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간암 예방에 도움… 농축된 즙은 간 건강에 해로워”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입력 2022-09-15 03:00 수정 2022-09-15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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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환우 100여 명이 꼽은 건강식품
커피-강황-채소-마늘-브로콜리
커피 빼면 간 건강 연관성 불충분
식물 즙엔 독성 성분 농축돼 부담… 술은 소량도 문제 일으켜 피해야


사진출처=pixabay



우리 몸의 거대한 화학 공장이자 해독 작용을 담당하는 간은 70% 이상 손상이 되기 전까지는 뚜렷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침묵의 장기’라고 불린다. 우리가 섭취한 해로운 음식은 간에서 해독하기 때문에 평소 먹는 음식도 간 건강에 중요하다.

박중원 교수
동아일보는 최근 간환우협회 회원 100여 명을 대상으로 ‘간에 좋은 음식’과 ‘간에 나쁜 음식’을 각각 추천받았다. 간환우들이 추천한 음식은 무엇일까. 간을 치료하는 전문가들은 그 음식들을 어떻게 평가했을까. 국립암센터 간담도췌장암센터 박중원 교수에게 평가를 들어봤다.
○ 간환우들이 생각하는 간에 좋은 음식 5가지
간환우협회 회원들이 추천한 간에 좋은 음식들. 커피, 강황이 든 카레, 신선채소, 마늘, 브로콜리. 하지만 전문가에 따르면 이 가운데 섭취했을 때 간 질환 등에 효과가 있는 음식은 커피가 유일하다. 국립암센터·게티이미지코리아 제공
간환우들은 간에 좋은 음식으로 ‘커피’를 가장 많이 꼽았다. 100명의 환우 중에 40여 명이 추천했다. 이어 강황(커큐민), 신선채소, 마늘, 브로콜리 등의 순이었다. 이외에도 비트, 토마토, 부추 등이 있었다.

커피부터 살펴보자. 박 교수는 “2018년 국립암센터에서 발간한 ‘간세포암전가이드라인’을 통해 적당한 커피는 간암을 예방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발표했었다”면서 “모든 연구에서 커피를 하루에 1∼3잔 마시는 경우 간질환, 간암 발생률이 낮아졌다”고 말했다. 물론 커피도 고혈압이 심하거나 심부전, 부정맥 등 심혈관계 질환이 있다면 피하는 것이 좋다. 이외에 방광염, 역류성 식도염이 있으면 커피가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간에 좋은 음식 2위에 뽑힌 강황은 흔히 카레로 알려진 음식이다. 항암 음식으로도 널리 전해 오고 있지만 아쉽게도 간에 도움이 된다는 의학적인 관련성은 미약하다. 일반적으로 근염이나 염증에 도움이 된다는 의학적인 근거는 있다.

건강식품에는 언제나 빠지지 않는 브로콜리. 대장암 예방 음식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간에 직접적으로 좋은 효과를 낸다는 의학적 근거는 없다. 박 교수는 “브로콜리를 조금씩 먹는 것은 상관이 없지만 몸에 좋다고 다량으로 먹으면 가스가 많이 발생해 방귀가 많이 생기고 속이 오히려 안 좋을 수 있다”고 말했다.

3위 신선채소는 반드시 깨끗이 씻고 깨끗하게 조리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박 교수는 “간경변, 간염이 심한 환자들은 식중독에 상당히 취약하고 간에도 부담을 많이 준다”면서 “따라서 신선야채라도 살짝 익히거나 데쳐서 먹는 게 오히려 간 건강에 좋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간 건강을 위해 야채를 풍족하게 먹을 수 있으면서 열을 가해 식중독 위험도 감소시킨 음식으로 ‘돌솥비빕밥’을 강력하게 추천했다.

4위 마늘의 경우 고지혈증 환자의 지질을 낮추는 효과는 있다. 그러나 이 역시 간질환을 치료하거나 예방하는 의학적 효과는 거의 없다. 마늘도 많이 먹을 경우 위장에 부담이 될 수 있다. 6위로 꼽힌 비트는 다량으로 섭취할 경우 비트에 있는 나이트로스아민이라는 성분이 발암물질로 전환될 수 있기 때문에 가끔씩 먹는 것이 좋다.
○ 환우들이 생각하는 간에 나쁜 음식 5가지
간환우들은 간에 나쁜 음식으로 ‘술’을 가장 많이 언급했다. 이어 설탕, 농축된 즙, 튀긴 음식, 하얀 밀가루 등의 순이었다. 인스턴트 가공식품, 탄산음료도 있었다.

박 교수는 “간에 나쁘다고 생각한 음식 중에 술과 농축된 즙을 빼고는 간에 직접적 관련이 있는 음식은 없다”고 평가했다. 밀가루도 혈당을 높이거나 비만의 주범이 될 수 있지만 간엔 직접적으로 악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1위로 뽑힌 술에 대해 박 교수는 “과거엔 술병에 ‘과도한 음주는 간경변증이나 간질환, 암을 발생시킨다’는 경고문이 붙어 있었지만 지금은 어떤 이유인지 경고문이 없어졌다”며 “그 대신 뇌졸중이나 치매 관련 경고문이 붙어 있다. 간암 위험을 알려야 하는 입장에서는 아쉬운 대목”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 교수는 “술 한 잔도 간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고 부담이 될 수 있다”며 “‘한 잔의 술은 몸에 좋다’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농축된 즙은 간 전문가들이 간에 나쁜 음식으로 동의하는 대표적인 음식이다. 박 교수는 “모든 식물은 독을 조금씩 갖고 있다. 씁쓸한 맛을 갖고 있는 식물독이 즙을 만듦으로써 농축이 되고, 이를 마시면 간에 무리가 간다”며 “몸에 좋은 즙이라도 간 건강을 위해선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튀긴 음식은 높은 칼로리로 인해 지방간, 지방간염 환자들에겐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 튀긴 음식을 만들다 보면 탄 음식도 생긴다. 튀긴 음식도 되도록 피하는 것이 좋다. 설탕은 간과 특별한 관련이 없다. 다만 당류는 밀가루와 마찬가지로 비만을 일으킨다. 또 혈당을 높이기 때문에 지방간에 영향을 준다. 박 교수는 “음식은 항상 익혀서 골고루 먹는 것을 원칙으로 생활하는 것이 간 건강을 지키는 지름길”이라고 밝혔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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