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온라인 중개 뛰어든 현대차그룹… 업계는 긴장
이건혁 기자 , 변종국 기자
입력 2022-01-21 03:00 수정 2022-01-21 03:26
글로비스, ‘오토벨’ 서비스 오픈… 중고차 사고팔고 시세조회 가능
“판매자 검증해 허위매물 차단”… 매매업 시장 영토확장 가속페달
업계, 현대차 영향력 확대 우려
현대자동차그룹의 물류 계열사 현대글로비스가 온라인 중고차 플랫폼 서비스를 시작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 등의 중고차 매매업 진출을 둘러싸고 업계가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현대차그룹이 중고차 시장 영토를 서서히 확장하고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글로비스는 20일 중고차 딜러와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거래 플랫폼 ‘오토벨’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현대글로비스는 그동안 중고차 매매상을 대상으로 한 경매 및 수출 사업만 진행해 왔다. 오토벨 서비스는 도매상은 물론이고 개인 이용자들도 인터넷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중고차 시세를 조회하면서 차를 팔거나 살 수 있다. 기업 간 거래(B2B)만 하다 직접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B2C)으로 확장한다는 의미다.
오토벨에는 판매자를 검증하고 허위 매물을 막기 위해 사업자등록증과 종사원증 등 이용자 자격을 확인하는 절차가 들어간다. 부정한 거래 내용이 적발될 경우 회원 자격을 영구 박탈하기로 한 방침도 정했다. 중고차 시장에서 가장 문제가 돼 온 허위 매물 등을 통한 고객 기만행위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현대글로비스의 오토벨 서비스가 주목받는 것은 현대차와 기아 등이 중고차 매매 시장 진출을 직접 준비하고 있어서다. 두 회사는 최근 지방자치단체에 중고차 매매를 위한 신고를 하며 중고차 매매업 진출 시점을 조율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오토벨은 회사가 직접 매매 주체로 나서는 것이 아니라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하는 플랫폼 서비스만 하겠다는 것”이라며 다른 그룹 계열사들의 매매업 진출과는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현대차가 중고차 매매 시장 진출을 확정하게 되면, 현대차그룹이 중고차 시장의 온·오프라인 경쟁력을 단숨에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고차 시장 진입을 위한 현대차그룹의 의지가 재확인됐다는 평가마저 나오는 배경이다.
정부는 완성차 업체의 중고차 시장 진입 확정을 미루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이달 14일 열린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에서 중고차 매매업의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여부 결정을 3월로 연기했다. 또 중고차 업계가 제기한 소상공인 사업 영역 보호를 위한 ‘사업조정 신청’을 받아들여 현대차에는 ‘중고차 사업 개시 일시정지’를 권고했다. 이에 현대차도 사업 개시를 위한 준비작업에 속도 조절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정부의 결정 연기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중고차 매매업은 이미 2019년 생계형 적합업종에서 제외됐다는 게 이유다. 법적인 문제가 해결돼 완성차 업체들이 중고차 매매시장 진출을 위한 사전 준비 작업을 하고 있는데, 이 작업조차도 ‘일시 멈춤’ 하라는 것은 과도하다는 주장이다.
