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티앤씨알오, 코스닥 입성 초읽기 “글로벌 CRO로 보폭 넓힌다”

태현지 기자 , 조선희 기자

입력 2022-09-20 03:00 수정 2022-09-20 03:00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Stock&Biz]
한국거래소 상장 예비심사 통과… IT-BT-인공지능 융합기술 선도
효능평가-전임상-생동 분석 등… 국내 유일 원스톱 CRO 서비스


증시 침체로 올 초부터 냉각됐던 기업공개(IPO) 시장이 하반기 들어 조금씩 활기를 찾는 모습이다.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잇따라 코스닥 상장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6∼8월에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한 제약·바이오 기업은 7곳으로 집계됐다.

올 초 바이오 업종투자 심리가 얼어붙으면서 기업공개 성과가 부진했지만, 옥석이 가려진 우량 기업들이 하반기 들어 반전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 그중 가장 눈길을 끄는 기업은 임상·비임상시험수탁기관(CRO) ㈜디티앤씨알오다. 이 회사는 6월 10일 청구서를 제출하고 약 3달 만에 코스피 상장 예비심사 승인을 받았다.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한 후 뚜렷하게 개선된 실적이 기업가치 평가에 유리하게 반영돼 연내 코스닥 입성이 무난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디티앤씨알오는 비임상(효능·독성), 임상, 임상 분석 등을 주 업무로 하는 기업으로 자본금은 24억3700만 원이다. 지난해 실적은 매출 327억4800만 원으로 2020년 대비 63% 증가했다. 영업이익 역시 49억700만 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13배 정도 뛰었다. 공모예정 금액은 308억∼350억 원으로 주당 예정 발행가는 2만2000∼2만5000원이다. 상장 후 예상 시가총액은 1389억∼1578억 원이다.

디티앤씨알오는 상장 준비를 마치는 대로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기업공개를 위한 공모 절차에 착수할 예정이다. 상장 주관사는 키움증권이다.

이 회사가 코스닥 상장 문턱을 넘는다면 FI들도 쏠쏠한 엑시트(투자금 회수) 기회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디티앤씨알오는 2019년 아주IB투자와 SJ파트너스, 파트너스인베스트먼트로부터 40억 원 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미래에셋·한국투자·키움증권 등 증권사들도 후속 투자에 참여했다. 코리아에셋투자증권은 지난해 유상증자(보통주 16만5625주)로 26억 원을 투자했다.


임상·비임상 수탁실적 ‘최고’… 90조 잠재시장 공략 박차


디티앤씨알오는 코스닥 상장사 디티앤씨가 2017년 설립한 회사다. 의료기기, 의약품 등의 임상·비임상시험서비스(CRO)를 제공하는 알짜 기업이다. 시험인증 사업을 주로 하는 코스닥 상장사 디티앤씨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지분 53.35%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CRO는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의뢰를 받아 임상시험 설계와 데이터 관리, 품목허가 등을 대신하는 서비스다. 따라서 CRO의 성장은 신약개발과 맞물려 있다.

신약개발을 위한 임상시험에 사활을 거는 제약·바이오 업체들은 2000년대 이후 외부 CRO 기업에 본격적으로 연구를 위탁해 왔다. 신약개발은 수년의 시간과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면서도 성공 확률이 희박한 고위험 프로젝트기 때문에 빠른 제품화와 비용 절감을 위해 CRO 기업에 의뢰하는 것이다.

CRO 시장이 점차 커지고 있는 형국이어서 사업 전망도 밝다. CRO 시장의 연평균 예상 성장률은 약 7.7%다. 세계 시장 규모가 2018년 56조 원 수준인데, 이 같은 성장률이 이어지면 오는 2024년에는 90조 원까지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디티앤씨알오는 코스닥 상장으로 인한 공모자금으로 바이오 분석센터 건립 및 기계장치 구입 등 대규모 시설투자를 통해 글로벌 CRO 기업으로 발돋움한다는 각오다.

박채규 디티앤씨알오 대표는 “상장의 주목적은 수주 증가에 대비한 생산능력(CAPA) 확대와 시설투자”라며 “글로벌 금리 인상과 경기 불황으로 바이오산업도 상황이 좋지 않지만, IT와 BT의 융합으로 바이오 분석 분야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나갈 디티앤씨알오의 무한한 성장 가능성에 주목해 달라”고 주문했다.

