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5조원 반도체 투자때…韓 지원금 2300억 美 1.7조-日 2.5조

홍석호 기자

입력 2024-03-27 03:00 수정 2024-03-2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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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의 반도체 투자에 대한 지원금이 미국, 일본보다 크게 부족한 것으로 분석됐다. 올해 말 국내 반도체 설비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지원이 일몰될 경우 한국에서 받을 수 있는 지원금은 미국과 일본의 10% 안팎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동아일보가 한미일 3개국의 반도체 관련 법안을 바탕으로 5년 동안 총 5조 원을 투자해 반도체 공장을 새로 짓는 기업의 가상 사례를 분석한 결과, 한국에서 받을 수 있는 지원금 규모는 세액공제 2300억 원뿐인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미국에서는 세액공제와 보조금을 합쳐 최대 1조7500억 원, 일본에서는 최대 2조5000억 원의 보조금을 지원받는 것으로 분석됐다. 가상 기업은 건물·토지에 1조5000억 원, 장비에 3조5000억 원을 지난해부터 2027년까지 매년 1조 원씩 투자하고, 2020∼2022년 투자는 없었다고 가정했다.

올해 말 조세특례제한법상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세액공제 조항이 일몰되면 내년부터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이 15%에서 3%로 쪼그라든다. 그 영향으로 반도체 기업들은 5년간 2300억 원만 지원받을 수 있다. 다만 조특법 개정안이 통과돼 공제율이 15%로 유지되면 5년간 세액공제 지원은 7250억 원으로 늘어난다. 하지만 여전히 미국과 일본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보조금 업은 日반도체 경쟁력 8% ‘쑥’… 韓업계 “세액공제 연장을”



韓지원금 2300억-美1.7조-日2.5조
美, 투자액 10% 보조-세액공제 25%
日, 최대 50%까지 보조금 법안 마련
韓, 전략기술 세액공제 올해 말 일몰
“공제 연장+경쟁국 수준 지원 필요”


“반도체 전쟁은 ‘쩐의 전쟁’입니다. 일본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체들처럼 설비 투자의 최대 50%를 보조금으로 받으면 원가경쟁력이 7∼8% 개선되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경쟁력은 곧 시장점유율로 이어집니다.”

국내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반도체 보조금이 불러오는 연쇄 작용에 대해 26일 이같이 설명했다. 수조 원에서 수십조 원 단위의 투자가 이뤄지는 반도체 업계에서는 국가별 지원금의 차이가 투자처를 결정하는 주요 변수가 된다는 것이다. 반도체 제조뿐 아니라 소부장 등 후방 생태계도 마찬가지다.


● 투자 초기부터 보조금 주는 美日

미국은 2022년 ‘칩스법’을 통과시켜 527억 달러(약 70조7234억 원) 규모의 지원에 나섰다. 칩스법은 반도체 투자금액의 10% 이상을 보조금으로 지급하고 최대 25% 세액공제를 지원한다. 이에 따라 미국에 지난해부터 5년간 총 5조 원을 투자한다면 최대 1조2500억 원의 세액공제와 5000억 원 이상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해당 제도는 반도체 제조에 그치지 않고 소부장에도 적용된다. 미국은 2022년 12월 글로벌 3위 웨이퍼 제조사 대만 글로벌웨이퍼스가 텍사스주에 50억 달러(약 6조7000억 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히자 보조금과 세액공제 혜택을 약속했다.

일본은 경제안정보장촉진법, 5세대(5G) 통신 촉진법 등을 통해 반도체 투자에 최대 50%의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5조 원을 투자하는 경우 최대 2조5000억 원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지난해 7월 글로벌 반도체 웨이퍼 점유율 2위 기업인 일본 섬코는 300mm 웨이퍼 공장을 증설하면서 투자액 2250억 엔(약 1조9944억 원)에 대한 보조금 750억 엔을 지원받았다. 반도체 기판 제조업체 이비덴은 405억 엔, 신코는 178억 엔의 보조금을 받았다. 새 공장 건물과 생산설비에 투입한 투자 비용의 3분의 1 규모다.

유럽연합(EU)은 ‘EU 칩스법’을 통해 총 430억 유로(약 62조 원) 규모의 보조금을 지급할 근거를 마련했다. 구체적인 보조금 산정 기준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각국 정부에 따라 최대 50%까지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은 연구개발비에 대해 최대 25%, 장비투자에 대해 5%의 세액공제를 지원한다. 대기업 8곳만 지원받게 됐지만 ‘반도체는 안보’라는 인식하에 법안을 통과시켰다.


● 韓 세액공제 일몰되면 공제율 15%→3%

반면 한국은 대기업 특혜 논란 탓에 보조금 논의가 공론화되지 못하고 있다. 직전 3년 평균 투자보다 추가로 투자한 금액에 10% 세액공제를 추가 제공하는 ‘임시투자세액공제’는 이미 만료됐다.

이에 더해 국가전략기술에 대해 세액공제를 해주는 조세특례제한법 조항이 올해 말 일몰을 앞두고 있다.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해당 조항이 연장되지 않을 경우 반도체는 ‘국가전략기술’이 아닌 ‘신성장·원천기술’에 해당돼 세액공제율이 15%에서 3%로 줄어든다.

정부는 올해 세법개정안에 투자세액공제를 연장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여야 모두 제도 연장에 긍정적인 분위기다. 다만 반도체 업계에서는 세액공제 연장을 넘어 경쟁국과 비슷한 수준의 지원이 이뤄져야 반도체 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한국의 경우 최저한세(최소한으로 납부해야 하는 세금) 제도가 있어 법에 정한 세액공제보다 더 적은 금액을 지원받는다”며 “더구나 실제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투자 초기에는 제대로 된 지원을 받기 힘들다”고 말했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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