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의 인생홈런]‘악마의 2루수’ 정근우 “은퇴 후에도 집에서 스윙 연습”
이헌재 스포츠전문기자
입력 2024-03-24 23:39 수정 2024-03-25 08:47
이헌재 스포츠전문기자
“절이 싫어 떠났는데 절이 쫓아왔어요.”선수 시절 ‘악마의 2루수’로 불렸던 정근우(42)는 2022년 말 자신이 출연 중이던 야구 예능프로그램 야구팀의 새 사령탑으로 김성근 감독(82)이 선임되자 블로그에 이렇게 썼다. 두 사람의 인연은 2000년대 후반 SK 와이번스에서 시작됐다. 김 감독은 부임하자마자 정근우와 최정 등 젊은 선수들을 ‘지옥의 펑고’로 훈련시켰다. 이들의 성장을 바탕으로 최강 팀이 된 SK는 세 차례나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선수 시절 ‘악마의 2루수’로 불렸던 정근우는 꾸준한 운동으로 여전히 탄탄한 몸을 유지하고 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정근우는 2014년 한화로 이적했는데 김 감독이 이듬해 한화 사령탑을 맡으면서 절이 중을 쫓아온 모양새가 됐다. 그리고 이번이 세 번째 만남이 됐다. 말은 그렇게 해도 두 사람은 부자(父子) 같은 관계다. 정근우는 “감독님은 제게 또 한 명의 아버지다. 평범한 저를 좋은 선수로 키워주셨다. 감독님을 만나지 않았다면 지금의 정근우도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김 감독과의 재회 후 정근우는 건강한 몸을 되찾았다. 16년간의 프로 선수 생활을 마친 뒤 그는 한동안 운동과 담을 쌓았다. 스트레칭조차 하지 않았다. 그 대신 선수 생활 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과 술자리를 자주 가졌다. 그러는 사이 몸이 몰라보게 불었다.
하지만 그는 예전의 날렵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예능 프로그램이지만 김 감독 밑에서 훈련을 열심히 하기 때문이다. 일주일에 세 차례는 훈련에 참가한다. 러닝과 수비 훈련, 배팅 훈련까지 충실히 소화한다. 그는 “운동을 한 번 나가면 3시간씩은 한다. 피트니스센터에 따로 가지 않아도 탄탄한 몸을 유지할 수 있다”고 했다.
집에 와서도 빈 스윙을 한다. 틈이 나면 팔굽혀펴기도 하고 복근 운동도 한다. 정근우는 “은퇴한 지 4년이 됐지만 야구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는 것 같다. 예능 프로그램이지만 여전히 정근우가 살아 있다는 모습을 팬들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그는 여러 경로를 통해 야구와의 인연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그는 얼마 전 야구 전문 유튜브 채널 ‘정근우의 야구인생’을 새로 열었다. 지난해에는 양상문 감독을 도와 한국 여자 야구 대표팀 코치로도 활동했다. 시간이 날 때는 이곳저곳을 다니며 재능 기부도 한다. 이달 초엔 인천시교육청 홍보대사도 맡았다.
청소년들의 운동과 건강에 관심이 많은 그는 ‘피겨 대디’이기도 하다. 막내인 수빈 양(12)이 피겨스케이팅 선수다. 수빈 양은 올 초 강원도에서 열린 전국동계체육대회 피겨 여자 12세 이하 부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금메달을 딴 딸이 울자 평소 눈물이 없던 그도 뒤돌아서 눈물 몇 방울을 훔쳤다. 그는 “피겨 선수들은 몸매 관리가 중요하기 때문에 먹고 싶은 걸 마음대로 먹지 못한다. 힘들게 운동하는 모습을 볼 때 부모로서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했다.
바쁘게 살아가면서 소소한 행복을 느끼고 있다는 그는 “야구를 통해 받은 게 너무 많다. 그만큼 많이 돌려드리고 베풀면서 살아야겠다고 생각한다”며 “열심히 살았던 사람, 좋은 사람이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게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살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헌재 스포츠전문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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