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하락에 위기감 느낀 文…건설 투자 확대로 부양 나서나

뉴시스

입력 2019-10-18 09:41:00 수정 2019-10-18 09:4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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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17일 긴급 경제장관회의 개최
"민간 활력 높이는 데 건설 투자 역할 커"
정부 SOC 예산 12.9% 증액…토목도 포함
전문가 "경기 부양 위해 쉬운 해법 찾아"
청와대 "건설 투자 적극 유도 아냐" 반박
건설업계선 '표심 잡기'에 그치나 우려해



각종 경제 지표가 악화되자 위기감을 느낀 정부가 ‘건설 투자’ 카드를 꺼내들었다.

청와대는 건설 분야를 통한 인위적 경기 부양책을 시도하겠다는 뜻은 아니라고 밝혔지만, 올해부터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증액하고 규제를 완화하고 있어 정책 방향을 선회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7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경제장관회의를 열어 최근 경제 상황을 점검하고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청와대는 최근 경제 여건이 엄중해 대통령이 상황을 직접 챙기기 위해 이번 회의를 소집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민간 활력을 높이는 데 건설 투자의 역할도 크다”며 “우리 정부는 인위적 경기부양책을 쓰는 대신에 국민생활 여건을 개선하는 건설 투자에 주력해왔다. 이 방향을 견지하면서 필요한 건설 투자는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서민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한 주택공급을 최대한 앞당기고, 교통난 해소를 위한 광역교통망을 조기 착공해야 할 것”이라며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교육·복지·문화·인프라 구축과 노후 SOC 개선 등 생활 SOC 투자도 더욱 속도를 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건설 투자를 통한 경기 부양에 소극적이던 헌 정부가 SOC 투자 확대와 관련한 발언을 한 점이 주목된다. 민간 투자의 활력을 높이기 위해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미 내년 SOC 예산을 올해보다 12.9% 늘어난 22조3000억원으로 배정했다. 기반시설 노후화에 대비한 유지·보수, 지역 균형발전, 대도시권 교통혼잡 해소 등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대부분 철도나 도로 등 토목 공사에 해당되는 것들이다.

특히 지난 1월 도로·철도·공항 등 15개 예비타당성 면제 사업을 발표한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 예산은 올해 99억원에서 내년 1878억원으로 대폭 늘렸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가장 효과가 크고 빠른 ‘건설 투자’를 선택한 것으로 평가했다. 건설 투자를 확대하면 민간 투자에 활력을 불어넣기에 도움은 되겠으나, 지난 정권과 다를 바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 정부에 비해 국내총생산(GDP)에서 건설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10% 내외로 많이 떨어져있다”며 “건설업에 예산을 쓰면 효과도 빠르고 규모도 크니까 성장률이 떨어질 때는 건설업을 통해 뭔가를 하려고 하는데 (이번 정부도) 쉬운 쪽으로 가겠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위중한 상황이라면 산업 구조조정이나 제조업 기술 투자 등 잘할 수 있는 부분에 투자하는 게 시급하다”면서 “안전과 관련된 건설은 할 필요는 있지만 건설 투자 예산을 늘리는 것은 옛날 해법이자 쉬운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 역시 “생활형 SOC만 강조하던 정부가 안전과 관련된 SOC 비중을 늘리겠다고 하면서 토건과 관련된 예산을 늘렸는데 사실상 이번 정권이 초기 주장했던 계획을 뒤집은 것”이라며 “경제 상황이 너무 안 좋다보니까 건설투자로 선제적 대응을 하겠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반면 이번 문 대통령의 발언이 대규모 SOC 투자 확대를 의미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도 나왔다.

김성태 KDI 경제전망실장은 “대대적으로 SOC를 투자하겠다고 예산을 잡아놓은 것도 아니고, 엄청난 프로젝트를 시작할 계획이 있는 것도 아니다”라며 “예산도 예년에 비해 몇 조 늘린 상태라, 경기 하방 압력을 완충할 것으로 기대된다는 취지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오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의 회의 발언의 구체적인 의미와 관련해 “건설 투자를 아예 못하도록 청와대가 막지는 않겠지만 필요한 것들은 해나가야 한다는 의미였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건설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도) 한다든지 그런 메시지는 아니었다는 점을 명확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건설업계는 SOC 투자를 늘리겠다는 발언이 총선을 앞두고 단순 ‘표심 잡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내놓았다.

대형 건설사 A관계자는 “건설 경기가 활성화되려면 토목사업 발주가 늘어야 하는데 생활 SOC 사업은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정부가 시행할 예정인 광역교통망 사업이나 주택 공급 등은 착공 시점을 앞당겨야 업계에서는 체감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주택 사업 역시 현재 진행하는 것들이 있어서 향후 몇 년까지는 괜찮을 것 같은데 그 이후가 문제”라며 “재건축·재개발 규제가 심해서 인·허가를 못 받다보니 벌써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대형 건설사 B관계자도 “지난 1~2년간 SOC나 부동산으로는 경기 부양을 안 하겠다고 해서 많은 사업들이 묶인 상태라 지금 예산을 투입한다고 해도 몇 달 새 확 달라지진 않을 것”이라며 “서울 내 정비사업이나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같은 대형 사업이 나오면 좋을 것 같고, 철도·도로 사업의 자금 조달을 활성화시켜 진행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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