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이에” 대신 “해보자”[직장인을 위한 김호의 생존의 방식]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입력 2021-08-04 03:00 수정 2021-08-04 13:59
일러스트레이션 김충민 기자 kcm0514@donga.com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해보자, 후회하지 말고!” 배구 국가대표 선수 김연경의 말이 마음에 오랫동안 남았다.
도쿄 올림픽이 한창이다. 스포츠 선수들이 수년을 기다려 훈련해온 기량을 펼쳐 메달을 거머쥐는 모습을 보면 감동스럽기도 하고, 아깝게 탈락하는 모습에 너무 아쉬운 마음도 든다. 선수들은 비교적 어린 나이에 종목을 정하고 꾸준한 훈련을 통해 세계적인 대회에 나가 자신의 실력을 겨룬다.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을 보면서 직장인을 오버랩시켜 생각해 봤다. 올림픽 출전 선수들로부터 직장인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지점에는 무엇이 있을까?
세계적인 네트워크 과학자로서 ‘성공 공식’을 과학적으로 입증한 버러바시 얼베르트라슬로는 스포츠 세계는 예외적으로 성과(performance)가 성공(success)으로 직접 연결되는 분야라고 했다. 예컨대 100m를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달리는 성과를 내면 올림픽 금메달이라는 세계적 인정을 받는 성공으로 직행할 수 있다는 말이다.
반면 직장인들은 좋은 성과가 반드시 성공으로 연결된다고 보기 어렵다. 버러바시에 따르면 일반적인 비즈니스에서 성공이란 나의 성과를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바라보느냐는 인식의 문제와 연결되기 때문에 스포츠처럼 곧 성과가 성공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직장인이라면 이런 현실 때문에 좌절한 경험이 한두 번은 있을 것이다. 스포츠의 반대 극단에 예술이 있다. 그림을 잘 그린다고 무조건 성공적인 예술가가 되지는 않는다.
이렇게 말하고 나면 스포츠 경기장과 직장은 ‘그라운드’ 자체가 다르게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로부터 생각해볼 거리가 있다. 그들은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겨루기 위해 많은 시간 동안 훈련을 통해 자신의 기술을 갈고닦아 해볼 수 있는 최고의 지점까지 도전한다. 설사 세계 최고 선수와의 경쟁에서 지더라도 그 경기를 위해 그들은 자기가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수준까지 스스로를 끌어올렸을 것이다. 처음에는 학교 대표에서 지역 대표, 그리고 국가대표가 되어 세계대회에 나가기까지 그들은 끊임없이 반복훈련을 통해 자기만의 기술과 체력, 결과를 고양시키는 경험을 해왔을 것이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생각해보게 된다. 10년, 20년 혹은 그 이상의 직장생활을 하면서 나는 꾸준히 훈련을 통해 회사는 물론이고 업계, 세계 수준에 도달하고 싶은 ‘종목’이 있을까? 세계대회에 나가라는 말이 아니다. 어느새 나는 나만의 직업적 기술을 닦기보다는 직장을 기계적으로 오가며 승진과 연봉 인상에만 집중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만일 우리가 직장 생활을 오랫동안 할 수 있다면 그래도 될지 모른다. 하지만 직장에서 ‘버티는’ 기간은 점점 줄어왔고, 앞으로도 더 줄어들 것 같다. 직장을 떠나는 순간 나의 수입이 훅 떨어지게 되면 그 이후는 어떻게 할까? 국가의 정책적 보완도 필요하지만 거기에만 기댈 수는 없는 것이 직장인의 현실이다. 매달 월급을 받는 동안 직장에서 하는 일과 관련이 있든 아니든 자기만의 기술을 연마하여 자기만의 ‘직업’을 만든다면 직장을 떠난 이후에도 우리는 경제적 생존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서 자기만의 기술을 만들어 가는 과정과 결과로부터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승진이나 연봉 인상의 기쁨과 효과는 생각만큼 오래가지 않는다. 하지만 자기만의 기술을 발견하고 연마하면서, 인터넷 등을 통해 세계적인 사람들의 수준을 확인하고, 좀 더 발전하려는 욕망은 자기만의 경제적 생존, 삶의 의미와 연결될 수 있다.
퇴직 후 프랜차이즈 기술과 기계를 가져다 ‘치킨집’을 창업하는 것과 직장 생활하는 동안 평소 좋아하던 ‘치킨’에 대해 자기만의 기술을 연마하여 창업하는 것은 전혀 다른 출발점을 만들어 낸다. 직장이 점점 나를 보호할 수 없는 시대로 가고 있다. 하지만 자기만의 기술을 직업으로 발전시켜 간다면, 이는 나를 보호해줄 수 있다.
안다. 일부 직장인은 “이제 와서…” “이 나이에…”라고 말하며, 자기만의 기술과 직업을 만들어내는 기회를 포기하려는 것을. 김연경의 말을 잊지 말자. 한 번 해보자. 더 시간이 흐르고, 퇴직 후에 후회하지 말고.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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