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자동차 광고모델의 변천은 곧 한국미녀의 변천사
동아일보
입력 2012-06-21 03:00 수정 2012-06-21 14:05
선우용녀에서 김태희까지, 코티나부터 뉴 캠리까지… ‘So Hot!’
《‘선우용녀에서 김태희까지.’ 한국 자동차 광고모델의 변천사는 자동차산업의 성장사만큼이나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였다. 자동차는 일반 소비자가 구입할 수 있는 가장 비싼 소비재에 속한다. 이에 따라 자동차를 소개하는 모델 또한 당대의 톱스타가 주를 이뤘다. 이제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 자동차와 모델이 담긴 빛바랜 사진들을 들춰보며 시간여행을 떠나보자.》
1971년 현대자동차가 미국 포드자동차의 기술을 이용해 조립 생산한 1.6L급 준중형 세단 ‘뉴 코티나’의 신차발표회 현장.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탤런트 선우용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별도의 광고를 촬영한 것은 아니지만, 한국 자동차산업이 태동하던 당시 상황에 비춰볼 때 자동차와 톱스타의 만남은 그 자체만으로도 무척이나 이례적인 일이었던 게 분명하다. 사진 속 구름처럼 몰려든 관중을 보면 말이다.
인기 연예인이 본격적으로 자동차 광고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부터다. 이전까지는 ‘자동차는 과소비를 조장한다’는 사회의식이 자리잡고 있어 대형 광고가 쉽지 않았다. 현대차는 1992년 고급 대형세단인 ‘뉴 그랜저’ 신차발표회에 탤런트 김희애를 등장시켜 화제를 모았다.
같은 해 기아자동차는 준중형차 ‘세피아’ 광고 모델로 탤런트 채시라를, 아시아자동차(1997년 기아차에 인수)는 1994년 경트럭 ‘타우너’ 광고 모델로 고(故) 최진실을 기용했다. 최 씨는 타우너 광고를 인연으로 1997년 경영난을 겪던 기아차의 승합차 ‘카니발’ 광고에 무료로 출연하기도 했다. 진념 당시 기아그룹 회장(전 부총리)은 최씨에게 식사를 대접하고 카니발 1대를 증정하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차범근 전 축구국가대표 감독도 현역으로 활동하던 당시 기아차 광고에 무료로 나서며 힘을 보탰다.
○ 스포츠 스타·아동용 캐릭터로 다변화… 사장님까지 등장
초창기 단순히 제품만을 내세우던 자동차 광고는 연예인과 운동선수, 만화 캐릭터로 그 주인공을 점차 바꾸어 나갔다. 해외 스포츠스타가 국내 광고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1995년 현대차의 소형차 ‘엑센트’ 광고에는 키 160cm로 미국프로농구(NBA) 역사상 최단신 농구선수였던 타이론 보그스가 등장했다. 현대차는 1996년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캐릭터 ‘씽씽이’를 광고 모델로 내세웠다. 씽씽이는 이후에도 현대차의 각종 어린이 대상 행사에 출연하며 10년 넘게 장수했다.
스포츠스타의 자동차 광고는 점차 늘어났다. 전 국가대표 축구선수인 안정환이 1998년 대우자동차 ‘라노스’ 광고에 출연했고, 2000년 현대차 ‘EF쏘나타’ 광고에는 당시 전북 현대모터스에서 뛰던 김도훈 전 축구 국가대표가 나왔다. 이후 종합격투기 선수 추성훈(기아차), 피겨스케이트 선수 김연아(현대차)도 자동차 광고를 맡았다.
자동차업체 사장이 직접 광고에 나선 적도 있다. 대우자동차(현 한국GM)의 김태구 전 사장은 1993년 자사 광고에 직접 출연했다. “요즘 대우차 타보셨습니까”라며 개선된 품질을 강조하던 김 전 사장의 모습은 당시 화제가 됐다. 2003년에도 한국GM의 전신인 GM대우의 닉 라일리 전 사장이 자사 광고에 출연해 “우리들의 열정으로”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남겼다. 쌍용자동차는 2003년 대형세단 ‘체어맨’ 신문광고에 ‘조니워커’로 유명한 주류회사인 디아지오코리아의 루츠 드숌프 전 사장을 모델로 쓰기도 했다.
2000년대 들어서도 자동차업체들의 주요 모델 광고는 톱스타들의 몫이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화제를 낳았던 것은 2008년 인기가수 서태지가 출연한 GM대우의 중형차 ‘토스카 프리미엄6’ 광고였다.
그는 자신의 첫 번째 자동차 광고를 위해 자신의 곡을 편곡하고 광고 속에서는 직접 피아노를 연주하는 모습을 선보였다. 광고업계에 따르면 서태지의 이 광고 출연료는 최소 10억 원 수준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르노삼성자동차는 2010년 배우 고현정, 영화감독 봉준호 등을 기용한 중형세단 ‘뉴 SM5’의 시리즈 광고물을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었다.
국내 자동차업체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톱스타 광고 기용에도 이변이 일어났다. 지난해 말 일본 도요타자동차의 한국법인인 한국토요타는 중형세단 ‘뉴 캠리’ 광고 모델로 배우 김태희를 발탁했다. 그는 광고 1건당 수억 원 대의 출연료를 받는 ‘A급 모델’로 분류된다. 수입차업체가 김태희와 같은 톱스타를 광고에 기용한 것은 처음으로, 최근 가파르게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수입차의 달라진 위상을 상징하는 ‘사건’이기도 했다.
