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3년 ‘운동 멀리’… 비만인구 3.3%P 증가

조건희 기자 , 김소영 기자

입력 2023-06-05 03:00 수정 2023-06-07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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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움직입시다]〈上〉 나쁜 건강습관과도 헤어질때




“팬데믹이 끝났지만 진짜 ‘건강 위협’에서 벗어나야 하는 건 지금부터입니다.”

1일 방역 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경보 단계를 ‘심각’에서 ‘경계’로 내리며 팬데믹은 사실상 종료됐다. 하지만 건강하게 먹고 움직이는 습관은 아직 돌아오지 않은 탓에 만성질환이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무너진 건강 습관을 바로잡지 않으면 개인과 사회가 큰 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질병관리청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국내 만 19세 이상 성인 가운데 비만 인구의 비율은 37.1%로,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 33.8%보다 3.3%포인트나 증가했다. 만성질환 유병률뿐만이 아니다. 식습관과 운동 습관, 흡연·음주 행태 등 모든 건강지표가 일제히 악화됐다. 원영준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저출생 고령화로 의료비 지출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지금 당장 움직여서’ 만성질환을 예방하는 건 국가적 과제”라고 말했다.


걷기 4.3%P 줄고 육류 1kg 더 먹어… 40대男 절반 복부비만


‘하루 30분 걷기’ 고령층이 더 실천
4명중 1명꼴 지방 과다섭취
회식 줄었지만 ‘혼술 폭음’ 늘어
비만-당뇨병 유병률 모두 증가

아침에 샤워를 하러 욕실에 들어가 거울 앞에 선 나건강 씨(45)는 불룩하게 나온 뱃살을 보고 흠칫 놀랐다. 숨을 멈추고 배를 집어넣어 봐도 두 손 가득 잡히는 두툼한 옆구리살은 숨길 수 없었다. 평소 입던 35인치(약 89cm) 바지는 허리가 꽉 낀 지 오래다. 나 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이후 ‘확찐자’(살이 갑자기 찐 사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나 씨는 코로나19 유행 전과 후의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를 반영해 전문가들과 함께 만든 가상의 인물이다. 40대 남성 가운데 나 씨처럼 허리둘레가 90cm(여성은 85cm)가 넘는 복부비만인의 비율은 2021년 46.6%로 집계됐다. 2년 전인 2019년 39.9%보다 6.7%포인트나 증가했다. 전 국민의 일상을 뒤흔든 코로나19 이후 한국인의 건강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나 씨의 하루를 따라가며 질병관리청 2021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국내 만 19세 이상 성인의 건강 행태를 코로나19 유행 전인 2019년과 비교해 봤다.


# 오전 8시: 택시 타고 출근

나 씨는 집 앞 헬스장을 지나쳐 택시 승장강으로 향했다. 코로나19 전에는 트레드밀(러닝머신)에서 걸으며 아침 뉴스라도 보는 게 일상이었지만, 사회적 거리 두기로 헬스장이 폐쇄된 뒤로 회원권을 연장하지 않았다. 나 씨가 하루에 걷는 시간을 다 더해도 30분이 채 되지 않는다.

국내 만 19세 이상 성인의 ‘걷기 실천율’은 2019년 43.5%에서 2021년 39.6%로 하락했다. 걷기 실천율은 하루 30분 이상 일주일에 닷새 이상 걸었던 비율로, 일상 속 신체활동의 수준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다. 특히 같은 기간 만 19∼64세의 걷기 실천율은 43.4%에서 39.1%로 하락 폭이 더 컸다. 만 65세 이상 걷기 실천율이 39.9%에서 44.4%로 증가하며 2020년부터 젊은층을 앞선 것과 대비된다. 고령층의 걷기 실천율이 젊은층을 역전한 건 2009년 이후 11년 만이다.


# 낮 12시: 점심은 튀긴 고기와 짠 반찬

나 씨는 편의점에서 식후에 마실 음료를 꼼꼼히 골랐다. 그는 탄산음료 한 캔에 각설탕이 얼마나 많이 들어가는지 알게 된 후로 ‘제로음료’만 골라 마신다. 한국 성인이 가공식품 선택 시 영양표시를 읽는 비율은 2년 새 33.5%에서 35.0%로 높아졌고, 하루 평균 당 섭취량은 62.2g에서 57.6g으로 줄었다.

