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빙판도 가를 태세” 레인지로버 스포츠, 눈길주행 체험기
동아경제
입력 2013-02-13 07:00 수정 2013-02-13 09:55
“정말 요즘 같아선 운전을 못 해먹겠습니다. 조금 전에도 아파트에 들어갔다가 눈 때문에 입구에서부터 한참을 고생하다 겨우 빠져 나왔어요.”
그날 밤에도 어김없이 눈이 내리고 있었다. 늦은 퇴근으로 대중교통이 끊긴 상황에서 기자가 오른 택시의 나이 지긋한 운전기사는 푸념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행선지를 묻고는 경로에 오르막과 내리막길이 있는지부터 계산하는 눈치다. 눈 때문에 꽤 고생을 했던 모양이다.
“올해는 정말 지긋 지긋하게 눈이 내리네요. 이젠 그만 좀 올 때도 됐는데. 돈은 벌어야겠고 폭설과 혹한은 계속되고 요즘은 택시도 사륜구동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택시기사의 계속되는 푸념에 특별히 대꾸하진 않았지만, 올해 눈이 너무 많이 와 힘들긴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 도심에 사륜구동 택시라니. 강원도 산악지대나 지리산 부근 등 지형이 험한 지역은 간혹 사륜구동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택시로 사용되긴 한다.
#레인지로버 스포츠, 미끄러운 눈길에 안성맞춤 사륜구동
2월 첫 번째 주말 2013년형 레인지로버 스포츠를 시승했다. 일반적인 사륜구동 차량이 미끄러운 노면에서 실력을 발휘하는 정도라면 레인지로버 스포츠는 그 이상의 실험정신을 발휘해야만 차량의 한계점을 파악할 수 있는 모델이다.
랜드로버의 국내 차량 라인업은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RV(레저용차량)와 SUV의 전통을 잇는 브랜드인 만큼 오프로드 성능을 기반으로 다양한 차량을 내놓고 있다.
콤팩트 SUV 프리랜더2를 시작으로 다목적성의 디스커버리4, 변종 콤팩트 성향의 이보크, 랜드로버를 대표하는 레인지로버에 이르기까지 각기 조금씩 다른 외모와 성격으로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다.
시승차량은 2013년형 모델로 출력을 높이고 신형 변속기를 추가했다. 덕분에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줄고 연비는 좋아졌다.
#고급스러운 실내에 빠른 변속 마음에 들어
시승차를 운전하고 서울을 출발해 고속도로와 국도를 넘나들며 강원도 평창까지 약 500km를 왕복했다. 스포티한 성향의 도심형 SUV를 콘셉트로 개발했지만 전장, 전폭, 전고가 각각 4790×1930×1785mm에 달하고 2590kg의 육중한 무게를 지녔다.
차체가 높아 운전석에 오르려면 손잡이를 잡고 올라야 했다. 운전석에 앉으니 탁 트인 전면 시야와 안락한 좌석, 고급스러운 천연가죽과 최고급 무늬목을 사용한 인테리어가 한 눈에 고급스러워 보인다. 스위치는 모두 크롬으로 장식해 깔끔하다.
3.0리터 V6 디젤엔진을 탑재한 시승차는 최고출력을 245마력에서 255마력으로 높였다. 최대토크는 61.2kg.m로 기존과 동일하지만, 변속기를 ZF HP28 6단에서 ZF 8HP70 8단으로 바꿔 변속이 빨라지고 연비가 좋아졌다.
#폭발적인 가속에 진동 소음 미약해
정지 상태에서 시동을 걸면 차량 내외부에서 느껴지는 소음과 진동이 가솔린엔진을 탑재한 일반 세단 수준이다. 1억 원을 호가하는 찻값을 화려한 치장에만 쓴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도심을 달리며 50~60km/h의 중저속에서 느껴지는 몸놀림은 육중한 차체에도 불구하고 가벼웠다. 저속에서 변속감은 무단변속기를 사용하듯 자연스럽다. 다만 엔진회전수(RPM) 1800~2000대에서 스티어링 휠로 전달되는 작은 진동이 신경 쓰였고, 그 외에는 진동과 소음이 아주 미약한 수준이다.
한적한 고속도로를 만나 주위에 차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 평균 100~120km/h를 유지하며 빠르게 차선 변경을 시도했다. 두툼한 스티어링 휠을 양손에 움켜잡고 차선을 넘나들었으나, 차량의 크기와 무게에 비해 차선 변경이 민첩하고 안정적이었다. 차량의 바닥에 중심 추라도 달아놓은 듯 안정적으로 움직이는 차량은 직진구간에서도 충분이 실력을 보여줬다.
