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노→심장 쿵→돌연사…막장드라마 아닌 ‘실제상황’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입력 2024-05-02 11:07 수정 2024-05-02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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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불같이 화를 내다 뒷목이나 심장을 부여잡고 쓰러져 사망. 막장 드라마에서 흔히 보는 장면이다. 이런 상황이 과학적으로 근거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일 미국에서 공개된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사람이 분노의 감정을 느끼면 일시적으로 혈관이완 능력이 손상될 수 있다. 혈관 이완에 장애가 생기면 혈액흐름이 방해를 받는다. 심하면 뇌졸중, 심장마미를 일으킬 위험이 있다.

뉴욕 포스트에 따르면 연구자들은 뉴욕에 사는 성인 280명에게 8분 동안 네 가지 감정 작업 중 하나를 완료하라고 주문했다. ▼자신을 분노케 하는 기억 떠올리기 ▼자신을 불안하게 만드는 무언가를 기억하기 ▼자신을 슬프게 만드는 일련의 우울한 문장 읽기 ▼감정적으로 중립적인 상태를 유도하기 위해 반복적으로 100까지 세기.

영화의 한 장면.

연구자들은 작업 전과 작업 후에 각 참가자의 혈관 내벽 세포를 4회 평가했다.

격분한 사건을 회상하면 최장 40분 동안 혈관 확장 기능에 문제가 생겼다. 혈관확장은 혈류 증가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불안과 우울 감정 작업 후에는 혈관 안쪽에 유의미한 변화가 없었다.

“우리는 분노한 상태가 되면 혈관 기능 장애가 발생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의 원인이 무엇인지는 아직 이해하지 못했다”라고 미국 컬럼비아 대학교 어빙 메디컬 센터의 의대 교수이자 수석 연구 저자인 다이치 심보(Daichi Shimbo) 박사가 말했다.

그는 이어 “분노와 혈관 기능 장애 사이의 근본적인 연관성에 대한 조사는 심혈관 이상 위험이 높은 사람들을 위해 효과적인 개입 대상을 식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연구에 따르면 정신적 안정은 사람의 건강과 심장 질환 및 뇌졸중의 위험 요인에 긍정적 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장마비와 뇌졸중은 일반적으로 각각 심장이나 뇌로 가는 혈류가 차단될 때 발생한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두 질환은 우리나라에서도 비중이 높다.
국내 심장마비 발생 건수는 연간 2만5000명 수준이다. 심장마비는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치면 10명 중 3명이 응급실에 도착하기 전에 사망할 정도로 사망률이 높다.

뇌졸중은 국내 사망원인 4위로 알려졌다.

UCLA 데이비드 게펜 의과대학의 심장병 전문의의자 의대 교수인 할리 미들카프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와 관련해 진행한 NBC 뉴스와 인터뷰에서 심장병이 있고 분노조절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에게 요가, 운동, 인지 행동 치료 또는 기타 방법을 통해 분노를 관리할 것을 장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분노가 심장마비를 유발한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지지 않았으며, 폭넓게 받아들여지지도 않는다. 이 연구는 분노가 몸에 나쁘고 혈압을 높이며 혈관 건강을 손상한다는 이론에 생물학적 타당성을 제공한다”라고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키들카프 박사가 덧붙였다.
동아일보 DB.

미국심장협회저널(Journal of the American Heart Association)에 발표된 이번 연구에는 몇 가지 한계가 있다.

참가자들은 실제 상황 또는 감정이 격해진 후 오랜 기간 동안 관찰되지 않았다. 또한 참가자의 평균 연령은 26세로 젊었다.

이에 연구를 주도한 심보 박사는 “약물을 복용할 가능성이 가장 높고, 다른 건강 문제가 있는 노인에게도 적용할 수 있을지 여부는 불분명하다”라고 말했다.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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