하지만 영양표시가 없는 식당에서 나 씨의 점심 메뉴 선택은 기름진 육류였다. 돈가스 정식에 제육볶음을 추가한 것. 앞서 편의점에서 발휘한 꼼꼼함이 무색해지는 메뉴 구성이다. 20분 만에 식사를 마친 나 씨는 사무실로 돌아가는 길에 제로음료를 마시며 ‘나 정도면 건강을 챙기는 편이지’라며 뿌듯해했다. 2년 새 우리나라 성인은 하루 평균 육류 섭취량을 2.5g 늘렸다. 연간 1kg에 육박한다. 음료 섭취량도 12.1g 늘었다. 반면, 채소와 과일은 31g이나 덜 먹게 됐다. 이에 따라 지방 섭취량이 적정선을 초과한 비율은 23.3%에서 25.7%로 올랐다.


# 오후 4시: 건강검진서 만성질환 경고

나 씨는 서류 전달을 위해 3개 층 위에 있는 사무실로 올라가면서도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몸이 무거워지니 예전엔 별생각 없이 계단으로 오르내렸던 건물도 더 높게 느껴진다. 한국 성인이 하루 중 자는 시간을 빼고 앉거나 누운 채 보내는 평균 시간은 2년 새 8.6시간에서 8.9시간으로 늘었다.

때마침 나 씨의 회사 메일로 건강검진 결과표가 도착했다. 결과는 체질량지수가 25가 넘는 ‘비만’이었다. 고지혈증을 경고하는 콜레스테롤 수치도 2년 전 검진보다 높아졌다.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믿기 싫은 결과였다. 그나마 당뇨병이 아닌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할까.

나 씨의 입사 동기 중 한 명은 얼마 전 당뇨병 진단을 받고 우울해했다. 부부와 자녀까지 모두 비만 판정을 받았다는 동료도 있었다. 국내 성인 비만 유병률은 33.8%에서 37.1%로, 당뇨병은 9.5%에서 10.3%로 각각 3.3%포인트, 0.8%포인트 올랐다. 청소년 비만도 같은 기간 11.1%에서 13.5%로 증가했다.


# 오후 7시: 회식 대신 집에서 혼술

나 씨는 업무를 정리하고 집으로 향했다. 2년 전이었다면 분명히 ‘한잔하자’고 권했을 부장도 일찍 퇴근했다. 코로나19 이후 식당 영업시간 제한이 반복되고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부서 회식은 자연스레 줄었다. 간혹 술자리가 잡혀도 밤늦게 2차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어졌다.

실제로 2년 새 ‘월 1회 이상 음주했다’는 성인의 비율은 60.8%에서 57.4%로 줄었다. 하루 평균 주류 섭취량도 130.2g에서 102.5g으로 감소했다. 하루 한 번 이상 외식하는 비율도 31.0%에서 23.8%로 줄었다.

하지만 소파에 누워 스마트폰으로 ‘술방’(술 마시는 방송)을 보던 나 씨는 ‘딱 한 캔만’을 속으로 외치며 캔맥주를 꺼냈다. 그렇게 시작한 ‘혼술(혼자 마시는 술) 파티’는 찬장에서 꺼낸, 반쯤 남아있던 위스키병을 비우고야 끝이 났다. 2년 새 전체 음주량이 줄어든 것과 반대로, 일주일에 두 번 넘게 하루 7잔(여성은 5잔) 이상 술을 마신 ‘고위험 음주’의 비율은 12.6%에서 13.4%로 오히려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대화 상대 없이 혼자 술을 마시면 제어가 어려워 자칫 알코올의존증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고 경고한다. 나 씨는 오늘도 이렇게 ‘유병장수’의 길에 한발 더 가까워지며 하루를 마쳤다. 내일은 다를 수 있을까.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김소영 기자 ks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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