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무지출 챌린지가 고물가 생존법”

최미송 기자

입력 2022-09-16 03:00:00 수정 2022-09-16 11:4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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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통서 영수증 찾아 포인트 쌓고, 커피는 텀블러에 인스턴트…
2030 소비 ‘플렉스’에서 ‘짠테크’로



“잠깐의 부끄러움만 견디면 50원을 얻을 수 있으니까요.”

직장인 김혜연 씨(27)는 얼마 전부터 틈틈이 카페 식기반납대나 지하철역 쓰레기통을 뒤지며 남이 버린 영수증을 줍는다. 영수증을 온라인 사이트에 인증하면 데이터 수집에 기여한 대가로 적게는 10원, 많게는 50원에 해당하는 포인트가 적립된다. 김 씨는 “처음엔 남들의 시선이 신경 쓰였지만 지금은 아니다”라며 “가만히 있으면 돈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도 아닌데 시선 정도는 감수할 수 있다”고 했다.

최근 김 씨처럼 이른바 ‘앱테크’(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한 재테크)를 하거나 하루 동안 지출을 아예 하지 않는 ‘무(無)지출 챌린지’ 등을 하며 알뜰하게 돈을 모으는 2030세대가 늘고 있다. 물가가 오르고 주식 및 코인 가격이 떨어지면서 인생은 한 번뿐이라며 욜로(YOLO·You Only Live Once)와 플렉스(Flex·과시형 소비)를 외치던 젊은층이 대거 ‘짠테크’(짠돌이+재테크)에 나서는 모습이다.
○ “욜로는 골로 가는 짓”
서울 강남구의 직장에 다니는 차모 씨(27)는 작년까지만 해도 ‘인생은 한 번뿐’이라며 월급보다 100만 원 더 비싼 명품백을 구매하는 등 과시형 소비를 즐겼다. 하지만 입사 6개월 만에 카드 빚이 약 1000만 원에 달하게 됐고, 금리 인상으로 이자까지 오르자 올 1월부터 무지출 챌린지에 도전하고 있다. 커피 값도 아까워 텀블러에 집에서 탄 인스턴트커피를 넣어 들고 다닌다. 차 씨는 “비싼 물건을 자랑하는 게 멋져 보여 따라해 봤지만 ‘욜로는 골로 가는 짓’이라는 걸 알게 됐다. 요즘은 전보다 10배 가까운 돈을 저축하는데 예금 금리까지 올라 뿌듯하다”고 했다.

강원 원주시에 사는 직장인 김모 씨(23) 역시 3개월 전부터 ‘무지출’에 도전 중이다. 김 씨는 “인스타그램에서 멋지게 사는 사람들을 보며 매일 비싼 음식들을 먹고 다녔더니, 외식비만 한 달에 200만 원 나왔다”며 “카드 할부 대금을 모두 낼 때까지 최소한의 지출만 하기로 스스로와 약속했다. 끼니도 저렴한 냉동식품 등으로 때우고 있다”고 말했다.
○ “코인 폭락·고물가에 ‘짠테크’로 선회”
상당수의 젊은층은 코인과 주식 폭락 및 물가 급등으로 짠테크에 나서게 됐다고 밝혔다.

직장인 현모 씨(27)는 “코인 가격이 폭락하면서 투자했던 500만 원을 날린 것이 ‘절약 모드’로 전환하는 계기가 됐다”고 털어놨다. 그는 “언제 폭락할지 모르는 코인에 투자하는 것보다 지출을 줄이고 충실히 돈을 모으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경기도에 사는 이해인 씨(23)는 최근 물가 급등 탓에 지출이 매달 10만 원 이상 늘자 앱테크를 시작했다. 이 씨는 “물가가 오르니 아무리 아껴도 한계가 있더라”며 “월급 외에 조금이라도 벌어야겠다 싶어 앱테크 앱을 모조리 내려받았다”고 했다. 이 씨는 걸으면 1원 단위로 적립금이 쌓이는 앱, 설문조사에 참여하면 100원씩 적립해주는 앱, 보유한 기프티콘(모바일 상품권)을 현금화하는 앱 등을 활용해 8월 한 달 동안 20만 원을 벌었다.

김경자 가톨릭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젊은층의 ‘짠테크’에 대해 “주식과 코인 가격이 떨어지고 물가도 연일 오르자, 위험한 투자보다 저축 등을 통해 안전하게 돈을 모으려는 심리가 반영된 것”이라며 “소비를 극단적으로 줄이면 어느 순간 보상심리로 과소비하게 될 수 있다. 지출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합리적 소비 습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미송 기자 cm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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