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국부펀드 KIC-국민연금 대체투자 인력 대거 이탈

박민우 기자

입력 2021-11-25 03:00:00 수정 2021-11-25 03: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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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C 실장 2명 해외로 이직… 올해 11명 떠나 작년의 倍 넘어
국민연금 실장 2명도 나란히 퇴사… 글로벌 큰손들 대체투자 확대
인재 쟁탈전서 밀려 ‘빈손’ 우려



국내 국부펀드인 한국투자공사(KIC)에서 부동산투자를 책임졌던 실장이 최근 중동의 한 사모펀드(PEF)로 이직했다. 올 들어 부동산투자실이 속한 KIC 대체투자본부에서만 11명이 짐을 쌌다.

글로벌 국부펀드와 연기금 등 ‘큰손’들이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앞다퉈 대체투자에 뛰어든 가운데 KIC와 국민연금공단의 대체투자 핵심 인력이 대거 빠져나가고 있다. 금융시장에서는 “경쟁이 심화된 해외 대체투자 시장에서 국내 큰손들이 인재 쟁탈전에서 밀려 ‘맨손’으로 링에 오르는 격”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 KIC 대체투자 핵심 인력, 잇달아 해외 기관으로


24일 KIC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 칼라일그룹을 거쳐 2012년부터 KIC에 몸담았던 차훈 부동산투자실장이 지난달 16일자로 퇴직했다. 차 실장은 KIC 인프라투자실장 등을 거친 대체투자 핵심 인력으로 꼽힌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차 실장이 아랍에미리트 왕족이 운영하는 사모펀드의 최고투자책임자(CIO)로 간 것으로 안다”고 했다.

대체투자는 전통 금융자산이 아니라 부동산, 인프라 시설, 헤지펀드 등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위험은 높지만 수익성이 좋아 전 세계 기관투자가들이 공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이 여파로 국내 핵심 인력들이 해외 기관 등 외부로 잇달아 옮겨가고 있다.

KIC의 허재영 사모주식투자실장도 앞서 4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으로 자리를 옮겼다. 올 들어 KIC 대체투자본부에서 퇴직한 직원은 모두 11명으로 지난해(4명)의 2배를 훌쩍 넘었다.

KIC는 전체 운용자산의 15.3%인 대체투자 비중을 2027년까지 25%로 확대할 계획이지만 인력 부족으로 고민하고 있다. 부동산투자실장 후임으로 내부에서 승진시킬 부장급 인력도 없어 외부 채용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민간 금융사와의 임금 격차가 갈수록 커져 외부에서 고급 인력을 찾기도 쉽지 않은 형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KIC 부동산투자실의 한 차장급 직원이 기존 연봉의 10배를 받고 외국계 사모펀드로 옮긴 사례도 있다”고 했다.

○ 국민연금 운용 인력 연평균 29명 퇴사


이런 상황은 국민 노후자금 935조 원을 굴리는 국민연금도 마찬가지다. 국민연금은 전체 운용자산의 10% 수준인 대체투자 비중을 2026년까지 15% 안팎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특히 해외 대체투자를 늘려 기금 전체 수익률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지만 잇단 핵심 인력 유출로 브레이크가 걸렸다.

지난달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김현수 부동산투자실장과 김지연 인프라투자실장이 나란히 사표를 제출했다. 사모벤처투자실을 포함해 대체투자를 담당하는 3개 부서 가운데 2곳의 책임자가 동시에 퇴직한 셈이다. 국민연금은 최근 부동산·인프라투자실의 각 팀장을 실장 대행으로 임명하고 연말 승진 발령을 내기로 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전북혁신도시로 이전한 2017년 이후 연평균 29명의 인력이 퇴사하고 있다. 운용 인력의 평균 근속기간도 2017년 68개월에서 지난해 48개월로 매년 줄어드는 추세다. 9월 국정감사에서도 ‘해외 투자 운용 인력의 이탈 문제를 막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라’는 지적이 쏟아졌지만 마땅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급 대체투자 인력을 확보하려면 성과급 등 인센티브 제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연봉 외에도 젊은 인력들이 중시하는 전반적인 복지도 신경 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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