 있다.
20일 서울 시내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집주인과 특정 중개업소가 짜고 집값을 올리는 이른바 ‘매물 밑장빼기’가 공공연하게 일어나고 있다. 현 시세에 집을 팔 생각이 없는 집주인 A 씨와 특정 중개업소 B가 합의하에 A 씨 집을 최근 실거래 가격보다 1억 원 이상 비싸게 올린다. 중개업소를 찾는 손님들에게 A 씨의 비싼 가격을 마치 정상 가격인 것처럼 먼저 제시하고, 손님들이 주저하면 저렴한 매물이 있다며 거래를 유도하는 식이다. 집주인은 중개업소가 시세보다 훨씬 비싼 값에 집을 팔아줘 좋고 중개업소는 매물을 쉽게 팔 수 있어 좋은 셈이다.
이는 명백한 불법 행위지만 개인 간 은밀한 담합이라 적발이 힘들고 적발되어도 처벌까지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 이현성 법무법인 자연수 변호사는 “A 씨가 집을 팔 생각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닌 탓에 허위매물로 단정 짓기가 어렵고 불법 행위 입증도 쉽지 않아 처벌이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유튜브 채널 등 온라인 플랫폼에서의 불법 행위도 여전하다. 부동산 전문가로 불리는 유튜버 C 씨는 지난해 말 수도권 분양단지를 방문한 후 인근 개발 사업과 향후 시세차익 기대감 등을 담은 영상을 게시했다. 인근 지역의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내용이었다. 한 분양·홍보대행사 관계자는 “최근 유튜브에 건설사나 재건축 조합 등으로부터 홍보비를 받는 대신 의뢰 받은 영상을 올리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단속 사각지대에 놓인 경우도 적지 않다. 인천 부평구 삼산동에 사는 최모 씨(44)는 자신의 아파트(전용 49m²)를 2억 원에 내놓으려다 빈정이 상했다. 동네 중개업소가 “비싸서 안 팔린다”며 매물 등록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안 팔려도 좋으니 일단 올려만 달라”고도 했지만 거절당했다. 결국 그는 차로 15분 거리인 다른 지역의 중개업소에 매물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 이는 중개업소가 담합해 지역 아파트 가격을 일정 금액 이상 오르지 않도록 가두는 ‘가두리 영업’이다. 삼산동 중개업소 모임인 ‘미부회’는 가두리 영업을 했다는 이유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아파트 단지 엘리베이터에 ‘실거래가 정보’를 공유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최근 수도권의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 내부에는 주변 단지 신고 가격과 해당 단지의 가격을 나란히 적은 안내문이 붙어 논란이 일었다. 명시하진 않았지만 ‘바로 옆 단지보다 우리 단지 가격이 저렴한 만큼 집값을 올려 내놓자’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어서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법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이런 안내문 게시는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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