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발진 진실공방 “문서 조작 의혹” 불신의 끝은?”
동아경제
입력 2012-10-16 17:09 수정 2012-10-16 17:18
기아자동차 스포티지R 급발진 추정 사고 운전자가 EDR 조작 및 누락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국토해양부는 이에 대해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이다.
자신을 스포티지R 자주라고 소개한 이 씨는 지난 15일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과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 게시판을 통해 ‘스포티지R 급발진 EDR을 공개합니다’란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글은 현재 아고라 게시판에서 조회수 12만을 넘기며 각종 커뮤니티로 옮겨지고 있다.
이 씨는 글에서 국토부로부터 받은 EDR 데이터가 조작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씨의 스포티지R EDR 데이터를 살펴보면 브레이크가 비작동 된 상태로 조사됐다. 하지만 이 씨는 당시의 사고 상황을 떠올리며 “분명히 브레이크를 밟고 우회전 하는데, 차가 갑자기 돌진해 밟고 있던 브레이크를 더 강하게 밟았다”고 주장하며, EDR 데이터의 조작을 의심했다.
이 씨는 “스포티지R EDR 데이터를 살펴보면 ‘브레이크 작동여부’의 코드가 00으로 나타나면 작동상황, 01로 나타나면 비작동 상황이라고 표시돼 있는 반면, ABS와 차체자세제어장치는 00이 비작동, 01이 작동상황을 나타냈다”며 동일 문서 내에서 일관성 없는 부분을 의심했다. 그는 “보통 한 개의 문서엔 표기법을 통일해서 쓰게 되는데 유독 브레이크 부분만 표기법이 다르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또한 국토부 교통안전공단이 공개한 동종차량의 충돌테스트 EDR 데이터에는 헥사코드 부분이 누락돼 있다며, 이 부분을 삭제한 것이 앞서 데이터를 조작한 것을 은폐하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이 씨는 “급발진을 밝히기 위해선 EDR 분석이 가장 좋은 방법인데, 분석을 하는 사람들의 신뢰성에 의심이 간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토해양부 측은 EDR에 기록된 헥사코드(16진수 데이터 기록)에는 일정한 규칙이 없으며, 제조사가 임의로 결정해 만든다면서 이 씨의 주장에 반박했다. 최종 공개된 표를 보면 단순히 1과 0이지만, 실제로는 16진수의 긴 숫자열 이어서 브레이크 작동여부의 코드나 ABS, 차체자세제어장치의 코드는 다르게 될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것이다.
교통안전공단이 공개한 동종차량의 EDR 데이터에 해당 코드를 지운 이유에 대해서는 “제조사 측이 영업 비밀로 삭제 요청을 한 부분”이라며 “코드가 공개될 경우 해커 들이 차량 제어의 원리를 분석해 해킹 등에 악용할 우려가 있기에 대다수 제조사들이 차량 컴퓨터에 관련된 코드 공개를 꺼린다”고 국토부는 밝혔다.
한편 지난 5일 국정감사에서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은 국민들이 급발진 추정 사고의 조사 결과에 대해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며, 국회차원에서 새로운 조사반을 꾸려 재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 의원은 “미국은 EDR 기록항목 기준을 브레이크 조작여부 등 필수항목 15개, 엔진 회전수 등 선택적 항목 30개를 합해 45개를 기록하는 기준을 법제화해 올해 10월부터 생산되는 차량에 적용토록하고 있는 반면, 국내차량에 장착된 EDR의 경우 자동차 제작사에 따라 기록항목의 수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항목 또한 제각각”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국내 자동차 제작사 EDR 기록항목은 현대기아차의 경우 37개 항목을 적용하고 있으며 이중 사고관련 진상규명 항목은 속도, RPM, 브레이크조작, 엔진스로틀조작 등 4개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지난 1999년 도로교통안전국에 사고기록장치위원회를 설치해 표준화 작업을 시작, 지난 2006년 8월 EDR 관련법을 제정 및 공표했다. 하지만 한국은 아직까지 EDR 기록항목에 대한 별도의 기준이 마련되지 않았으며 관련 연구 또한 미흡한 상태다.
심 의원은 “그동안 자동차 제작사가 EDR 장치에 대해 수출용 차량에만 매뉴얼을 통해 고지해 왔다”라며 “EDR 기록 공개화를 위해서는 국내 판매차량의 EDR 기록항목의 표준화 및 신뢰성 제고를 위한 준비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훈기 동아닷컴 기자 hoon14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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