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만한 콘텐츠 없네” GPT스토어 두달만에 시들

남혜정 기자 , 김하경 기자

입력 2024-03-27 03:00 수정 2024-03-2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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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이용료 부담에 표절시비 불거져… 정식 출시후 트래픽 절반으로 급감
입점 고민하던 기업들도 방향 선회… ‘AI판 앱스토어’ 야심찬 꿈 멀어져


오픈AI ‘GPT스토어’ 메인 화면 캡처. GPT스토어에서는 개발자들이 올려 놓은 인공지능(AI) 챗봇을 내려 받아 이용할 수 있다. 구글플레이 스토어 등 앱장터에서 앱을 내려 받아 이용할 수 있는 것과 같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챗봇을 만들어 사고팔 수 있는 시장인 ‘GPT스토어’가 출시된 지 두 달 만에 이용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 이용료를 낸 회원만 사용할 수 있어 접근성이 떨어지는 데다 GPT스토어만의 핵심 콘텐츠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저작권 침해, 표절 문제 논란이 일면서 개발자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GPT스토어를 만든 오픈AI는 ‘AI판 앱스토어’로 키워 나가겠다는 목표를 밝혔지만 현실화하기까지는 요원해 보인다.

26일 온라인 전문 분석 업체인 시밀러웹에 따르면 GPT스토어의 트래픽 추이는 정식으로 출시되기 직전인 지난해 11월과 12월 1200만 건을 유지하다가 정식 출시된 1월 이후 절반 수준인 649만 건으로 급격히 감소했다. GPT스토어에 올라온 챗봇을 소개하는 웹사이트 방문객 수는 지난해 12월 59만7000명에서 올해 1월 100만 명까지 치솟았다가 2월에는 다시 절반인 51만 명으로 떨어졌다. GPT스토어에 올라온 챗봇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졌다는 얘기다.

오픈AI가 만든 생성형 AI인 챗GPT 이용자들이 얼마나 많이 GPT스토어를 이용하는지 알 수 있는 트래픽 비율도 미미한 수준이다. 2월 기준 전 세계 챗GPT 트래픽 가운데 GPT스토어는 2.7%에 불과했다. 미국 내로 범위를 좁혀도 전체 트래픽의 4.1%에 그쳤다.

GPT스토어는 챗봇 생태계 활성화와 AI 수익을 실현할 수 있는 방안으로 주목받았지만 1월 정식 출시된 이후 두 달이 조금 넘은 현재 예상과 달리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

이용자들은 ‘활용도’와 ‘접근성’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GPT스토어에는 현재 300만 개가 넘는 앱이 있지만 정작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는 수십 개에 불과하다.

GPT스토어 상위권을 차지하는 챗봇은 주로 이미지를 생성해 주거나 논문 등 자료를 요약하고 생성하는 서비스가 대부분이다. 나머지는 상위권을 차지한 서비스를 그대로 복제해서 따라한 수준에 그쳤다.

스마트폰에 설치해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스토어와 달리 GPT스토어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월 이용료 20달러를 내야 하는 것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챗봇에 대한 전반적인 열기가 식어 가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챗GPT 방문자 수는 지난해 4월 18억 명을 기록하고 같은 해 8월 14억 명까지 줄어들었다가 최근 소폭 오른 16억 명을 유지하고 있다. 챗GPT를 이용하는 대학생 이모 씨(23)는 “사실 과제 요약이나 이미지 생성 외에는 모두 앱스토어에 있는 서비스들이 많다”며 “굳이 20달러를 내고 챗봇을 이용해야 할 이유를 못 느낀다”고 말했다.

출시 당시 GPT스토어 입점을 고민했던 기업들도 계획을 미루거나 GPT스토어에 참여하지 않는 쪽으로 방향을 돌리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용자들이 얼마나 필요로 하고 이용자의 니즈에 얼마나 부응할 수 있느냐가 관건인데 GPT스토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효용이 낮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저작권 문제와 표절, 사칭 챗봇 등의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GPT스토어에는 디즈니, 픽사 애니메이션이나 영화, TV 프로그램 이미지를 올려놓고 비슷한 형태의 결과물을 만들어준다고 홍보하는 챗봇이 수십 개 올라와 있다. 또 AI가 표절한 것을 콘텐츠 감지기가 찾을 수 없도록 우회를 돕는 프로그램도 인기 순위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모두 불법이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초반에는 앱스토어처럼 GPT스토어가 생태계를 확장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많았는데, 요즘 개발자들 사이에서는 오픈AI가 GPT-5, 소라 등을 개발하느라 GPT스토어를 방치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남혜정 기자 namduck2@donga.com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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