대기업의 중고차 매매업을 둘러싼 논란은 과거에도 있었다. SK그룹은 과거 자회사 SK엔카를 통해 온라인(SK엔카닷컴)과 오프라인(SK엔카직영)으로 나눠 중고차 거래 사업을 했다. 이후 중고차 딜러들을 포함한 업계 반발과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 비판이 더해지면서 SK엔카직영(현 케이카)을 사모펀드 운용사 한앤컴퍼니에 매각해야 했다. SK엔카닷컴(현 엔카닷컴) 부문도 국내외에 나눠 팔면서 중고차 시장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현대글로비스의 오토벨과 같은 온라인 중고차 거래 플랫폼 분야에서는 대기업 진출 제한이 없다. 오토벨은 엔카닷컴, KB금융그룹의 ‘KB차차차’, 중고차 거래 스타트업 헤이딜러 등과 경쟁하게 된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판매자 검증해 허위매물 차단”… 매매업 시장 영토확장 가속페달
업계, 현대차 영향력 확대 우려
현대자동차그룹의 물류 계열사 현대글로비스가 온라인 중고차 플랫폼 서비스를 시작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 등의 중고차 매매업 진출을 둘러싸고 업계가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현대차그룹이 중고차 시장 영토를 서서히 확장하고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글로비스는 20일 중고차 딜러와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거래 플랫폼 ‘오토벨’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현대글로비스는 그동안 중고차 매매상을 대상으로 한 경매 및 수출 사업만 진행해 왔다. 오토벨 서비스는 도매상은 물론이고 개인 이용자들도 인터넷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중고차 시세를 조회하면서 차를 팔거나 살 수 있다. 기업 간 거래(B2B)만 하다 직접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B2C)으로 확장한다는 의미다.
오토벨에는 판매자를 검증하고 허위 매물을 막기 위해 사업자등록증과 종사원증 등 이용자 자격을 확인하는 절차가 들어간다. 부정한 거래 내용이 적발될 경우 회원 자격을 영구 박탈하기로 한 방침도 정했다. 중고차 시장에서 가장 문제가 돼 온 허위 매물 등을 통한 고객 기만행위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현대글로비스의 오토벨 서비스가 주목받는 것은 현대차와 기아 등이 중고차 매매 시장 진출을 직접 준비하고 있어서다. 두 회사는 최근 지방자치단체에 중고차 매매를 위한 신고를 하며 중고차 매매업 진출 시점을 조율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오토벨은 회사가 직접 매매 주체로 나서는 것이 아니라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하는 플랫폼 서비스만 하겠다는 것”이라며 다른 그룹 계열사들의 매매업 진출과는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현대차가 중고차 매매 시장 진출을 확정하게 되면, 현대차그룹이 중고차 시장의 온·오프라인 경쟁력을 단숨에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고차 시장 진입을 위한 현대차그룹의 의지가 재확인됐다는 평가마저 나오는 배경이다.
정부는 완성차 업체의 중고차 시장 진입 확정을 미루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이달 14일 열린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에서 중고차 매매업의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여부 결정을 3월로 연기했다. 또 중고차 업계가 제기한 소상공인 사업 영역 보호를 위한 ‘사업조정 신청’을 받아들여 현대차에는 ‘중고차 사업 개시 일시정지’를 권고했다. 이에 현대차도 사업 개시를 위한 준비작업에 속도 조절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정부의 결정 연기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중고차 매매업은 이미 2019년 생계형 적합업종에서 제외됐다는 게 이유다. 법적인 문제가 해결돼 완성차 업체들이 중고차 매매시장 진출을 위한 사전 준비 작업을 하고 있는데, 이 작업조차도 ‘일시 멈춤’ 하라는 것은 과도하다는 주장이다.
대기업의 중고차 매매업을 둘러싼 논란은 과거에도 있었다. SK그룹은 과거 자회사 SK엔카를 통해 온라인(SK엔카닷컴)과 오프라인(SK엔카직영)으로 나눠 중고차 거래 사업을 했다. 이후 중고차 딜러들을 포함한 업계 반발과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 비판이 더해지면서 SK엔카직영(현 케이카)을 사모펀드 운용사 한앤컴퍼니에 매각해야 했다. SK엔카닷컴(현 엔카닷컴) 부문도 국내외에 나눠 팔면서 중고차 시장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현대글로비스의 오토벨과 같은 온라인 중고차 거래 플랫폼 분야에서는 대기업 진출 제한이 없다. 오토벨은 엔카닷컴, KB금융그룹의 ‘KB차차차’, 중고차 거래 스타트업 헤이딜러 등과 경쟁하게 된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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