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루저 파월” 연일 때리자 ‘셀 USA’가속… 美국채-달러 흔들

이동훈 기자 , 워싱턴=신진우 특파원

입력 2025-04-23 03:00 수정 2025-04-2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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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불거진 ‘셀 USA’]
“미스터 투 레이트” 금리인하 압박… 연준 독립성 우려 등 투자자들 불안
뉴욕 3대증시 일제히 2%대 하락… 월가 “파월 해임땐 시장 반격” 경고
금값 3400달러 돌파하며 최고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준금리 인하를 요구하면서 연일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사진)을 공격하고 나서자 미국 자산시장이 급격하게 흔들리고 있다. 뉴욕 3대 증시가 21일(현지 시간) 일제히 2% 내림세를 나타냈고 미국 장기 국채 가격도 내려갔다.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들에도 무차별 관세 폭탄을 퍼부은 데 이어 연준의 독립성을 무시하는 등 기존의 경제질서를 뒤흔드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치솟은 여파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지 100일도 안 돼서 미국의 금융패권이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 속에 ‘셀(Sell) USA’가 가속화되고 있다.


● 연일 파월 때리기에 나선 트럼프


21일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루스소셜에 파월 의장을 향해 “‘(금리 인하 결정이) 너무 늦은 사람’(Mr. Too Late)이자 ‘엄청난 패배자’(a major loser)”라고 비판했다.

그는 “에너지 비용과 식료품 가격이 상당히 낮아졌고, 다른 대부분의 ‘물가’도 하락 추세”라면서 “사실상 인플레이션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파월이 지금 당장 금리를 인하하지 않는다면 경제는 둔화할 수 있다”면서 자신의 기준금리 인하 요구에도 금리를 잇달아 동결한 파월 의장이 “언제나 너무 늦다”고 비판을 거듭했다.

연준이 기준금리 인하를 통해 국채 금리 하락을 유도하길 바라던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이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속 경기 침체)을 경계하면서 신중한 태도를 나타내자 공격 수위를 높였다는 분석이다. 특히 파월 의장이 이달 16일 “관세가 올해 내내 우리를 물가와 실업률 안정에서 더 멀어지게 할 가능성이 크다”는 등 관세 정책의 부작용을 거론하자 이에 크게 분노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파월 의장의 해임을 요구하는 등 금리 인하에 대한 압박을 키우고 있다. 앞선 17일에는 법적으로 임기가 보장된 파월 의장의 해임을 “더 미룰 수 없다”라고 썼고, 같은 날 취재진에게는 “내가 그(파월 의장)를 내쫓고 싶다면 아주 빠르게 그렇게 될 것”이라고 했다.



● 흔들리는 미국에 대한 신뢰, 美 증시와 국채 가격·달러 가치도 떨어져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을 해임할 경우 미국 자산시장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신뢰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회사인 에버코어ISI의 크리슈나 구하 부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 해임에 나설 경우 미국의 채권 금리 상승과 달러 가치 하락, 주식 투매 등 강한 시장 반응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글로벌 투자자들의 미 자산 시장 이탈이 가속화하고 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 대비 124.50포인트(2.36%) 떨어진 5,158.20에 마감했다. 나스닥지수(―2.55%)와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2.48%)도 미끄러져 내렸다. 미국의 빅테크 업체들의 주가도 추락했다. 테슬라가 5.75% 급락한 가운데 엔비디아도 4.51% 하락했다.

미국의 신뢰도에 금이 가고 기축 통화인 달러화 지위가 흔들리면서 미 채권 가격도 추락했다. 10년물 미 국채 금리는 이달 초까지 3.85%였지만, 최근 4.58%까지 치솟은 뒤 현재 4.4%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도 97.9까지 떨어지는 등 3년 만에 최저점을 찍기도 했다.

금은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금 현물가격은 사상 최초로 온스(oz)당 3400달러를 넘어섰다. 뉴욕상품거래소에 따르면 금 선물가격도 전일 대비 2.9% 오른 3425.3달러에 거래를 마치면서 최고치를 경신했다.

벤 파월 블랙록 아시아·태평양 담당 최고투자전략가는 “글로벌 금융시장이 이전까지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가속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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