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헉, 이 방이 그 방이야?”…5평이 10평처럼 ‘부동산 카메라’의 비밀

뉴스1

입력 2019-11-29 08:24:00 수정 2019-11-29 11:2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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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슬기씨(31)는 최근 자취방을 구하다 황당한 경험을 했다. 부동산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어렵게 고른 집을 공인중개사와 함께 찾아 가본 뒤에야 공용 화장실을 사용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매물이 등록됐던 앱을 다시 확인해보니 화장실 부분만 쏙 빠져 있었다.

과거에는 좋은 집을 찾기 위해 ‘발품’이 중요했다면, 이제는 발품보다 ‘손품’이 중요해졌다. 집을 구할 때 부동산 중개 앱을 이용하는 소비자가 그만큼 늘었다는 의미다.

대표적인 부동산 중개 앱 ‘직방’과 ‘다방’의 경우 11월 기준 누적 다운로드 수가 각각 2700만건, 1800만건을 기록할 정도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소비자들이 부동산 앱을 통해 집을 찾는 가장 큰 이유는 정보 접근성 때문이다. 부동산 앱은 매물의 사진, 거래 가격, 편의시설, 교통 인프라 등의 상세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제 소비자는 ‘손품’만 조금 들이면 자신과 맞는 집을 손쉽게 찾을 수 있다. 특히 사진은 말과 글로 설명할 수 없는 매물의 세부적인 정보와 방의 크기를 가늠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정보다.

◇광각 렌즈로 방 크기 왜곡하는 ‘부동산 카메라’…유튜브 강의도


그러나 부동산 앱에 있는 매물 사진은 과장된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일명 ‘부동산 카메라’로 불리는 장비와 촬영 기법이 만나면 손쉽게 방을 ‘넓힐’ 수 있기 때문이다.

‘직방’이나 ‘다방’과 같은 부동산 앱에 올라 있는 매물 사진은 대부분 ‘광각렌즈’를 이용해 촬영된다. 초점거리가 35㎜ 이하인 광각렌즈를 사용해 집 내부를 촬영하면 원근감이 과장되고 같은 공간도 더 넓어 보이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일명 ‘부동산 렌즈’로 불리는 ‘캐논 EF-S 10-18㎜’와 ‘시그마 10-20㎜’는 부동산 업계에서 이미 유명한 제품이다.

한 공인중개사는 “요즘은 휴대전화에도 광각렌즈 기능이 있어 이를 활용해 방을 촬영한다”며 “광각렌즈를 이용하면 확실히 방이 더 넓어 보이는 효과가 있다”고 귀띔했다.

‘잘 팔리는 매물’을 위한 촬영 기법도 따로 있다. 좁은 방을 촬영할 때는 문밖에서 찍는다거나 좁은 거실은 발코니에서 촬영해 조금이라도 공간이 넓어 보이게 만드는 식이다. 실제로 부동산 중개인을 대상으로 이런 매물 사진 촬영법을 전문으로 강의하는 유튜브 채널과 블로그도 있다.

◇일반 카메라엔 방이 다 안 담겨서 vs 손님들 보기 좋게 하려고


이와 같은 ‘왜곡’에 대해 부동산 관계자들은 입장이 갈렸다.

대부분의 부동산이 광각렌즈를 찍는다고 답한 신촌 N부동산 관계자는 “(광각으로 찍는 이유는) 방을 크게 보이게 유도할 목적이 아니라 작은 방 전체를 보여주려면 일반카메라로 찍어서는 안 보이기 때문이다. 실평수 같은 정보도 함께 제공하고 있다”며 “의도적인 왜곡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반면 인천 검단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공인중개사 A씨(50)는 “반지하 집도 밤에 찍는 것과 낮에 찍는 게 다른데, 솔직히 우선 손님 보기에 좋게 보이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일부러 광각 카메라를 쓰는 것”이라면서도 “주변에 다른 부동산들이 다 쓰고 있는데 나만 안쓴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라며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거 공간’을 소개하는 사진의 특성상 넓이를 오인하도록 유도하는 것은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왜곡된 방 사진 때문에 ‘헛걸음’을 했던 조씨는 “방 찾는 사람에게 중요한 순서는 가격이 1위고, 그다음이 사진이다”라며 “제곱미터라고 써도 일반인은 잘 모르고 사진이 기준이 되는데, 좁은 집을 넓은 것처럼 찍는 건 ‘조작’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개정안 국회 문턱 넘었지만…방 사진 편집조작은 제재할 근거없어

지난 8월 국회에서는 ‘공인중개사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공인중개사가 허위 매물을 등록하거나 과장거짓 광고를 하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도록 하는 것이 개정안의 골자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 통과만으로는 아직 ‘집이 더 넓어 보이도록 촬영하는 행위’를 제재할 법적 근거는 없다. 허위·과장 광고의 종류나 세부 기준은 추후에 국토교통부 장관이 정해서 고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 내부에서도 소비자들의 불만을 인지하고 이를 근절하기 위한 자구책 마련에 나섰지만, 현실적으로 이를 모두 적발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난감해 했다.

현재 ‘직방’의 ‘매물등록정책’에 따르면 ‘중개사는 실매물을 직접 촬영하여 편집이나 왜곡 없이 등록해야 하며 사진과 함께 실제 평수를 기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사진 촬영과 편집은 결국 중개사의 재량에 맡겨진 경우가 많다.

직방 관계자는 “공인중개사 삼진아웃제 도입 등 허위매물이나 과장 광고를 거르는 제도를 운용하고 있지만 중개 과정에 일일이 개입할 수 없다 보니 적발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매물의 상태나 위치가 좋은데 가격까지 저렴하게 나왔다면 허위매물을 의심해봐야 한다”며 “허위로 의심되는 매물을 발견했다면 매물이 위치한 주변 지역의 평균 시세와 비교해볼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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