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 권고에도… 지하실 쓰레기 못치운다는 ‘은마’
강승현 기자
입력 2020-01-14 03:00 수정 2020-01-14 08:23
은마아파트 2300t 방치 민원에 강남구 “개선하라” 행정지도
대표회의 “비용 커 당장 처리 못해”
세입자들 악취 등 불편 여전… 구청도 강제 개입 못해 난처
“당장 살고 있는 주민의 환경을 제일 먼저 고려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그런데 온 관심이 재건축에만 쏠려 있어요.”(세입자 A 씨)
13일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 단지 게시판 곳곳에는 강남구에서 발행한 ‘공동주택 관리실태 민원조사 결과 통보문’이 붙어 있었다. 여기엔 지하실 쓰레기에 대해 “즉시 시정 가능한 사항을 20일까지 제출하라”고 적혀 있다. 지난해 입주민들이 동별 지하실에 쌓인 쓰레기 더미에 불편을 호소하며 강남구에 민원을 제기한 결과다.
당시 입주민들은 “아파트 측이 지하실에 자물쇠를 채웠을 뿐 조치가 없다. 입주자대표회의가 청소도 거부했다”고 탄원했다. 이에 강남구는 지난해 11월 4∼13일 현장 조사 뒤 ‘출처나 시기는 알 수 없지만 1979년 준공 이래 누적된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행정지도 처분을 내렸다. 쌓여 있는 쓰레기 양은 2300t 이상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강남구의 권고에도 입주자대표회의 등은 여전히 소극적이다. 대표회의 관계자는 “아직 쓰레기 처리를 위해 예정된 일정은 없다”며 “정확한 양을 추정하기 어려운 데다 세입자와 소유주 간 비용 부담 문제가 있어 당장 조치를 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동대표가 모인 입주자대표회의는 100% 집주인들로 구성돼 있다.
실제로 행정지도 처분이 내려진 지 2주가 넘었지만 현재 지하실 상황은 지난해와 별 차이가 없다. 대부분 잠겨 있고, 일부 문이 열린 곳은 생활폐기물이 가득했다. 멀리서부터 매캐한 냄새가 밀려왔다.
현장에서 만난 입주민들은 쓰레기를 치워야 한다는 원칙엔 공감했다. 문제는 누가 비용을 부담하느냐다. 주민 B 씨는 “세입자에게 비용을 전가하는 건 부당하다. 아파트 측이 부담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반면 아파트에 살지 않는 집주인들은 책임이 없다고 주장한다. 강남구 관계자도 “법으로만 따지면 생활폐기물 처리는 세입자 부담이 원칙”이라고 했다.
관리 감독 주체인 강남구도 난처하다. 기본적으로 ‘사유지’라 강제로 쓰레기를 처리하거나 조치를 강요할 수 없다. 개선을 권고해도 강제사항은 아니다. 강남구 측은 “거주 환경의 문제인 만큼 지속적으로 개선을 요구하겠다”면서도 “법적으로 관여하기 어려워 한계가 있다”고 털어놨다.
전문가들은 일부 아파트가 투자 대상으로 변질된 결과가 이러한 갈등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주거지가 투기 목적이 우선되며 살아가는 공간이란 가치가 퇴색됐다”며 “다른 재건축 단지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
대표회의 “비용 커 당장 처리 못해”
세입자들 악취 등 불편 여전… 구청도 강제 개입 못해 난처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한 동 지하실에 의자, 책상, 인형 등 생활쓰레기가 버려져 있다.
“당장 살고 있는 주민의 환경을 제일 먼저 고려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그런데 온 관심이 재건축에만 쏠려 있어요.”(세입자 A 씨)
13일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 단지 게시판 곳곳에는 강남구에서 발행한 ‘공동주택 관리실태 민원조사 결과 통보문’이 붙어 있었다. 여기엔 지하실 쓰레기에 대해 “즉시 시정 가능한 사항을 20일까지 제출하라”고 적혀 있다. 지난해 입주민들이 동별 지하실에 쌓인 쓰레기 더미에 불편을 호소하며 강남구에 민원을 제기한 결과다.
당시 입주민들은 “아파트 측이 지하실에 자물쇠를 채웠을 뿐 조치가 없다. 입주자대표회의가 청소도 거부했다”고 탄원했다. 이에 강남구는 지난해 11월 4∼13일 현장 조사 뒤 ‘출처나 시기는 알 수 없지만 1979년 준공 이래 누적된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행정지도 처분을 내렸다. 쌓여 있는 쓰레기 양은 2300t 이상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강남구의 권고에도 입주자대표회의 등은 여전히 소극적이다. 대표회의 관계자는 “아직 쓰레기 처리를 위해 예정된 일정은 없다”며 “정확한 양을 추정하기 어려운 데다 세입자와 소유주 간 비용 부담 문제가 있어 당장 조치를 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동대표가 모인 입주자대표회의는 100% 집주인들로 구성돼 있다.
실제로 행정지도 처분이 내려진 지 2주가 넘었지만 현재 지하실 상황은 지난해와 별 차이가 없다. 대부분 잠겨 있고, 일부 문이 열린 곳은 생활폐기물이 가득했다. 멀리서부터 매캐한 냄새가 밀려왔다.
현장에서 만난 입주민들은 쓰레기를 치워야 한다는 원칙엔 공감했다. 문제는 누가 비용을 부담하느냐다. 주민 B 씨는 “세입자에게 비용을 전가하는 건 부당하다. 아파트 측이 부담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반면 아파트에 살지 않는 집주인들은 책임이 없다고 주장한다. 강남구 관계자도 “법으로만 따지면 생활폐기물 처리는 세입자 부담이 원칙”이라고 했다.
관리 감독 주체인 강남구도 난처하다. 기본적으로 ‘사유지’라 강제로 쓰레기를 처리하거나 조치를 강요할 수 없다. 개선을 권고해도 강제사항은 아니다. 강남구 측은 “거주 환경의 문제인 만큼 지속적으로 개선을 요구하겠다”면서도 “법적으로 관여하기 어려워 한계가 있다”고 털어놨다.
전문가들은 일부 아파트가 투자 대상으로 변질된 결과가 이러한 갈등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주거지가 투기 목적이 우선되며 살아가는 공간이란 가치가 퇴색됐다”며 “다른 재건축 단지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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