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3조 들여 PF 토지 매입…“세금으로 부실 건설사 지원” 논란

김형민 기자 , 이축복 기자

입력 2024-03-29 03:00 수정 2024-03-2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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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건설경기 회복지원안 발표
지방 미분양 매입해 임대사업 전환…공공주택 공사비 15% 올리기로
건설사 줄도산 ‘4월 위기설’에 2008년 금융위기때 정책 꺼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유동성 위기에 몰린 건설사들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토지를 3조 원을 투입해 매입한다.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기업구조조정리츠(CR리츠)가 사들여 임대 사업으로 전환한다. 올해 공공주택 사업 공사비를 전년 대비 15% 올리는 등 물가상승분의 공사비 반영을 현실화한다.

28일 국토교통부는 이런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건설경기 회복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공사비 급등에 국책사업이 줄줄이 유찰되고, 건설사 줄도산을 우려하는 ‘4월 위기설’이 계속되자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썼던 정책을 다시 꺼내 든 것이다. 하지만 일방적인 ‘퍼주기’는 국민 세금으로 건설사에 특혜를 주는 꼴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부실 건설사에 대한 구조조정을 늦춰 오히려 건설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있다.


● 유동성 지원과 공사비 인상 ‘투 트랙’

이번 지원 방안의 핵심은 건설사 유동성 확보와 공사비 현실화에 있다.

우선 LH는 건설사들이 보유한 토지를 매입하는 식으로 지원에 나선다. 다음 달 5일부터 토지를 매각하려는 기업들에서 ‘매각 희망가’를 받은 뒤 가격이 낮은 순서대로 토지를 사들인다. 매입 상한가는 공시지가의 90%다. 매입 대상은 토지 대금보다 부채가 커 유동성 확보가 필요한 기업이 올해 1월 3일 이전 소유권을 취득한 3300㎡ 이상 토지다. 대금은 LH가 전액 부채상환용 채권으로 금융기관에 직접 지급한다.

이와 함께 지방을 중심으로 확대되는 준공 후 미분양을 해결하기 위해 CR리츠가 10년 만에 다시 등판한다. CR리츠는 악성 미분양 주택을 인수한 뒤 임대사업으로 전환하고 부동산 시장에 따라 분양하는 펀드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CR리츠가 도입돼 미분양 2200채를 매입했고 2014년 500채를 매입했었다. 정부는 CR리츠 운용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주택 매입 시 부과하는 취득세 중과를 배제하고 취득 후 5년간 종합부동산세 합산도 배제한다. 세제 혜택 대상은 이날부터 내년 말까지 CR리츠가 매입한 주택이다.

공사비 현실화를 통해 공공공사 유찰 등을 막기 위한 대책도 마련된다. 지난해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 서울 대심도 빗물 배수터널 등 대형 공공사업이 줄줄이 유찰된 바 있다. 지난해 1월∼올해 3월 유찰된 기술형 입찰 국책사업은 총 16건, 4조2000억 원 규모다.

우선 입지, 건물, 층수에 따라 공사비 할증 기준을 세분화해 공사비를 올려주는 효과를 내고, 산업안전보건관리비는 15∼20% 인상한다. 민간 참여 공공주택 공사비는 지난해보다 15% 증액한다. 고난도 공사인 기술형 입찰은 탈락자의 설계 보상비 한도(현재 공사비의 1.4%)를 실제 설계비 수준으로 높인다.


● “세금으로 부실 건설사 연명” 비판도

일각에서는 건설사들이 부동산 호황기에 무분별하게 사업에 뛰어들어 초래한 부실을 재정을 통해 보전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민간기업의 경영 판단에 따른 투자 리스크를 국민에게 전가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다. 유동성 지원과 함께 부실 건설사의 퇴장도 같이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는 배경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적자 수주를 할 수밖에 없었던 시장 상황을 개선하려면 결국 건설사 옥석 가리기도 필요하다”고 했다.

건설사들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긴다거나 대책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이날 대책에는 미분양 발생 사업장에 PF보증을 지원하기 위한 조건인 ‘분양가 5% 할인’을 폐지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건설사들이 최소한의 책임도 지지 않으면서 재정 지원을 받는 셈이다. 김효선 NH농협은행 수석위원은 “경기가 정상화되면 지원을 받았던 건설사로부터 공공기여를 다시 받아낼 수 있는 방식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공사비 현실화와 관련해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대다수 공공공사는 중소·중견 건설사가 최저가 입찰을 하는데, 정작 물가 인상분을 공사비에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는 대책에서 빠졌다”고 했다.



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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