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장마-물폭탄… 극단적인 폭우-폭염 대책 세워야”

강은지 기자

입력 2020-09-15 03:00:00 수정 2020-09-15 11:4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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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관리 대책 토론회’ 열려

지난달 6일 집중호우로 임진강 수위가 상승해 제방이 넘쳐 침수된 경기 파주시 파평면 일대. 기후변화가 심해지면 집중호우와 태풍의 강도가 더 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파주=뉴스1
올여름 한반도에는 수년간 이어진 폭염 대신 물폭탄이 쏟아졌다. 장마가 이어진 기간과 비의 양은 역대급 기록을 세웠고, 이로 인한 피해도 매우 컸다. 기후변화가 진행될수록 극단적인 폭우와 폭염이 더 강해질 것이란 전망이 계속 나온다. 그리고 이에 체계적인 대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장마전선이 전례 없이 54일이나 한반도에 머물면서 내린 비의 양은 기록적이다. 특히 남부지방에 비가 집중됐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여름 경남(거창 합천 산청 김해)과 경북(상주 구미 문경), 전남(보성 강진)과 전북(부안 임실 남원 장수 순창), 광주, 충남 금산에 내린 비는 지금까지 이 지역에 내린 여름철 비 중 가장 많은 강수량을 기록했다.


○ 역대급 피해로 벌어진 책임 공방

길어진 비와 집중호우로 인한 재산 피해도 컸다. 행정안전부는 14일 집중호우 재산 피해액으로 1조371억 원, 피해 복구비로 3조4277억 원을 산정했다고 밝혔다. 피해 규모로는 2002년 태풍 ‘루사’(5조1479억 원), 2003년 태풍 ‘매미’(4조2225억 원), 2006년 태풍 ‘에위니아’(1조8344억 원), 1999년 태풍 ‘올가’(1조490억 원)에 이어 다섯 번째다.



피해 집중 지역 중 섬진강댐과 용담댐, 합천댐 하류에선 “댐 관리가 부실해 수해가 났다”는 주장이 나온다. 해당 지방자치단체들은 비가 집중적으로 내린 8월 초 이전에 미리 댐 방류를 충분히 하지 않았고, 폭우가 쏟아질 때 댐을 방류해 하류 지역이 침수됐다며 댐을 관리하는 수자원공사가 수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같은 주장이 커지자 환경부는 ‘댐 관리 조사위원회’를 구성했다. 전북, 전남, 충남, 경남 등 관련 지자체와 학회 등에서 추천받은 민간 전문가를 중심으로 위원회를 구성해 댐 운영 관리의 적정성을 따질 예정이다. 조사위원회는 10월까지 댐 방류 시기와 방류량, 방류가 하류 하천에 미친 영향 등을 살펴본다.


○ “수해 원인, 다각도로 들여다봐야”

올해 장마가 기록적으로 길어지고 많은 양의 비가 단시간에 쏟아지는 등 기후변화 양상이 뚜렷한 만큼 이번 수해를 기후변화 대응 차원에서 진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종합편성TV 채널A는 13일 방영한 TV토론회 ‘기후변화시대, 물 관리 대책은?’에서 전문가들에게 이번 수해 수습 방향과 향후 물 관리 방안에 대해 들었다. 소방방재청 방재연구소장을 지낸 정상만 공주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장석환 대진대 건설시스템공학부 교수,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가 출연했다.

전문가들은 수해를 키운 원인을 살필 때 댐과 강 주변의 제방, 하천, 도심 내 소하천, 지역별 대응 등을 다각도로 들여다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이례적으로 많이 온 이번 비가 과연 현재의 댐이나 제방, 하천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었는지를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이번 섬진강 유역에 내린 비는 ‘500년 빈도 규모’, 즉 500년에 한 번 올 정도의 많은 양이다. 그런데 섬진강의 제방 등 하천 범람을 막는 시설들은 1991년 하천정비기본계획에 따라 100년 빈도 규모에 견딜 수 있게 설계됐다. 장 교수는 “현재의 시설들은 이례적인 폭우에 대응할 준비가 안 돼 있다”고 지적했다.

물 관련 시설들의 관리 주체가 달라 수해 대응이 유연하지 않은 점을 고쳐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정 교수는 “댐은 용도에 따라 발전댐은 산업부, 농업용수댐은 농림축산식품부로 소관 부처가 나뉘고, 하천은 규모에 따라 국가하천은 국토교통부, 지방하천은 광역자치단체, 소하천은 기초기방자치단체로 관리 주체가 나뉜다”며 “물이 소관 부처를 따져가며 흐르지 않듯 댐 강 하천 제방 하수도 등 물 처리 시스템을 총괄해 관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극한 기후 현상 대비 필요”

올여름 긴 장마와 폭우로 인한 재해가 한반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점에도 전문가들은 주목했다. 일본과 중국, 방글라데시 등 아시아권에선 폭우로 인한 산사태, 침수 등으로 인명 및 재산 피해가 속출했다. 반면 러시아 시베리아 지역은 6월부터 평년 평균 기온보다 10도 이상 높은 고온이 지속되며 곳곳에서 산불이 발생하기도 했다.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이 이어지던 미국 서부에선 우리나라 면적의 5분의 1을 태운 산불이 계속 번지고 있다.

이와 같은 극한 현상들은 기후변화가 지속되면 점차 강해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 피해 규모도 갈수록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기후변화 영향으로 2020∼2060년 발생할 연간 자연재난 피해액은 최대 11조4794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기후변화가 현실화되는 만큼 대비도 단단히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박 교수는 “홍수와 가뭄 등 극단적인 날씨 변화가 지속되면 물 관리의 중요성은 점점 더 커질 것”이라며 “각 부처 수준의 대응이 아니라 범정부 차원의 역량을 모아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합리적인 물 관리 시스템을 다듬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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