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비 500원-전기료 年 8000원 싸진다… 재정 부담 2조 늘듯

세종=김도형 기자

입력 2024-03-28 03:00 수정 2024-03-2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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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부담금 91개 중 32개 폐지-감면
출국납부금 1만1000원→7000원
年 3598억 학교용지부담금 폐지
영화값 감면 등 20개 법개정 필요



이르면 내년부터 영화표를 살 때마다 입장권 가격에 3%씩 붙던 부담금이 사라지고 해외여행을 떠날 때 내야 했던 출국납부금도 1만1000원에서 7000원으로 낮아진다. 전기요금에 3.7%씩 추가되던 부담금도 2.7%로 내리면서 가정과 기업의 부담이 연간 9000억 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그림자 세금’으로 불리는 부담금 32개를 없애거나 줄여주기로 했다. 다만 일각에선 매년 2조 원 규모의 부담금이 줄면서 그만큼 추가적으로 예산을 확보해야 하는 정부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어린 자녀 둘과 해외여행 가는 부부, 3만 원 아껴”

27일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제23차 비상경제 민생회의를 열고 ‘부담금 정비 및 관리 체계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올해 24조6000억 원 규모인 91개 부담금 가운데 32개 부담금을 개편해 연 2조 원을 줄이는 내용이다. 윤 대통령은 “역대 어느 정부도 추진하지 못했던 과감하고 획기적인 수준으로 국민과 기업에 부담을 주는 부담금을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2002년 부담금 관리 체계 도입 이후 전면 정비는 처음이다.

정부는 우선 올해 3조2028억 원이 걷힐 것으로 예상돼 전체 부담금 중 가장 덩치가 큰 전력산업기반기금 부담금을 단계적으로 인하하기로 했다. 현재 전기요금의 3.7%씩 부과되는데 올해 7월부터는 3.2%, 내년 7월부터는 2.7%로 낮추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올 7월부터 1년 동안은 4328억 원, 내년 7월 이후부터는 연 8656억 원의 부담금 경감 효과를 예상하고 있다. 전기 사용량이 많은 용접이나 주조 등 뿌리업종 기업은 연평균 62만 원, 4인 가구는 연평균 8000원의 감면 효과가 기대된다.

국민들이 출국할 때마다 걷어 온 출국납부금도 폐지 혹은 감면된다. 기존에 1만1000원이었던 납부금이 7000원으로 줄어들고 면제 대상도 2세 미만에서 12세 미만으로 확대된다. 12세 미만인 자녀 2명을 둔 부부가 출국할 경우 3만 원의 비용이 줄어든다. 영화관 입장권 가격의 3%씩을 걷어 올해 294억 원 규모로 예상되는 영화상영관 입장권 부과금은 완전히 폐지된다. 관람료가 1만5000원인 경우 약 500원씩의 부담이 준다.


● 연간 2조 원의 부담 경감

정부는 기업들의 경제 활동을 위축시키는 부담금도 대폭 손질하기로 했다. 연 3598억 원 규모의 학교용지부담금은 완전히 폐지하고 4756억 원 규모의 개발부담금은 올해에 한해 수도권은 50%, 비수도권은 100% 감면해주기로 했다. 이를 통해 침체된 건설 경기를 활성화하고 분양가 인하도 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올해 1조3773억 원이 걷힐 것으로 예상되는 농지보전부담금과 1516억 원 규모의 환경개선부담금도 일부 감면해 주기로 했다.

정부는 이 같은 계획으로 연 2조 원 규모의 부담금이 경감될 것으로 추산했다. 24조6000억 원 가운데 약 8%가 사라지는 셈이다. 원인자 혹은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걷혀 오던 부담금이 대폭 줄면서 일정 부분은 예산 투입이 불가피하다.

김윤상 기획재정부 2차관은 “부담금으로 조성된 기금의 여유 재원을 활용해 필요 사업을 유지하고 부담금 수입이 있기 때문에 존속된 사업은 과감한 지출 효율화에 나설 계획”이라면서도 “취약계층 지원이나 영화산업 발전 등 필요한 사업은 일반 재원을 써서라도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영화상영관 부과금을 비롯한 20개 부담금 개편은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국회의 동의를 구해야 실제로 폐지 혹은 감면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개별적인 입법 대신 일괄 폐지에 관한 법률안을 준비하고 국민과 기업의 부담을 경감하는 내용이라는 점을 중심으로 국회를 설득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력산업 부담금 등 시행령을 고치면 가능한 13개 부담금 개편은 올 7월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한편 영화관 입장권 가격에 포함돼 있는 영화상영관 부과금의 경우 감면 혜택이 국민 대신 영화관을 운영하는 기업들에 돌아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실제 티켓 가격이 인하돼 영화 관람을 위한 국민 부담 완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현재 주요 상영관과 긍정적인 방향으로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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