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토피피부염, 한약-침 치료로 면역력 높이고 염증 관리

황해선 기자

입력 2024-03-27 03:00 수정 2024-03-2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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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한 가려움 동반한 습진 반복에도, 원인 불명확해 근본적인 치료 어려워
최근 장내 미생물 불균형 해소 주목… 장 기능-마이크로바이옴 상태 개선
체내 염증-알레르기 증상 등 완화


게티이미지코리아

아토피피부염은 만성 염증성 피부질환으로 지속되는 가려움증으로 괴로움이 크다. 치료는 항히스타민제, 스테로이드제, 면역억제제 등의 약제를 사용하면 개선되지만 약제를 중단하면 다시 증상이 나타나 절망하기도 한다. 만성 아토피피부염은 과연 완치 가능성이 있을까?

확실한 발병 원인 없어… 근본적 치료 아닌 증상 개선 중심

아토피피부염은 만성 재발성 습진 질환이다. 심한 가려움을 동반한 습진이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손으로 긁으면서 피부 병변이 점차 심해져 2차 감염까지 동반된다. 발병 원인은 현재까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아 근본적인 치료가 아닌 증상 개선에 맞춘 치료만 시행됐다. 하지만 최근 장내 미생물 불균형이 아토피피부염 증상에 영향이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돼 치료의 새로운 방안이 대두되고 있다.

장에는 100조 개에 달하는 장내 미생물(장 마이크로바이옴)이 있다. 이들은 면역, 염증 조절, 신경전달물질 조절, 영양소 흡수 등 많은 기능을 담당하고 있어 장 마이크로바이옴의 불균형은 알레르기성질환 등 광범위한 질환의 원인으로 꼽힌다. 실제 아토피피부염에 관해서도 많은 연구가 이뤄져 아토피피부염 환자가 정상인보다 장 마이크로바이옴의 불균형이 크다고 발표되기도 했다.

결국 장 마이크로바이옴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것이 이로 유발된 아토피피부염의 새로운 치료법으로 거론되고 있다. 그동안 단순 증상 개선에서 근본 치료로 끌어올릴 수 있는 열쇠로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염증 질환에서 프로바이오틱스 투여나 건강한 사람의 대변 이식을 통해 염증 상태가 개선되는 것이 보고되기도 했다.


장 마이크로바이옴 개선하는 한약 치료

장 마이크로바이옴을 성장시키는 물질을 프리바이오틱스라고 하는데 이미 여러 연구에서 한약이 효과적인 프리바이오틱스 역할을 하는 것으로 밝혀져 왔다. 한약이 장내 미생물의 조성과 대사를 조절하고 장내 미생물이 한약의 성분을 변화시키는 등 장 마이크로바이옴과 한약이 긍정적 상호작용을 하면서 여러 대사산물이 생겨나며 그 결과 장내 미생물이 유해균의 증식을 막고 장점막 면역 층을 방어하는 효과가 커지게 되는 것이다.

강동경희대병원 한방피부과 김민희 교수 연구팀은 ‘아토피피부염 환자에 대한 곽향정기산(소화기 한약) 투여 무작위 배정’ 임상 연구를 진행했다. 한약군에서 장 마이크로바이옴의 다양성이 증진되고 장 마이크로바이옴에서 유래한 요독 물질이 위약군에서만 증가하는 것을 관찰해 지난 1월 SCI 저널에 발표한 바 있다. 한의학에서는 예전부터 위장과 상관없는 질환에 소화기(비위)를 좋게 해주는 한약을 많이 써왔지만 그것을 현대의학적으로 해석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는데 장 마이크로바이옴을 통해 많은 부분이 밝혀지게 된 것이다.

김 교수팀은 SCI 연구에서 중증 아토피피부염 환자에서 교감신경계가 항진돼 있음을 보고한 바 있다. 침 치료는 교감신경계의 과활성을 낮춰주는 데 매우 효과적인 치료로 이미 많은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 아토피피부염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침 치료 이후 교감신경계의 활성도가 낮아지고 가려움증이 개선된다는 것이 밝혀진 바 있다. 따라서 가려움이 심한 만성 아토피피부염 환자에게는 침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된다. 아울러 침 치료는 신경계 자극으로 장 기능과 장 마이크로바이옴을 개선하므로 한약과 함께 시행하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강동경희대병원, 아토피피부염 한방 치료 프로그램 운영

강동경희대병원에서는 아토피피부염에 대한 한방 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한약과 침 치료를 통해 장 기능과 장 마이크로바이옴 상태를 개선해 체내의 염증과 알레르기를 낮춰준다. 또한 부교감신경을 강화해 스트레스로 인해 균형이 깨진 자율신경계를 바로잡아 가려움증을 개선한다. 중증 환자는 입원 치료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한다. 증상의 중증도에 따라 1∼2주간의 단기 집중 치료를 통해 급성기 증상의 호전과 일상생활로의 복귀를 목표로 한다. 실제 김 교수팀이 입원 치료를 받았던 아토피피부염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한 SCI 논문에 따르면 입원 전의 평균 아토피 증상 점수는 60.63, 퇴원 당일에는 37.37로 약 40% 감소해 단기간의 한방 입원 치료가 급성기 증상을 효과적으로 완화한 것으로 보고됐다.

김 교수는 “아토피피부염은 피부질환이지만 전신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라면서 “특히 아토피피부염이 있으면 소화불량이나 설사, 변비 등 위장관 증상이 함께 있다. 장기간 불균형한 식단을 했거나 비만이나 대사질환이 동반된 경우엔 한약과 침 치료를 함께하면 장 마이크로바이옴 개선으로 근본적인 치료를 이뤄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황해선 기자 hhs255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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