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암물질 ‘디펄핀’ 3만2천명분 치과 유통…환자들 어쩌나

뉴스1

입력 2020-09-16 11:40 수정 2020-09-16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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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현 부산본부세관 조사총괄과 수사관이 16일 오전 10시쯤 부산본부세관 3층 교육실에서 ‘디펄핀’이 국내로 밀수입된 경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뉴스1

1급 발암물질이 함유돼 수입이 금지된 치과의료 약제 ‘디펄핀(Depulpin)’을 밀수입하고 유통시킨 일당이 세관당국에 붙잡혔다.

일부 치과에서는 디펄핀 사용이 불법이라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제품명이 적힌 라벨을 뜯어낸 채 환자들에게 투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해당 치과에서 신경치료를 받은 환자들이 자신에게 디펄핀이 투여된 사실을 알 방법이 현재로써는 없다는 것이다.

디펄핀은 신경치료(치아근관치료)를 할 때 신경을 마비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되는데 1급 발암물질 파라포름알데히드(49%)를 주성분으로 하는 제품이다.

해당 약제는 잘못 사용할 경우 잇몸이 괴사하거나 쇼크 증상 같은 부작용 때문에 식품의약안전처에서 2012년 6월 22일 의료기기 허가를 취소해 수입이 금지됐다.

16일 오전 부산본부세관 3층 교육실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조성현 부산본부세관 조사총괄과 수사관은 “치아 신경치료는 과정이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데 디펄핀은 치수 조직이나 신경 혈관을 죽이는데 강한 효과를 가지고 있다”며 “치료가 편하고 시간도 단축되다보니 치과의사들이 수입 금지된 사실을 알면서도 디펄핀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세관은 디펄핀 사용이 적발된 치과를 방문하고 진료기록과 구입목록 장부를 확인했지만 디펄핀이 투여된 환자들의 정확한 인원과 투여 여부를 확인하지 못했다.

조 수사관은 “치과에서는 디펄핀 사용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따로 기록해두지 않아 몇명에게 투여됐는지 확인하지 못했다”며 “환자들 또한 매번 치료를 받으면서 어떤 약재가 사용되는지 알기 어려운 상황인데 현재로서는 디펄핀이 투여된 환자들도 관련 사실을 알기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형사절차가 진행중이기 때문에 적법 처리되는대로 디펄핀이 사용됐을 것으로 보이는 환자에 대한 추가 조치를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관세청 부산본부세관은 이날 관세법(밀수입), 의료기기법 위반 혐의로 A씨(40대 남성)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또 A씨가 밀수입한 디펄핀을 치과에 납품한 유통업자 23명과 이를 환자에게 투여한 치과의사 8명도 관세법(밀수품 취득), 의료기기법 위반 혐의로 함께 입건했다.

A씨 등은 2014년 말부터 올해 1월까지 1급 발암물질 부작용으로 수입이 금지된 치과약제 디펄핀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김해공항으로 들어오는 외국인 여행객과 중국 보따리상을 통해 3차례에 걸쳐 밀수입하고 치과의원에 유통시킨 혐의를 받고있다.

조사 결과 치과재료상을 운영한 적이 있었던 A씨는 SNS에서 알게 된 러시아 무역업자 B씨로부터 구입한 디펄핀을 몰래 들여온 것으로 확인됐다.

세관은 러시아 무역업자 B씨가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보스토크로 디펄핀 제품을 보내면 B씨가 미리 모집해둔 러시아 여행객들이 디펄핀을 들고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김해공항으로 입국해 A씨를 비롯한 유통업자들에게 넘겼다고 설명했다.

이들이 러시아 무역업자와 중국 보따리상을 통해 밀수입한 디펄핀 273개는 시가 3000만원 상당으로 환자 3만2000여명에게 투여할 수 있는 분량이다.

디펄핀 1개(3000㎎)만 있어도 환자 120명 이상에게 사용할 수 있다.

부산본부세관은 이같은 의료제품 불법 수입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또 휴대품과 국제우편, 특송화물에 대한 검사를 강화하고 온라인 불법 유통 행위 모니터링도 강화할 방침이다.

(부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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