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서툴러도 나이 많아도 OK… “사무실서도 착한커피 마셔요”

동아일보

입력 2013-08-12 03:00:00 수정 2013-08-12 03:00:00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 국내 최대 사회적기업 ‘행복나래’ 기흥 물류센터 가보니

행복나래 기흥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이 7일 주먹을 쥐고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행복나래는 소모성 자재 구매를 대행하는 국내 최대 사회적 기업으로, 취약계층 채용에 앞장서고 있다. SK그룹 제공
“우리는 사무실에서도 ‘착한 커피’만 마십니다.”

7일 방문한 경기 용인시 ‘행복나래’ 기흥 물류센터의 이종하 차장(43)은 자리에 앉으며 사무실 중앙의 게시판을 가리켰다. 거기엔 이 회사가 지난달 11일 사회적 기업으로 공식 등록됐다는 고용노동부 장관의 인증서가 붙어 있었다.

행복나래는 SK그룹의 소모성자재구매대행(MRO) 계열사인 MRO코리아가 2011년 사회적 기업을 지향하며 이름을 바꾼 주식회사로, 지금까지 인증을 받은 국내 사회적 기업 중 가장 규모가 크다. 지난해 매출은 1543억 원에 이른다.


행복나래의 특징은 사회적 기업을 돕는 사회적 기업이라는 것이다. 이 차장은 “가격과 품질이 비슷할 때는 사회적 기업 제품을 우선 구매한다”며 “거래처에 납품할 때 사회적 기업 제품을 샘플로 끼워주는 등의 방식으로 판로 개척을 돕고 있다”고 말했다. 사무실에서도 직원들은 장애인 근로자가 만든 사회적 기업의 커피믹스만 마신다.

행복나래의 협력업체 가운데 사회적 기업은 아름다운가게 등 54곳에 이른다. 행복나래는 이들에 다른 협력사보다 최대 18일 먼저 현금으로 선(先)결제하는 등 혜택도 준다.

취약계층 고용에도 적극적이다. 기흥 물류센터에서 적재, 포장 등을 담당하는 현장 근로자 12명은 고령자, 탈북자, 중국동포 등 일반회사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계층이다. 행복나래는 이들을 모두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휴가, 건강검진, 학자금 지원 등 복리후생 혜택도 다른 직원들과 동등하게 주고 있다. 행복나래 전체 직원 중 취약계층 비율은 10%를 넘는다.

김동규 씨(57)는 농산물 유통사업 실패 후 건설현장 등을 전전하다 올해 초 행복나래에 입사했다. 그는 “나이가 많으니 어디 가더라도 6개월, 1년 있으면 무조건 나가라고 하더라”며 “여기에선 처지가 비슷한 사람들끼리 서로 배려하며 일하기 때문에 마음이 편하다”고 했다. 검수와 포장을 담당하는 중국 하얼빈 출신 교포 곽려려 씨(28·여)는 6년 전 결혼과 동시에 한국으로 와 식당 일을 하다가 2년 전 행복나래에 합류했다. 그는 “식당 아르바이트를 할 때는 술 취한 손님들 때문에 고생했다”며 “지금은 좋은 사람들과 같이 일하니 출근할 때부터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물류센터 관계자는 “처음에는 수만 가지 제품을 눈으로 익혀야 해 적응이 느리지만 그만두는 이들이 적다 보니 경험이 쌓여 나중에는 일반 직원들만큼 생산성도 높아진다”고 전했다.

행복나래는 2011년 당시 MRO코리아가 일감 몰아주기 논란의 중심에 서자 최태원 SK 회장이 “MRO 수익을 사회에 기여할 방안을 찾아보자”고 제안해 사회적 기업 전환을 시작했다. 회사 이름을 바꾸고 정관을 고쳐 수익의 3분의 2 이상을 사회에 환원하게 한 것이다. 지난해는 이익 5억 원 전액을 사회적 기업 지원 펀드 투자, 취약계층 도서 구매 지원 등 공익 분야에 썼다. 최 회장은 기흥 물류센터에 운동기구를 기증할 정도로 애착을 보였다고 한다. 강대성 행복나래 대표는 “행복나래는 단순 기부나 봉사가 아니라 사회적 기업 생태계 활성화에 기여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왔다”며 “앞으로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상생모델을 제시하며 국내 최대 사회적 기업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용인=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