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20원 돌파한 환율…한은 “과거 위기와 달라”
뉴시스
입력 2022-09-26 11:13 수정 2022-09-26 11:15
원·달러 환율이 단숨에 1420원을 돌파해 1430원도 위협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행은 최근 원·달러 환율이 대내외 건전성이 과거 두 차례 위기 때와는 다르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26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현황 보고에서 “최근의 원·달러 환율 상승은 미 연준의 긴축 강화와 글로벌 달러화 강세라는 대외요인에 주로 기인하며 우리나라의 대내외 건전성이 양호하다는 점에서 과거 두 차례의 위기시와는 다르다”고 밝혔다.
한은에 따르면 과거 환율 급등기는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2001년 미국 닷컴버블 붕괴,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등 네 차례다. 과거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섰던 적은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두 차례뿐이다.
한은은 “과거 원·달러 환율은 외환위기(1997년), 미 닷컴버블 붕괴(2001년), 글로벌 금융위기(2008~09년), 코로나19 확산기(2020년) 당시 시장 불안심리 고조 등으로 급등했다”고 설명했다.
외환위기 당시에는 아시아 금융위기 전이에 따른 시장 불안심리가 커지면서 1997년 9월 말 914.4원이던 원·달러 환율은 같은 해 12월 23일 1962.0원으로 53.4%나 급등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는 미국의 투자은행인 리먼브라더스가 2008년 9월 파산한 뒤 이에 따른 여파로 금융위기가 발생했고, 2009년엔 동유럽 국가의 신용위험 등이 가중되며 환율이 급등했다. 2008년 8월말 1089.0원이던 환율은 2009년 3월 2일 1570.3원으로 30.7%나 뛰었다.
닷컴버블 붕괴때는 원화가 엔화 약세에 동조화된 가운데 IT기업을 중심으로 미 주가의 큰 폭 하락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이 가세하며 2000년 10월 말 1139.0원이던 원·달러 환율은 2001년 4월 4일 1365.2원으로 -16.6% 급등했다. 코로나19 확산기에는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와 시장 불안심리가 지속되면서 미 달러화 수요가 급증하면서 2019년말 1156.4원이던 원·달러 환율은 2020년 3월 19일 1285.7원으로 10.1% 올랐다.
한은은 과거 네 차례의 환율 급등 모두 대외요인의 악화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기초 경제여건, 대외 건전성 정도에 따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모두 달랐다고 설명했다.
외환위기 당시에는 우리나라 국내 경제의 구조적 부실에 따른 국가신용등급 하락이 더해지면서 그 여파가 커졌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을 1997년 11월 A1에서 A3등급으로 낮춘 후, 1997년 12월 투자부적격 등급인 Ba1까지 하향 조정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는 대외건전성 악화 등으로 취약성이 부각되면서 환율이 큰 폭 상승했고 이 과정에서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했다.
닷컴버블 붕괴시기와 코로나19 확산기에는 대외건전성이 개선되면서 환율 상승폭과 이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다.
한은은 최근 1430원 육박하게 치솟은 환율도 미 연준의 고강도 긴축 등에 따른 글로벌 달러 강세라는 대외적 요인에 의한 것이며, 우리나라 대내외 건전성이 양호하다는 점에서 외환위기, 금융위기 등 과거 두 차례 위기 때와는 다르다고 진단했다.
무디스의 국가신용등급도 Aa2로 최고 수준에 근접해 있다. 또 대외 외화차입여건을 나타내는 외평채 5년물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이달 21일 기준 40bp(1bp=0.01%포인트)로 양호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650bp까지 폭등했던 2008년 금융위기 당시와 비교해 낮은 수준이다. CDS 프리미엄은 우리나라 대외신인도를 나타나낸 지표로, CDS 프리미엄이 높을 수록 부도 위험이 크다는 의미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26일 원·달러 환율은 장 초반 1420원을 돌파한 후 1429.9원까지 오르는 등 1430원선도 위협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2020년 말부터 지난 22일까지 22.9% 올랐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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