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가 망하겠어요?”…증권사, 단기채권 불완전판매 논란
강우석 기자
입력 2025-03-11 20:31 수정 2025-03-11 20:35
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홈플러스 영등포점 모습. 2025.3.4. 뉴스1서울 강남구에 거주하는 심모 씨(64)는 1년 반 전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의 권유를 받고 ‘카드대금 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전단채)’에 1억 원을 투자했다. 만기는 3개월, 금리는 연 6.8%였다. 심 씨는 만기가 돌아올 때마다 받은 원금과 이자를 계속해서 동일한 전단채에 재투자했다. PB가 ‘홈플러스는 업계 2위 유통 회사라 망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기 때문. 심 씨는 “금융을 모르는 사람들이 이해하기 힘든 구조의 상품이라는 걸 최근에 나오는 기사를 보면서야 알게 됐다”며 “우수 고객에게만 소개하는 특판 상품이라고 강조했을 뿐 구체적인 특징, 위험 요인 등을 안내받지 못했다”고 했다.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간 홈플러스의 단기채권이 증권사 창구에서 상당 규모가 판매된 가운데 이 상품에 가입한 개인 투자자들은 ‘불완전판매’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시장과 최소한의 소통조차 없이 돌연 회생을 신청한 홈플러스와 대주주 MBK파트너스에 근본적인 책임이 있다며 소송도 검토하는 분위기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가 발행한 단기채권(기업어음 및 전단채) 잔액은 총 6000억 원 규모다. 이 중 절반 정도가 증권사 일선 지점 창구에서 개인·법인 투자자에게 팔린 것으로 추정된다. 기업회생에 돌입한 홈플러스의 금융채무가 동결되면서 이 채권에 투자한 고객들의 돈이 묶였고 향후 손실 가능성도 커진 상황이다. 몇몇 자산운용사들도 홈플러스 단기채를 펀드에 담아뒀는데 이번 회생 신청 이후 해당 채권을 상각 처리했다.
개인 투자자들은 홈플러스 전단채를 판매한 증권사들의 불완전판매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 전단채는 홈플러스와 거래하는 카드사들이 빠른 정산을 위해 홈플러스의 카드대금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삼아 만든 금융상품이다. 경기 성남시 소재 증권사 지점에서 관련 상품에 가입한 최모 씨(55)는 “‘원금을 잃을 가능성이 거의 없으니 안심하셔도 됩니다’라고 했는데 이런 상황이 펼쳐질 줄은 몰랐다”며 “자산유동화증권은 물론이고 유동화 전단채에 대해 (직원으로부터) 상세히 설명 들은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증권사들은 고객들이 손실을 입지 않도록 홈플러스와 협의하겠다면서도 내심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홈플러스의 예기치 않은 회생 신청이지 불완전판매가 아니라는 얘기다.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고위험 상품 판매 시 고객의 위험 성향, 투자 의지, 상품 구조 등을 꼼꼼히 확인하는 체계를 마련한 상태”라며 “일부 직원이 부족하게 설명한 경우가 없진 않겠지만, 최소 가입 단위가 1억 원 이상의 상품에서 불완전판매가 구조적으로 팽배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대형 증권사의 20년 차 PB는 “전단채, 기업어음을 3개월 단위로 반복해서 투자하는 건 고객들 사이에서 대단히 보편적인 투자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홈플러스 단기채권을 펀드에 담은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회생 신청 전날까지 단기어음을 발행한 홈플러스와 MBK파트너스의 무책임한 경영 활동이 본질이며 이와 관련된 금융사들도 피해자에 가깝다”며 “소송도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는 18일 ‘홈플러스·MBK파트너스 사태에 대한 긴급 현안질의’를 열기로 하고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과 조주연 홈플러스 공동대표 등 5명을 증인으로 부르기로 했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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