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물가 충격에 비트코인 9%↓… ‘크립토 윈터’ 장기화

김자현 기자 , 김도형 기자

입력 2022-09-15 03:00 수정 2022-09-1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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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회복세 보이던 비트코인… 다시 주저앉아 2만347달러 거래
글로벌 가상자산 시총 1兆달러 붕괴… 작년 11월 고점대비 3분의 1 토막
주요국 규제 강화… 약세 이어질듯, ‘테라’ 이후 신뢰성 우려도 악재



지난해 10월 비트코인 1000만 원어치를 사들인 회사원 김모 씨(39)는 현재 ―50%를 밑도는 수익률을 보고 있다. 올 들어 계속된 하락장에서도 꾸준히 일정 금액을 매수해 장기 투자하겠다고 생각했지만 최근 이마저도 멈췄다. 김 씨는 “미국발 긴축 우려가 있을 때마다 시장이 발작하는 걸 보니 코인도 쉽게 반등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발 물가 쇼크에 세계 증시가 요동치면서 대표적 위험자산인 가상자산 시장도 일제히 곤두박질쳤다. 비트코인은 3000만 원 선이 다시 붕괴됐고 글로벌 가상자산 시가총액은 고점 대비 3분의 1 토막으로 쪼그라들었다.

가상자산 해킹 등 각종 사건·사고가 발생한 데다 해외 주요국들의 규제까지 강화돼 ‘크립토 윈터’(가상자산의 겨울)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커지고 있다.
○ 최고점 대비 3분의 1 토막
14일 가상자산 정보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이날 오후 3시 현재 전날보다 9.14% 급락한 2만347달러에 거래됐다. 지난해 11월 기록했던 역대 최고가(6만8790달러)와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지난주 미국 증시 상승세에 따라 잠시 회복세를 보였던 비트코인 가격은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미국 소비자물가가 발표되자 다시 주저앉았다.

국내 거래소인 업비트에서도 비트코인은 이날 9.5% 넘게 폭락해 2820만 원대까지 내려앉았다. 이달 12일 한 달여 만에 회복한 3000만 원대를 다시 내준 것이다.

다른 코인들도 줄줄이 하락세를 보였다. 비트코인에 이어 글로벌 시가총액 2위인 이더리움은 6.4% 하락한 1613달러에 거래됐다. 작년 11월 고점(4812달러) 대비 66% 폭락한 수준이다. 리플, 카르다도, 솔라나 등도 5∼10% 급락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1월 2조9700억 달러를 웃돌았던 글로벌 가상자산 시총도 9885억 달러까지 떨어지며 1조 달러 선이 무너졌다. 인플레이션 장기화와 고강도 긴축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주식보다 더 위험한 자산으로 꼽히는 가상자산 시장에서 글로벌 자금이 가장 먼저 빠져나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 외환중개업체 오안다의 에드워드 모야 선임 애널리스트는 “인플레이션 연착륙에 대한 희망이 사라지고 있다”며 “비트코인의 급락은 가상자산이 여전히 고위험 자산이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했다.
○ 길어지는 크립토 윈터
세계 코인 시장을 뒤흔든 ‘루나·테라’ 폭락 사태 이후 연이어 발생한 사고들도 가상자산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이더리움 기반의 파생상품마저 청산될 위기에 놓이면서 코인 대출 서비스를 하는 미국의 셀시우스가 투자자 예치금을 돌려주지 못한 채 7월 파산 절차에 돌입했다. 지난달 초에는 알트코인인 솔라나 기반의 가상자산 지갑이 수십억 원대의 해킹 피해를 입었다.

미국, 싱가포르 등 해외 각국의 가상자산 규제도 강화되는 분위기다. 게리 갠슬러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은 8일(현지 시간) “대부분의 가상자산은 증권으로 분류된다”며 가상자산과 코인 거래소를 연방증권법에 따라 규제할 계획임을 밝혔다. 라비 메논 싱가포르 통화청장도 지난달 “소액 투자자들의 가상자산 접근을 제한하기 위해 강도 높은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가상자산 실물 가치에 대한 논란이 여전한 가운데 각국의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라며 “반등 시점을 점치기 어려운 만큼 투자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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