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미의 심쿵事]이브 생로랑과 피에르 베르제
김선미기자
입력 2017-10-19 03:00 수정 2017-10-19 03:00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함께한 이브 생로랑(왼쪽)과 피에르 베르제의 생전 모습 .
김선미 기자
초등학생 딸의 가을운동회에 갔다. 하늘은 파랗고 높았다. 공굴리기, 줄다리기도 있지만 운동회의 백미는 이어달리기다. 전교생이 둘러앉아 목청껏 응원을 했다. “청군 이겨라.” “백군 이겨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다가 극적인 역전이 일어났다. 최선을 다한 계주 선수들, 어쩌면 더 최선을 다해 응원한 아이들….어른들도 아이들처럼 ‘진심의 응원’을 할까. 어른들의 인생 레이스에서 이긴다는 것은 뭘까, 이어 달리는 것의 의미는….
집으로 오는 길에 딸이 자신의 ‘18번’ 동요인 ‘난 네가 좋아’를 흥얼거렸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건 너와 나의 마음속에 핀 우정이란 영원한 약속.”
왜 그때 피에르 베르제의 얼굴이 떠올랐을까. 운동회 무렵 있었던 그의 사망을 깊게 애도하고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베르제는 세계적 패션 디자이너인 이브 생로랑(1936∼2008)의 동성 연인이자 50년 지기였다. 나는 9년 전 생로랑이 뇌종양으로 세상을 떴을 때보다 이번 베르제의 소식에 솔직히 더 슬펐다.
베르제는 1958년 생로랑이 크리스티앙 디오르에서 첫 쇼를 할 때 그를 만났다. 서적 판매상이던 베르제는 그 쇼에 왔다가 생로랑과 마음이 통했다. 뛰어난 디자이너였지만 비즈니스엔 ‘젬병’인 생로랑에게 그의 이름을 딴 브랜드를 만들어 주고 평생 사업을 키워준 게 베르제였다.
친구가 술과 마약에 허우적댈 때마다 붙잡아준 것도, 생로랑 사후 둘이 수집했던 미술품들을 크리스티 경매에 내놓아 약 7000억 원을 사회에 환원한 것도 그였다.
그들은 모로코 마라케시의 마조렐 정원도 사서 함께 가꿨다. 지난해 그곳에 가봤다. 파란 건물과 노란 화분, 빨간색 열대 꽃…. 생로랑의 옷이, 그들의 우정이 환생한 듯했다.
베르제는 오랫동안 파리 마르소가에 ‘이브 생로랑 박물관’ 건립을 준비했다. 친구가 30여 년간 디자인을 했던 그 장소에 이달 3일 박물관이 문을 열었다. 앞서 세상을 뜬 베르제는 끝내 보지 못했지만 기나긴 행렬이 지금 그 박물관 앞에 늘어서고 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비즈N 탑기사
- ‘투머치 토커’의 모자…민희진 폭주에 박찬호 소환 왜
- 백일 아기 비행기 좌석 테이블에 재워…“꿀팁” vs “위험”
- 최저임금 2만원 넘자 나타난 현상…‘원격 알바’ 등장
- “배우자에게 돈 보냈어요” 중고거래로 명품백 먹튀한 40대 벌금형
- 이렇게 63억 건물주 됐나…김지원, 명품 아닌 ‘꾀죄죄한’ 에코백 들어
- 상하이 100년간 3m 침식, 中도시 절반이 가라앉고 있다
- 김지훈, 할리우드 진출한다…아마존 ‘버터플라이’ 주연 합류
- “도박자금 마련하려고”…시험장 화장실서 답안 건넨 전직 토익 강사
- 몸 속에 거즈 5개월 방치…괄약근 수술 의사 입건
- 일본 여행시 섭취 주의…이 제품 먹고 26명 입원
- 신생아대출 효과에… 30대, 1분기 아파트 가장 많이 샀다
- 행복주택, 월급 받은 기간 5년 이내라면 지원 가능[부동산 빨간펜]
- SK하이닉스, 첨단 HBM 양산 속도전… “세계 톱 수성”
- 사과 81%, 배 103% 껑충… 물가 둔화에도 ‘과일값 쇼크’ 여전
- 美연준 6연속 기준금리 동결… 파월 “금리 인상은 안될것”
- 요즘 애들 빨리 큰다 했더니…초등생 평균키 10년새 4㎝ 훌쩍
- 딸 결혼식때 썼던 모자에 담긴 항암치료 아빠의 마음
- 아름다움은 마음 속에… 캔버스로 끌어낸 순수한 감정
- 대학 캠퍼스에도 실버타운 들어서나? 고령화시대 새 먹거리로 주목[황재성의 황금알]
- 꽃, 너의 이름 부르러 국립수목원으로 간다[김선미의 시크릿 가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