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당했을 때만 실업급여 신청? ‘자발적 사직’도 받을 수 있어요

송혜미 기자

입력 2021-03-02 03:00:00 수정 2021-03-04 19: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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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노동잡학사전]〈1〉실업급여 수급 자격
장기간 휴직으로 월급 줄어들고, 출퇴근 힘들어 사표 내도 가능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 받거나, 주52시간 이상 근무 회사도 포함


올 1월 서울 마포구 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를 찾은 실직자들이 구직급여(실업급여) 설명회가 시작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실업급여는 비자발적 실업자에게 주는 돈이지만 예외적인 경우 자발적 실직자에게도 지급한다. 김재명기자 base@donga.com

《까다로운 수당 신청 조건부터 알쏭달쏭한 취업 지원 제도까지. 누구나 궁금해하는 생활 속 노동정보를 알기 쉽게 정리한 ‘2021 노동잡학사전’을 연재합니다.》

1년간 서울의 한 중소기업 계약직으로 일한 김은정(가명·22) 씨는 최근 일을 그만두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무급휴직 날짜가 늘어나면서 서울의 생활비를 감당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입니다.

김 씨는 자신이 구직급여(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일단 계약한 2년을 채우지 못했습니다. 또 월급이 줄어서 어쩔 수 없어 내린 결정이지만 ‘자발적인 사직’이기도 합니다.


○월급 줄어 ‘사표’엔 실업급여 수령 가능
1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고용보험에 가입한 근로자라면 김 씨 같은 경우에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실업급여 액수와 수급 기간은 실직 전의 임금과 일한 기간에 비례합니다. 하루 6만120원에서 6만6000원을 최소 120일, 최대 270일간 받을 수 있습니다.

실업급여를 받는 데는 크게 세 가지 조건이 붙습니다. 우선 실직 이전 18개월 동안 180일 이상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어야 합니다. 두 번째로는 자신의 의사에 반해 일자리를 잃었는지 여부입니다. 통상 해고나 권고사직을 당한 경우나 계약기간이 만료된 경우 등입니다. 셋째는 다시 일할 의지와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김 씨처럼 스스로 사표를 낸 자발적 실업이라도 실업급여를 받는 ‘예외’가 있습니다. 누구든 이런 상황에서는 일을 그만둘 것이라고 인정할 수 있는 경우입니다. 김 씨는 계속된 무급휴직으로 생활이 어려워졌기 때문에 누가 보더라도 다른 일자리를 찾는 게 나은 경우죠.

다만 이런 경우라도 회사의 휴업, 휴직으로 월급이 평소의 70% 미만으로 줄어야 합니다. 월급이 줄어든 달이 최근 1년 사이 2개월 이상 있어야 합니다. 급여가 깎인 달이 연속될 필요는 없고, 합쳐서 2개월이면 됩니다.

예를 들어 A 씨가 코로나19 확산 이후 회사 방침에 따라 2개월 동안 한 달에 2주씩 무급휴직을 했다면 스스로 사표를 내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월급이 평소의 70% 미만, 급여가 줄어든 달이 1년 사이 2개월 이상 등 두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합니다. 하지만 만약 똑같이 4주 무급휴직을 했더라도 한 달만 내리 쉬었다면 실업급여를 받기 어렵습니다.

이사로 인해 출퇴근이 힘들어져 사표를 내도 실업급여를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고용노동부는 ‘버스나 지하철 등 통상의 교통수단으로 사업장 왕복에 드는 시간이 3시간 이상인 경우’에 실업급여 수급 자격을 인정합니다. 단, 배우자나 부양해야 하는 가족과 함께 살기 위해 이사를 가는 경우여야 합니다. 회사가 이전하거나 근로자가 다른 지역 사업장으로 전근을 발령받아 출퇴근에 3시간 이상 걸려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습니다.

학교 기숙사에 살며 학업과 일을 병행하는 대학생 B씨가 있습니다. 만약 B씨의 회사가 지역을 옮기게 된다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을까요. 대학생은 기숙사에 전입신고를 하지 않아 거주지 이전 사실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런 경우는 기숙사 입·퇴소를 입증할 만한 서류를 받으면 됩니다. 꼭 등본이 아니더라도 거주지 이전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를 폭넓게 인정하고 있습니다.

최근 1년간 두 달 이상 주 52시간을 지키지 않은 사업장에서 일했다면 자진 퇴사해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습니다. 법정 근로시간을 적용받지 않는 5인 미만 회사 직원이 주52시간 넘는 격무에 시달려 사표를 냈다면 어떨까요. 이 경우에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는 게 일반적인 해석입니다. 근로기준법 위반은 아니지만, 누구든 같은 상황에서 일을 그만둘 것이라고 인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1년 동안 두 달 이상 최저임금 미만의 임금을 받았거나 임금체불을 당해 사표를 내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아파서 퇴사하면 치료 후 신청해야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해 더 이상 회사를 다니기 어려운 경우에도 실업급여 수급 자격이 인정됩니다. 물론 “상사에게 괴롭힘을 당했다”는 주장만으로는 수급 자격을 인정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실을 증명할 자료가 필요합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직장 내 괴롭힘을 회사나 고용부에 신고하는 것입니다. 조사 결과 괴롭힘이 드러나고, 이로 인해 회사를 더 다닐 수 없다는 사실이 인정되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신고가 어렵다면 실업급여를 신청할 때 괴롭힘 정황이 담긴 문자메시지나 녹취 등의 증거를 제출하면 됩니다. 관할 고용센터에서 논의한 뒤 수급 자격 인정 여부를 결정하게 됩니다.

일할 수 없을 정도로 다치거나 아파서 퇴사하는 경우에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습니다. 다치거나 아파서 업무 수행이 불가능하다는 내용의 진단서가 있어야 합니다. 또 회사에서 휴직, 병가를 주거나 다른 직무로 전환해주기 어렵다는 의견서를 써줘야 합니다. 이때 주의해야 할 점은 병이 어느 정도 나은 후에야 실업급여 수급 자격이 인정된다는 점입니다. 실업급여는 실직자가 다시 일하는 것을 전제로 주는 돈인 만큼 병이 아직 낫지 않았다면 ‘일할 능력’이 없는 것으로 판단합니다. 부모님이나 함께 사는 가족이 아파 한 달 이상 간호해줘야 하는데, 회사 사정상 휴직이 어려워 사표를 내도 실업급여 수령이 가능합니다.

실업급여에 관한 더 자세한 정보는 고용보험 온라인 서비스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기존에는 회원 가입, 실명 인증 등 4단계 절차를 거쳐야 했지만, 2일부터는 이용 절차가 간소화돼 한 번의 인증으로 실업급여 수급 자격을 확인하고 신청하는 게 가능해졌습니다. 공동인증서, 금융인증서 등이 필요하니 미리 준비해야 합니다.

송혜미 기자 1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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