실제 디티앤씨알오는 국내 CRO 분야에서 차별화 전략으로 새로운 역사를 써왔다. 2018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기관으로 지정받았고, 2019년 신약개발을 위한 비임상시험(Non-Clinical Trials) 실시기관(GLP) 인증도 받았다.

설립 후 사업 영역을 지속 확대해 가고 있는 이 회사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을 대상으로 신약 허가(NDA), 임상시험계획(IND) 신청 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제출하는 독성시험 등 비임상 데이터 서류 작업도 지원한다.

파라핀으로 조직을 포매하고 굳히는 과정.
특히 국내에서 유일하게 비임상 효능과 안전성 시험부터 임상까지 풀 패키지 원스톱 토털 서비스를 구축하고 있는 것이 강점이다. 이를 토대로 효능평가, 전임상, 생동 분석, 임상 1상까지 서비스하며 제약회사와 바이오벤처 기업으로부터 높은 수탁 실적을 거두고 있다. 유한양행과 셀트리온, 대웅제약과 일동제약 등 20여 곳의 제약사와 약 90곳의 바이오벤처기업, 40곳의 신약 컨설팅 기업이 주요 고객사다.

디티앤씨알오는 그룹 계열사인 ㈜디티앤사노메딕스를 통해 임상 1·2·3상과 PMS, PV 등의 허가용 임상을 수행하는 임상 전문 CRO로서 꾸준한 과제 계약과 수행을 통해 전문 임상 기관으로서 자리매김을 해나가고 있다. 비임상 효능과 안전성 시험에서 임상까지 원스톱 토털서비스를 제공하는 CRO는 국내에서 디티앤씨알오가 유일하다.


수기 오류 줄인 ‘SEND’ 개발… ‘이비오’ 인수로 실적 개선


디티앤씨알오는 바이오와 ICT(정보통신기술) 기술융합으로 ‘SEND(Standard for Exchange of Non clinical Data·비임상 데이터 전자문서 변환 프로그램)를 자체 개발하기도 했다.

SEND는 미국 FDA에 임상시험계획(IND), 신약 허가(NDA) 신청 시 비임상 데이터를 전자문서 형식으로 제출하는 양식을 말한다. FDA는 지난 2017년부터 종이 문서로 제출하던 비임상 데이터를 SEND에 맞게 변환한 뒤 제출할 것을 의무화해 글로벌 표준 시스템에 부합하는 한국형 프로그램 개발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파라핀으로 조직을 포매해서 만든 블럭.
디티앤씨알오는 2019년부터 프로그래머·독성 전문가 등의 전문인력 10여 명과 10억 원을 투자해 아시아 최초로 SEND 플랫폼 ‘블루파인’ 개발에 성공했다. 미국의 대형 CRO도 시스템 구축에 실패한 사례를 놓고 보면 사실상 세계 최초다.

모기업인 디티앤씨그룹 내 IT업체 세이프소프트와의 기술융합을 통해 선보인 SEND 플랫폼은 모든 독성시험 데이터가 자동으로 LIMS(실험실 정보관리시스템)에 기록되기 때문에 수기로 하는 작업으로 인한 데이터 손실 및 오류를 사전에 방지함으로써 신뢰성을 확보했다. 이렇게 저장된 자료는 전용 프로그램을 통해 자동으로 SEND로 전환된다. 시험기초자료(Raw Data)에 손상을 주지 않기 때문에 데이터에 대한 신뢰성, 정합성 및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최종적으로 FDA 규격에 맞는 형태로 문서를 제공할 수 있다.

지난해 신약 효능평가 전문기업 ‘이비오’의 인수 계약을 체결하면서 기업가치를 높여온 점도 긍정적인 요소다. 이비오는 10여 년간 세포치료제와 유전자 치료제, 항암 치료제 등과 천연물을 포함한 건강기능식품을 시험 평가한 기업으로 효능(유효성) 평가 업계에서 최고로 인정받고 있다. 디티앤씨알오는 이비오 인수를 통해 유효성 평가 분야에서 폭넓고 다양한 데이터와 노하우를 확보했다. 지난해 3월에는 FDA 비임상시험 제출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확대하는 한편, 계열사를 통한 글로벌 임상서비스 등으로 영역을 지속 확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단백질 분석 전문가를 영입하며 인적·물적 글로벌 CRO로서의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AI 접목한 플랫폼 ‘STC’… 업무 강도 기존보다 50% 줄여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혁신적인 스마트 임상시험 플랫폼 ‘STC’를 선보인 것도 회사의 성장을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STC 플랫폼은 시험대상자로부터 획득한 임상시험 정보가 실시간으로 e-CRF(전자 임상시험 데이터 관리시스템)에 자동 입력되므로 이른바 ‘휴먼에러’의 발생을 원천 차단하는 자동화 서비스다.

