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업계, 12년만에 무분규 임단협 보인다

김재형 기자

입력 2022-09-07 03:00 수정 2022-09-07 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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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엠 잠정합의안 찬반 투표
기아, 이달내 협상 마무리 가능성
하투 사라지며 실적 향상 이어져
격변시기 노사 대립 줄고 ‘윈윈’



한국지엠 노조가 6일 임단협 잠정합의안에 대한 찬반 투표에 들어갔다. 7일까지 이어질 투표에서 합의안이 가결되면 국내 5개 완성차 업체 중 협상이 끝나지 않은 곳은 기아만 남게 된다. 노조 찬반 투표에서 단협안이 한 차례 부결된 기아도 이달 내 노사협상이 마무리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5개 업체 모두 무분규로 임단협을 끝내면 2010년 이후 12년 만의 일이 된다.

업계에서는 한국지엠 노조의 찬반 투표 결과를 쉽게 예상하기 힘들지만, 가결 가능성이 조금 더 높은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한국지엠 노조가 ‘사측이 진전된 안을 내놓지 않으면 더 이상 교섭은 없다’고 공언한 뒤 양측이 마련한 것이 이번 잠정합의안”이라며 “회사도 기존 제시안 대비 기본급과 격려금을 모두 올려 교섭에 노력을 보인 만큼 노조원들도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로베르토 렘펠 한국지엠 사장도 5일 전 직원에게 “올해의 임단협 타결이 우리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항상 염두에 두고 교섭에 임했다”는 이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달 19일 가장 먼저 임단협을 끝냈다. 현대차 노사는 창사 이후 처음으로 ‘4년 연속 무분규 타결’이란 기록까지 남겼다. 지난해까지 3년 연속 노조가 파업했던 르노코리아도 지난달 말 잠정합의안을 통과시켰다. 쌍용차는 지난해 노사 합의에 의해 임단협 주기를 3년 단위로 조정해 올해 교섭을 하지 않는다.

기아는 노조 찬반 투표 결과 임금안이 가결됐다. 단협안 부결도 장기 근속자에 대한 신차 구입 할인율 등이 쟁점이어서 노사 합의가 곧 이뤄질 것이란 시각이 많다. 추석이란 변수가 있음에도 단협안 재협상이 이달 내 완료될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따라서 한국지엠 잠정합의안이 가결될 경우 올해 완성차 업계의 하투(夏鬪·여름투쟁)는 사실상 ‘무분규’로 막을 내리게 되는 셈이다.

연례행사처럼 이어지던 하투가 사라지면서 완성차 업체들은 실적 향상이라는 결과를 내고 있다. 8월 완성차 업체 대부분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판매량이 10% 이상 늘어나는 성과를 냈다. 통상 8월은 여름휴가 기간인 데다 파업 등에 의한 생산 차질로 완성차 업계의 비수기로 꼽힌다.

현대차는 지난달 수출량 증가세에 힘입어 지난해보다 11.6% 늘어난 33만4794대를 팔았다. 기아의 판매량(23만9887대)은 전년 동기 대비 10.4% 증가했다. 한국지엠(1만8208대)과 르노코리아자동차(1만1622대)도 각각 9.6%, 31.4%가 상승했다. 쌍용차는 1만675대를 나타내며 2개월 연속 월간 판매량 ‘1만 대’를 넘겼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올해 완성차 노조 집행부 성향이 강성이라고는 해도 부품 공급난에 전동화 기조가 거세게 부는 등 대외 경제 환경이 악화하면서 전면 파업과 같은 극단적인 움직임을 보이긴 힘들었을 것”이라며 “지금과 같은 격변의 시기에 노사 간의 극단적 대립은 당분간 줄어드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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