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소세 인하, 수입차만 덕 봤다

동아일보

입력 2012-10-09 03:00 수정 2012-10-09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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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만2123대… 월판매 최고
국산차는 작년比 7.9% 감소


침체된 국내 자동차 산업의 활성화를 목표로 정부가 지난달부터 올해 말까지 시행하는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의 최대 수혜자는 수입차인 것으로 나타났다. 수백억 원의 세수입이 줄어드는 것을 감수한 정부의 개소세 인하 조치가 오히려 국산차의 입지를 좁히는 결과를 낳은 셈이다.

8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신규 등록 수입차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20.6% 증가한 1만2123대로 월간 기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종전 기록은 5월의 1만1708대였다. 윤대성 수입차협회 전무는 “최근 쏟아진 신차가 세금 인하라는 호재를 만나 판매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지난달 국산차 판매는 11만6484대(상용차 포함)로 작년 동기보다 7.9% 감소했다. 현대·기아자동차 등 국산차 회사들은 세금 인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자체적인 추가 할인까지 내세웠지만 부진을 극복하지 못했다.

승용차 시장만 놓고 보면 수입차 점유율은 10.1%에 달했다. 1∼9월 트럭이나 버스 등 상용차를 제외한 국산 승용차의 판매대수는 지난해보다 6.6% 감소한 85만2514대다. 같은 기간 팔린 수입차는 20.1% 늘어난 9만5706대.

수입차 판매는 3월부터 7개월 연속 월 1만 대를 넘겼다. 특히 하반기 각종 신차가 집중적으로 출시되고 있고, 연말까지인 세금 인하 혜택을 보기 위해 매장을 찾는 소비자들의 발걸음도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되면 올해 수입차 판매는 당초 전망치였던 11만9000대를 넘어 연간 13만 대 고지도 넘볼 것으로 수입차 업계는 보고 있다.

수입차 판매 증가의 배경은 △자유무역협정(FTA) 발효에 따른 관세 혜택 △한시적인 개소세 인하 △규모의 경제를 이룬 수입차 업체의 공격적 마케팅 △다양한 디자인과 고성능 신차 △국산차를 벗어나고 싶은 소비자의 욕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국산차 회사들의 위기감은 깊어지고 있다. 20여 개에 이르는 수입차 브랜드는 매달 4, 5종 이상의 신차나 성능 개선 모델을 내놓고 있다. 반면 5개 국내 자동차 회사가 내놓는 차종은 1, 2종에 불과한 실정이다.

수입차에 대응하기 위해 개발한 기아차 ‘K9’ 등 고급차도 시장의 외면을 받고 있다.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상품성 강화를 이유로 지속적으로 가격을 높여온 국산차 업체들이 결과적으로 수입차에 의한 시장 잠식을 자초했다”며 “근본적으로 왜 소비자들이 수입차를 선택하는지 그 마음을 읽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진석 기자 ge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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