기존 임상시험 데이터는 담당자가 EMR과 종이 서류(work sheet) 및 e-CRF에 같은 내용을 반복해 수기로 작성하고 입력했기 때문에 데이터의 불일치 오류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STC 플랫폼은 시험대상자로부터 획득한 임상시험 정보가 실시간으로 e-CRF에 자동 입력되는 시스템이다. 시험대상자의 측정데이터를 수집한 후, 해당 데이터를 e-CRF에 자동으로 보내주는 e-CTS(electronic Clinical Trial System) 자체가 임상시험의 근거 문서가 되고 임상시험 데이터의 획득 시간, 수정 시간 등이 감사 추적 관리되므로 임상시험 원본 데이터의 분실, 변조 등의 우려가 없다. 연구자는 임상시험 대상자를 관리만 하면 되므로 업무 강도가 현행보다 50%가량 감소하며 임상시험 기간도 30% 이상 감축할 수 있다.

STC 플랫폼을 사용할 경우 임상시험 데이터와 EMR은 완전히 분리돼 개인 의료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도 전혀 없다. 디티앤씨알오는 인공지능(AI)을 접목한 ‘스마트 임상’으로 수요자인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요구에 부응하고 미래 기술을 선도하겠다는 각오다.


“공모자금으로 인프라 투자… 글로벌 CRO 정조준”


박채규 디티앤씨알오 대표


박채규 디티앤씨알오 대표.
“코스닥 상장을 위한 첫 관문을 이제 막 통과했습니다. 한국에만 머무르지 않고 글로벌 최고 수준의 CRO 기업으로 도약할 겁니다.”

최근 한국거래소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한 박채규 디티앤씨알오 대표는 “향후 바이오 영역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국내 최초의 원스톱 토털 임상시험수탁기관이라는 자부심과 사명감 아래 바이오 기술서비스 전 분야에 정보기술(IT)을 접목하고 데이터베이스(DB)화를 이끌겠다는 각오다.

디티앤씨알오는 비임상 실험에 활용되는 SEND 플랫폼과 임상의 STC 플랫폼으로 신약 임상시험 데이터의 정확성, 신뢰성, 보안을 원 패키지(One Package)로 완성했다.

박 대표는 공모자금을 바이오 분석센터 건립과 기계장치 구입 등 생산 인프라(CAPA) 확대에 투자할 방침이다. 글로벌 금리 인상과 경기 불황으로 바이오산업 전반이 썩 좋지 않지만,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한 후 실적도 꾸준히 개선되고 있기에 향후 수주물량 증가를 대비하기 위해서다.

박 대표는 “임상시험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기 위한 ‘새로운 임상시험의 표준’을 제시하려면 운전자금 확보가 필요하다”며 “비임상·임상 CRO 분야의 선두에서 시험인증, 인허가 및 기술 컨설팅을 통해 스마트한 세상을 만드는 데 일조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앞서 디티앤씨알오는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하며 308억∼350억 원의 자금을 모집할 것이라고 밝혔다. 잠정 희망 공모가는 2만2000∼2만5000원이다. 상장 예정 주식 수를 고려하면 목표 시가총액은 1389억∼1578억 원이 된다.

박 대표와 디티앤씨알오의 최종 목표는 ‘글로벌 CRO’다. 이를 위해 해외시장 공략은 필수다. 박 대표는 “계열사와의 연계를 통해 글로벌 임상 서비스 등으로 영역을 지속 확장하며 신규 수요처를 발굴하고 있다”며 “거시적으로는 전체 매출에서 해외 비중이 더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예비 주주들에게 “디티앤씨알오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비임상 효능과 안전성 시험부터 임상까지 풀 패키지 원스톱 토털 서비스를 구축하고 있는 기업”이라며 “국내뿐 아니라 해외시장에도 진출해 당당하게 대한민국의 CRO 기술력을 드높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태현지 기자 nadi11@donga.com
조선희 기자 hee3110@donga.com


라이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