다소 무서웠던 점은 140km/h에서 가속페달의 절반도 밟고 있지 않았다는 것과, 그 속도에서도 오른발에 힘을 주자 차체가 튀어나가듯 가속된다는 것이다. 시승 내내 레인지로버 스포츠의 놀라운 고속주행 성능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온로드 주행에 초점을 맞춘 고성능 모델답게 각 바퀴의 댐핑 압력을 초당 500번 모니터링하는 어댑티브 다이내믹스(Adaptive dynamics) 시스템은 단단한 하체를 바탕으로 빠른 변속 타이밍, 신속한 스티어링 반응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미끄러운 눈길에도 차량 제어 훌륭해
고속도로를 빠져나가기 위해 급하게 감속을 해도 차량이 좌우로 쏠리거나 불안감은 없었다. 다만 차체가 높고 무거워 사전에 충분한 감속 없이 급커브에 진입하면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평창에 들어서자 연일 계속된 폭설로 도로를 제외한 나머지는 눈이 그대로 쌓여있었다. 촬영을 위해 넓은 공터를 찾았다. 마침 작은 강 주변 둔치의 주차장을 발견했지만 제설작업이 전혀 돼있지 않았다. 보통 차량 같으면 엄두도 못 낼 장소였지만 시승차의 눈길 주행능력을 시험해 보고자 과감히 스티어링 휠을 돌렸다. 다이얼식 기어레버 아래에 위치한 지형반응시스템은(Terrain Response)은 노면상황에 맞춰 운전자가 차량의 주행모드를 조절하는 방식이다. 총 5가지 선택이 가능하고 일반도로, 눈길·자갈길, 진흙과 불규칙한 노면, 모래, 바위 등의 상황에 맞춰 적당한 차체의 반응을 이끌어 낸다.
주행모드를 눈길로 맞추고 내리막길을 따라 주차장에 들어섰다. HDC(Hill Descent Control)가 적절하게 개입해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천천히 내려갈 수 있었다. 약 5cm 가량 눈이 쌓인 주차장에서 스티어링 휠을 좌우로 거칠게 돌려가며 방향 전환을 시도했다. 눈에 미끄러져 차체가 균형을 잃을 때마다 앞뒤 바퀴가 구동력을 빠르게 분산해 운전자가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정확히 차체를 움직이게 만들었다. 정지했다가 출발하고, 급가속하다 브레이크를 밟아도 움직임이 크게 불안하지 않다. 내친김에 한번쯤 도강을 시도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차량의 기술력은 가능할지 몰라도 기자의 담력은 한계를 보였다.
국내 판매 가격은 3.0D SE 9780만 원, 3.0D HSE 1억1290만 원, 3.0D 오토바이오그라피 1억2290만 원, 5.0SC(수퍼차저) 1억4420만 원이다.
김훈기 동아닷컴 기자 hoon149@donga.com
그날 밤에도 어김없이 눈이 내리고 있었다. 늦은 퇴근으로 대중교통이 끊긴 상황에서 기자가 오른 택시의 나이 지긋한 운전기사는 푸념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행선지를 묻고는 경로에 오르막과 내리막길이 있는지부터 계산하는 눈치다. 눈 때문에 꽤 고생을 했던 모양이다.
“올해는 정말 지긋 지긋하게 눈이 내리네요. 이젠 그만 좀 올 때도 됐는데. 돈은 벌어야겠고 폭설과 혹한은 계속되고 요즘은 택시도 사륜구동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택시기사의 계속되는 푸념에 특별히 대꾸하진 않았지만, 올해 눈이 너무 많이 와 힘들긴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 도심에 사륜구동 택시라니. 강원도 산악지대나 지리산 부근 등 지형이 험한 지역은 간혹 사륜구동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택시로 사용되긴 한다.
#레인지로버 스포츠, 미끄러운 눈길에 안성맞춤 사륜구동
2월 첫 번째 주말 2013년형 레인지로버 스포츠를 시승했다. 일반적인 사륜구동 차량이 미끄러운 노면에서 실력을 발휘하는 정도라면 레인지로버 스포츠는 그 이상의 실험정신을 발휘해야만 차량의 한계점을 파악할 수 있는 모델이다.
랜드로버의 국내 차량 라인업은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RV(레저용차량)와 SUV의 전통을 잇는 브랜드인 만큼 오프로드 성능을 기반으로 다양한 차량을 내놓고 있다.
콤팩트 SUV 프리랜더2를 시작으로 다목적성의 디스커버리4, 변종 콤팩트 성향의 이보크, 랜드로버를 대표하는 레인지로버에 이르기까지 각기 조금씩 다른 외모와 성격으로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다.
시승차량은 2013년형 모델로 출력을 높이고 신형 변속기를 추가했다. 덕분에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줄고 연비는 좋아졌다.
#고급스러운 실내에 빠른 변속 마음에 들어
시승차를 운전하고 서울을 출발해 고속도로와 국도를 넘나들며 강원도 평창까지 약 500km를 왕복했다. 스포티한 성향의 도심형 SUV를 콘셉트로 개발했지만 전장, 전폭, 전고가 각각 4790×1930×1785mm에 달하고 2590kg의 육중한 무게를 지녔다.
