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대출금리 5% 초읽기… 1%P 오르면 年 9兆 ‘이자폭탄’

정임수기자 , 주애진기자 , 박희창기자

입력 2017-03-17 03:00:00 수정 2017-10-16 19:2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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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금리 인상]韓대출금리 끌어올리는 美금리인상
美연준 2019년 3%까지 올릴 전망… 한국 2금융권 금리도 일제히 뛰어
저소득층-자영업자 빚 눈덩이 우려

美금리 하반기 한국보다 높아질 듯
국내 외국인 투자자금 썰물 가능성… 한은, 자본유출 막으려 금리 올리면
경기침체-부채대란 올까봐 고민중




미국이 본격적인 금리 인상 궤도에 올라타면서 5%대에 육박하고 있는 국내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승세에도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경기 침체가 길어지는 가운데 ‘금리의 공습’이 본격화하면 빚을 늘려온 서민층과 자금 사정이 열악한 중소기업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우려된다.

무엇보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경제 보복,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같은 대외 변수와 맞물려 중장기적으로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이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 제2금융권 금리도 일제히 치솟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15일(현지 시간) 3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한 데 이어 올해 최소 2차례 추가 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2019년까지 매년 3차례씩 금리를 올리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이대로라면 제로금리를 탈출한 지 1년 3개월 만에 1%대에 진입한 미국 기준금리가 내년 2%대를 거쳐 2019년 3%까지 오르게 된다. 미국의 경제 회복세가 예상보다 좋으면 금리 인상 속도는 더 빨라질 수도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한국의 대출 금리도 끌어올리고 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연 1.25%로 9개월째 제자리지만 국내 금융권의 대출 금리는 미국의 금리 인상을 반영해 빠르게 오르고 있다. 신한은행의 주택담보대출(고정금리·5년 혼합형)의 최고 금리는 지난달 말 연 4.43%에서 16일 4.54%로 뛰었다. KEB하나은행의 최고 금리도 같은 기간 4.68%에서 4.79%로 0.1%포인트 이상 올랐다.

이 속도라면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조만간 연 5%대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1억 원을 빌리면 연 500만 원 이상 이자를 물게 되는 것이다. 은행 대출 문턱을 넘지 못한 자영업자나 서민층이 몰리고 있는 제2금융권 금리도 일제히 치솟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저축은행의 일반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지난해 12월 22.39%에서 올 1월 22.88%로 0.49%포인트 뛰었다. 김동원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는 “대출 금리가 이렇게 뛰면 취약 대출자들이 견디지 못한다. 가계 소득이 정체된 데다 부동산 시장도 침체기에 접어들고 있어 가계부채 문제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은은 대출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가계의 이자 부담이 연간 9조 원 늘어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무엇보다 저신용·저소득층, 다중채무자, 영세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은 금리가 조금만 올라도 대출 연체나 파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대출 금리가 0.1%포인트만 상승해도 자영업자 폐업 위험이 7.0∼10.6%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날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앞으로 매주 가계부채 동향을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풍선효과’로 대출자가 몰리는 상호금융권 가계대출 증가 속도를 한 자릿수 이내로 관리하겠다는 방침도 내놨다. 상반기(1∼6월)에 자영업자 대출 관리 및 지원 대책도 마련할 계획이다.


○ 한은, 통화정책 딜레마

이번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한국과 미국 양국 간 금리 격차는 0.25%포인트로 좁혀졌다. 연준이 시사한 대로 올해 2차례만 금리를 더 올려도 양국 간 기준금리가 역전된다.

이렇게 되면 미국보다 높은 금리를 고려해 국내에 들어왔던 외국인 주식·채권 등 투자자금(2월 말 현재 약 599조 원)이 이탈할 우려가 높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미국 1년물 국채금리가 0.25%포인트 오르면 국내에 들어온 외국인 주식 투자자금이 3개월 뒤 3조 원 정도 유출된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풍부한 외화 유동성과 외환보유액, 경상수지 흑자 추세 등에 힘입어 자본 유출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지난해 12월 미국 금리 인상 이후에도 외국인 투자가들은 4개월 연속 국내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이에 대해 김천구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현 상황만 보면 안정적으로 보이지만 앞으로 미국이 금리를 더 올리면 언제든 외국인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무엇보다 중국의 사드 보복,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으로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훼손되면 외국인 자금 이탈 규모가 커질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자본 유출을 막으려면 금리를 올려야 하지만 금리 인상이 경기 회복의 불씨를 꺼뜨리고 빚 부담이 큰 한계가구와 한계기업의 줄도산 사태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장병화 한은 부총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미국이 금리를 올렸다고 한은이 기준금리를 기계적으로 올리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13곳 중 11곳은 연내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한은이 미국 금리 인상과 보조를 맞춰 연말쯤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딜레마에 빠진 한은이 당분간 기준금리는 손대지 못하더라도 시중금리가 빠르게 높아지지 않도록 금융중개지원대출 등을 통해 시중 유동성을 꾸준히 공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임수 imsoo@donga.com·주애진 / 세종=박희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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