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안 먹으면 억울한 견과류, 팔방미인 ‘잣’[정세연의 음식처방]

정세연 ‘식치합시다 한의원’ 원장

입력 2022-11-29 03:00 수정 2022-12-20 0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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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연 ‘식치합시다 한의원’ 원장
필자는 가을을 가장 좋아한다. 단풍이 곱기도 하지만 신선한 견과류를 맛볼 수 있는 계절이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잣은 귀하디귀한 견과류다. 높이 20m 정도 되는 가늘고 긴 잣나무 꼭대기에 잣 방울이 열리기 때문에, 사람이 목숨 걸고 나무를 타고 올라가 장대로 채취해야 한다. 잣송이의 비늘을 열면 딱딱한 갈색 껍질에 싸인 피잣이 나온다. 피잣의 껍질을 제거하면 그 안에 얇은 노란색 속껍질에 싸인 잣이 나오는데 이를 황잣이라 한다. 황잣을 뜨거운 물에 넣어 비벼서 속껍질까지 벗기면 뽀얀 백잣이 된다. 흔히 접하지만 잘 모르는 게 또 잣이다. 잣의 효능과 섭취법은 어떻게 될까.

한의학에서 잣은 해송자(海松子)라는 이름의 약재로 불린다. 맛은 달고 성질은 따뜻해 퇴행성 관절염 등 각종 노화 증상에 보약으로 사용된다. 몸을 보하는 효능이 뛰어나 양기를 돕고, 몸속의 진액을 보충하고, 흰 머리카락을 검게 하고, 병후 기력 회복에 도움이 되는 자양강장제로 분류된다.


잣은 비타민E는 호두의 12배, 비타민K는 호두의 18배, 철분은 호두의 2배를 함유하고 있다. 특히 피부와 모발에 도움이 되는 성분이 풍부한 ‘이너뷰티 견과류’다. 요즘 같은 철에 잣을 안 먹으면 억울한 일이다.

잣에는 또 호두나 다른 견과류에는 없는 피놀렌산이라는 고유의 불포화지방산이 들어 있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피놀렌산은 혈중 콜레스테롤 조절에 도움이 된다. 인슐린 감수성을 조절해 혈당 조절에 도움을 주고, 나쁜 콜레스테롤이라고 알려진 저밀도 콜레스테롤(LDL)의 흡수를 촉진시킨다고 한다. 잣의 하루 섭취량은 10g 정도가 적당하다.

잣은 산패가 쉬워서 신경 써서 먹어야 한다. 불포화지방산이 산패해 과산화지질이 되면 오히려 건강에 독이 된다. 그래서 필자는 백잣 대신 속껍질을 벗기지 않은 황잣을 먹는다. 황잣의 피막은 항산화 성분이 풍부해서 잣이 산화되는 것을 막아주는 방패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잣은 실온에 보관할 경우 2주 이내에 섭취하는 것이 좋다. 냉장 보관할 경우엔 3개월 이내에 섭취해야 한다. 한번 먹을 만큼만 소분한 후 밀폐용기에 담아 냉동 보관했다면 9개월 이내 섭취 가능하다고 한다. 하지만 보관 기간에 관계없이 냄새가 난다면 산패한 것이므로 아깝다 생각하지 말고 폐기해야 한다.

잣은 간식으로 그냥 먹어도 좋지만 필자는 피곤한 날 따끈한 쌍화탕을 끓여 잣을 띄워 먹는다. 쌍화탕과 고소한 잣 향이 입안에서 맴돌며 몸이 노곤해지는 기분이 그만이다. 팔방미인 견과류 잣과 함께 얼마 남지 않은 가을을 건강하게 즐기자.

정세연 한의학 박사는 음식으로 치료하는 ‘식치합시다 정세연 한의원’을 운영하면서, 유튜브 ‘정라레 채널’을 통해 각종 음식의 효능을 소개하고 있다. 11월 기준 채널 구독자 수는 약 66만7000명이다.

정세연 원장의 ‘가을 잣 안 먹으면 억울한 이유 4가지’(https://www.youtube.com/watch?v=PKT_8FREPxg)

정세연 ‘식치합시다 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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