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송영숙 회장 “OCI와 통합, 타협없어… 이번달 주총서 두 아들과 표대결 문제없다”

최지원 기자

입력 2024-03-11 03:00 수정 2024-03-1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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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이후 첫 언론인 간담회

8일 서울 송파구 한미약품 본사에서 송영숙 한미사이언스 회장이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 통합의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한미약품 제공

“저보다 고(故) 임성기 (한미약품) 선대회장을 잘 아는 사람은 없습니다. OCI와의 통합 결정은 결국은 임 선대회장의 뜻이고, 한미의 방향입니다. 두 아들도 저를 이해하고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미약품의 창업자 임 선대회장의 아내인 송영숙 한미사이언스 회장이 2020년 취임 후 처음으로 언론 앞에 나서 OCI그룹과의 통합 발표 이후 격화된 모자간 경영권 분쟁에 대해 의견을 밝혔다. 8일 서울 송파구 한미약품 본사에서 기자들과 만난 송 회장은 “지금까지 자식들이 나를 아버지와 함께 한미약품을 50년간 이끌어 온 동료가 아니라 엄마라고만 생각했던 것 같다”며 “하지만 나는 이번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충분한 자격이 있다. (두 아들과) 타협할 만한 결정이 아니다. 나를 믿고 따라와 달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한미약품그룹은 올 1월 OCI그룹과 이례적인 ‘그룹 결합’을 발표했다. 송 회장의 딸인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과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이 각자대표를 맡는 ‘한 지붕 두 가족’식 공동 경영 모델이다. 송 회장의 두 아들 임종윤·종훈 한미약품 사장은 이에 반대해 수원지방법원에 신주배정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 지난달 21일과 이달 6일 두 번의 심문을 마치고 법원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송 회장은 “자식 간의 갈등은 있을 수 있어도 부모 자식 간에는 갈등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5400억 원 규모의) 상속세 문제로 고민할 때 첫째 아들이 ‘펀드에 지분을 넘기는 것은 회사를 파는 것이고 한미의 정체성이 사라지는 것이니 절대 안 된다’고 여러 차례 조언했다”며 “SK, 삼성 등 대기업들은 다 바이오 기업을 가지고 있어서 이해상충의 문제가 있었다. ‘신약 개발 명가’라는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OCI그룹과 같은 이종 산업의 탄탄한 기업과 대등한 통합을 하는 게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두 그룹의 통합이 진행되기 위해 송 회장은 이달 말 주주총회에서 두 아들과의 표 대결에서 이겨야 한다. 두 아들은 한미사이언스 주총 안건으로 자신들을 포함해 총 6명의 사내·사외이사 선임 건을 상정했다. 경영에 복귀해 OCI와의 통합을 원점으로 되돌리겠다는 계획이다.

송 회장은 “표 대결은 문제없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현재 송 회장과 임주현 사장은 31.93%의 지분을 확보했다. 두 형제가 확보한 지분은 28% 정도로 예상된다. 임 선대회장의 오랜 고향 후배인 신동국 한양정밀회장(12.15%)이 캐스팅보트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송 회장은 “신 회장은 얼마 전에도 만났고 자주 소통하는 친한 사이”라며 “한미약품이 잘되기를 바라는 분이고 대주주로서 주주 가치가 올라가는 선택을 할 것”이라고 했다.

OCI와의 통합을 계기로 한미약품은 연구개발(R&D)을 강화하고, OCI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해외 진출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송 회장은 “선대회장께서 본인의 남은 수명을 은행 잔고에 비유해 시간 ‘잔고’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며 “저도 얼마 남지 않은 잔고를 잘 활용해서 다음 세대까지 한미 DNA를 물려줄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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