이진석 기자 gene@donga.com
《‘선우용녀에서 김태희까지.’ 한국 자동차 광고모델의 변천사는 자동차산업의 성장사만큼이나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였다. 자동차는 일반 소비자가 구입할 수 있는 가장 비싼 소비재에 속한다. 이에 따라 자동차를 소개하는 모델 또한 당대의 톱스타가 주를 이뤘다. 이제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 자동차와 모델이 담긴 빛바랜 사진들을 들춰보며 시간여행을 떠나보자.》
▲ ‘뉴 코티나’ 선우용녀
○ 한국 최초의 자동차 모델은 선우용녀?1971년 현대자동차가 미국 포드자동차의 기술을 이용해 조립 생산한 1.6L급 준중형 세단 ‘뉴 코티나’의 신차발표회 현장.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탤런트 선우용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별도의 광고를 촬영한 것은 아니지만, 한국 자동차산업이 태동하던 당시 상황에 비춰볼 때 자동차와 톱스타의 만남은 그 자체만으로도 무척이나 이례적인 일이었던 게 분명하다. 사진 속 구름처럼 몰려든 관중을 보면 말이다.
인기 연예인이 본격적으로 자동차 광고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부터다. 이전까지는 ‘자동차는 과소비를 조장한다’는 사회의식이 자리잡고 있어 대형 광고가 쉽지 않았다. 현대차는 1992년 고급 대형세단인 ‘뉴 그랜저’ 신차발표회에 탤런트 김희애를 등장시켜 화제를 모았다.
같은 해 기아자동차는 준중형차 ‘세피아’ 광고 모델로 탤런트 채시라를, 아시아자동차(1997년 기아차에 인수)는 1994년 경트럭 ‘타우너’ 광고 모델로 고(故) 최진실을 기용했다. 최 씨는 타우너 광고를 인연으로 1997년 경영난을 겪던 기아차의 승합차 ‘카니발’ 광고에 무료로 출연하기도 했다. 진념 당시 기아그룹 회장(전 부총리)은 최씨에게 식사를 대접하고 카니발 1대를 증정하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차범근 전 축구국가대표 감독도 현역으로 활동하던 당시 기아차 광고에 무료로 나서며 힘을 보탰다.
▲ ‘토스카 프리미엄6’ 서태지 (좌), ‘SM5’ 고현정 (우)
○ 스포츠 스타·아동용 캐릭터로 다변화… 사장님까지 등장
초창기 단순히 제품만을 내세우던 자동차 광고는 연예인과 운동선수, 만화 캐릭터로 그 주인공을 점차 바꾸어 나갔다. 해외 스포츠스타가 국내 광고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1995년 현대차의 소형차 ‘엑센트’ 광고에는 키 160cm로 미국프로농구(NBA) 역사상 최단신 농구선수였던 타이론 보그스가 등장했다. 현대차는 1996년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캐릭터 ‘씽씽이’를 광고 모델로 내세웠다. 씽씽이는 이후에도 현대차의 각종 어린이 대상 행사에 출연하며 10년 넘게 장수했다.
스포츠스타의 자동차 광고는 점차 늘어났다. 전 국가대표 축구선수인 안정환이 1998년 대우자동차 ‘라노스’ 광고에 출연했고, 2000년 현대차 ‘EF쏘나타’ 광고에는 당시 전북 현대모터스에서 뛰던 김도훈 전 축구 국가대표가 나왔다. 이후 종합격투기 선수 추성훈(기아차), 피겨스케이트 선수 김연아(현대차)도 자동차 광고를 맡았다.
자동차업체 사장이 직접 광고에 나선 적도 있다. 대우자동차(현 한국GM)의 김태구 전 사장은 1993년 자사 광고에 직접 출연했다. “요즘 대우차 타보셨습니까”라며 개선된 품질을 강조하던 김 전 사장의 모습은 당시 화제가 됐다. 2003년에도 한국GM의 전신인 GM대우의 닉 라일리 전 사장이 자사 광고에 출연해 “우리들의 열정으로”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남겼다. 쌍용자동차는 2003년 대형세단 ‘체어맨’ 신문광고에 ‘조니워커’로 유명한 주류회사인 디아지오코리아의 루츠 드숌프 전 사장을 모델로 쓰기도 했다.
▲ ‘뉴 캠리’ 김태희
○ ‘성장일로’ 수입차업체도 톱스타 기용2000년대 들어서도 자동차업체들의 주요 모델 광고는 톱스타들의 몫이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화제를 낳았던 것은 2008년 인기가수 서태지가 출연한 GM대우의 중형차 ‘토스카 프리미엄6’ 광고였다.
그는 자신의 첫 번째 자동차 광고를 위해 자신의 곡을 편곡하고 광고 속에서는 직접 피아노를 연주하는 모습을 선보였다. 광고업계에 따르면 서태지의 이 광고 출연료는 최소 10억 원 수준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르노삼성자동차는 2010년 배우 고현정, 영화감독 봉준호 등을 기용한 중형세단 ‘뉴 SM5’의 시리즈 광고물을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었다.
국내 자동차업체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톱스타 광고 기용에도 이변이 일어났다. 지난해 말 일본 도요타자동차의 한국법인인 한국토요타는 중형세단 ‘뉴 캠리’ 광고 모델로 배우 김태희를 발탁했다. 그는 광고 1건당 수억 원 대의 출연료를 받는 ‘A급 모델’로 분류된다. 수입차업체가 김태희와 같은 톱스타를 광고에 기용한 것은 처음으로, 최근 가파르게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수입차의 달라진 위상을 상징하는 ‘사건’이기도 했다.
이진석 기자 ge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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