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푸드 먹어 혈관건강 걱정된다면…‘코코아 한 잔’이 해결책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입력 2024-11-19 10:18 수정 2024-11-19 10:25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고지방 음식으로 기분 전환을 하는 경우가 있다. 혈관 건강에는 매우 나쁘다. 그런데 이때 한 잔의 코코아 또는 녹차를 곁들이면 우리 몸을 보호 할 수 있다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코코아나 녹차 홍차 등에 풍부하게 들어있는 천연 화합물인 플라바놀(Flavanol) 성분이 혈관 기능을 개선해 심혈관계 건강 유지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영국 버밍엄대학교 연구진은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고지방 식사를 한 후 플라바놀 함량이 높은 코코아를 곁들이면 고지방 식품과 스트레스가 혈관계에 미치는 일부 부정적인 영향을 완화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연구결과는 18일(현지시각) 영국왕립학회 학술지 ‘식품과 기능’(Food and Function)에 발표했다.
이번 연구를 이끈 버밍엄대학교 영양과학과 조교수 카타리나 렌데이로(Catarina Rendeiro) 박사는 “스트레스가 있을 때 사람들은 고지방 식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우리는 이전에 고지방 식품이 스트레스 상황에서 신체의 혈관 회복을 저해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며 “이번 연구에서는 고지방 식사에 플라바놀 함량이 높은 식품을 추가하면 스트레스가 신체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완화할 수 있을지 알아보고자 했다”고 말했다.
연구자들은 18세에서 45세 사이의 건강한 남녀 23명(남성 11명 여성 12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이들에게 아침 식사로 버터 크루아상 2개, 10g의 가염 버터, 체다 치즈 1.5조각이 공통으로 제공됐다. 또한 한 무리에는 플라바놀 함량(695mg·한 끼당 제공 분)이 높은 코코아 가루를 250㎖의 전유(유지방을 제거하지 않은 우유)에 타서 제공했다. 다른 쪽에는 플라바놀 함량(6.5mg)이 낮은 코코아를 전유에 타서 마시게 했다. 미국 영양학회가 권장하는 성인의 하루 플라바놀 섭취량은 400~600mg이다.
이들은 아침 식사 후 1시간 30분 간 휴식을 취한 후 수학 시험을 봤다. 8분 동안 점점 더 빠르게 문제를 풀어야 했으며 오답을 제출하면 알람이 울리는 방식으로 진행해 스트레스를 유발하도록 설계했다.
연구진은 8분간의 수학시험과 8분간의 휴식시간 동안 참가자들의 전완부(팔목과 팔꿈치 사이) 혈류, 심혈관 활동, 전전두엽 조직 산소포화도를 측정했다. 또한 혈관 기능 평가를 위해 상완동맥 혈류 매개 유도확장(FMD) 반응 검사를 했다. 이는 미래 심혈과 질환 위험을 예측할 수 있는 지표다.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수학 시험은 심박 수와 혈압을 크게 증가시켰다. 이는 일상생활에서 경험할 수 있는 스트레스와 유사한 반응이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고지방 음식에 플라바놀 함량이 낮은 코코아 음료를 곁들인 쪽은 수학 시험으로 인해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을 경우 혈관계 기능이 저하(FMD 1.29% 감소)했으며, 그 영향은 스트레스 상황이 끝난 후 90분까지 지속됐다. 혈관 기능은 1%만 저하되어도 심혈관질환 발병 위험이 13%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플라바놀 함량이 높은 코코아 음료는 고지방 음식 섭취와 스트레스를 받은 이후 혈관 기능 저하를 예방하는 데 효과적이었다. 스트레스 원인이 사라진 지 30분과 90분 후에 측정한 FMD 수치가 유의미하게 더 높았다.
논문 제1저자인 로절린드 베이넘(Rosalind Baynham) 연구원은 “플라바놀은 베리류, 가공하지 않은 코코아를 포함한 다양한 과일, 채소, 차, 견과류에 포함된 화합물의 일종”이라며 “플라바놀은 특히 혈압 조절과 심혈관 건강 보호와 같은 건강상의 이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최근 연구에 따르면 플라바놀은 제2형 당뇨병과 치매의 위험을 낮추는 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플라바놀 함량이 높은 코코아는 알칼리 처리(신맛을 없애고 색깔을 진하게 하려고 탄산염을 섞는 공정)를 하지 않거나 최소화 한 것이다. 구매할 때 안내 문구를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
코코아 음료가 취향에 맞지 않는다면 녹차, 홍차, 베리류, 사과, 배, 견과류 등 플라바놀 성분이 풍부한 식품으로 대체하면 된다.
연구진은 스트레스 상황에서 고지방 식품 섭취 시 혈관 개선 효과를 보려면 ‘녹차 2컵, 가공되지 않은 코코아 5.5큰 술, 또는 300g의 베리’를 섭취함으로써 달성할 수 있다고 썼다.
공동 저자인 제트 벨드하위즌 반 잔텐(Jet Veldhuijzen van Zanten) 버밍엄대학교 생물심리학과 교수는 “현대 생활은 스트레스를 동반하며, 스트레스가 건강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잘 알려져 있으므로 스트레스 증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변화는 긍정적”이라며 “스트레스를 받으면 간식을 찾거나 압박감이 심한 직장에서 일하거나 시간이 부족해 간편식(지방 함량이 높은 패스트푸드)에 의존하는 사람들에게 이러한 작은 몇 가지 변화가 실질적인 차이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연구팀은 이전 연구에서 스트레스 상황에서 지방이 많은 음식을 섭취하면 전전두엽의 산소 공급이 감소한다는 것을 발견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서 확인한 바에 따르면 플라바놀이 전전두엽의 산소 공급을 개선하거나 기분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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