차체가 높아 운전석에 오르려면 손잡이를 잡고 올라야 했다. 운전석에 앉으니 탁 트인 전면 시야와 안락한 좌석, 고급스러운 천연가죽과 최고급 무늬목을 사용한 인테리어가 한 눈에 고급스러워 보인다. 스위치는 모두 크롬으로 장식해 깔끔하다.
3.0리터 V6 디젤엔진을 탑재한 시승차는 최고출력을 245마력에서 255마력으로 높였다. 최대토크는 61.2kg.m로 기존과 동일하지만, 변속기를 ZF HP28 6단에서 ZF 8HP70 8단으로 바꿔 변속이 빨라지고 연비가 좋아졌다.
#폭발적인 가속에 진동 소음 미약해
정지 상태에서 시동을 걸면 차량 내외부에서 느껴지는 소음과 진동이 가솔린엔진을 탑재한 일반 세단 수준이다. 1억 원을 호가하는 찻값을 화려한 치장에만 쓴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도심을 달리며 50~60km/h의 중저속에서 느껴지는 몸놀림은 육중한 차체에도 불구하고 가벼웠다. 저속에서 변속감은 무단변속기를 사용하듯 자연스럽다. 다만 엔진회전수(RPM) 1800~2000대에서 스티어링 휠로 전달되는 작은 진동이 신경 쓰였고, 그 외에는 진동과 소음이 아주 미약한 수준이다.
한적한 고속도로를 만나 주위에 차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 평균 100~120km/h를 유지하며 빠르게 차선 변경을 시도했다. 두툼한 스티어링 휠을 양손에 움켜잡고 차선을 넘나들었으나, 차량의 크기와 무게에 비해 차선 변경이 민첩하고 안정적이었다. 차량의 바닥에 중심 추라도 달아놓은 듯 안정적으로 움직이는 차량은 직진구간에서도 충분이 실력을 보여줬다.
다소 무서웠던 점은 140km/h에서 가속페달의 절반도 밟고 있지 않았다는 것과, 그 속도에서도 오른발에 힘을 주자 차체가 튀어나가듯 가속된다는 것이다. 시승 내내 레인지로버 스포츠의 놀라운 고속주행 성능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온로드 주행에 초점을 맞춘 고성능 모델답게 각 바퀴의 댐핑 압력을 초당 500번 모니터링하는 어댑티브 다이내믹스(Adaptive dynamics) 시스템은 단단한 하체를 바탕으로 빠른 변속 타이밍, 신속한 스티어링 반응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미끄러운 눈길에도 차량 제어 훌륭해
고속도로를 빠져나가기 위해 급하게 감속을 해도 차량이 좌우로 쏠리거나 불안감은 없었다. 다만 차체가 높고 무거워 사전에 충분한 감속 없이 급커브에 진입하면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평창에 들어서자 연일 계속된 폭설로 도로를 제외한 나머지는 눈이 그대로 쌓여있었다. 촬영을 위해 넓은 공터를 찾았다. 마침 작은 강 주변 둔치의 주차장을 발견했지만 제설작업이 전혀 돼있지 않았다. 보통 차량 같으면 엄두도 못 낼 장소였지만 시승차의 눈길 주행능력을 시험해 보고자 과감히 스티어링 휠을 돌렸다. 다이얼식 기어레버 아래에 위치한 지형반응시스템은(Terrain Response)은 노면상황에 맞춰 운전자가 차량의 주행모드를 조절하는 방식이다. 총 5가지 선택이 가능하고 일반도로, 눈길·자갈길, 진흙과 불규칙한 노면, 모래, 바위 등의 상황에 맞춰 적당한 차체의 반응을 이끌어 낸다.
주행모드를 눈길로 맞추고 내리막길을 따라 주차장에 들어섰다. HDC(Hill Descent Control)가 적절하게 개입해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천천히 내려갈 수 있었다. 약 5cm 가량 눈이 쌓인 주차장에서 스티어링 휠을 좌우로 거칠게 돌려가며 방향 전환을 시도했다. 눈에 미끄러져 차체가 균형을 잃을 때마다 앞뒤 바퀴가 구동력을 빠르게 분산해 운전자가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정확히 차체를 움직이게 만들었다. 정지했다가 출발하고, 급가속하다 브레이크를 밟아도 움직임이 크게 불안하지 않다. 내친김에 한번쯤 도강을 시도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차량의 기술력은 가능할지 몰라도 기자의 담력은 한계를 보였다.
국내 판매 가격은 3.0D SE 9780만 원, 3.0D HSE 1억1290만 원, 3.0D 오토바이오그라피 1억2290만 원, 5.0SC(수퍼차저) 1억4420만 원이다.
김훈기 동아닷컴 기자 hoon14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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