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내 여성 이사, 2명 이상이어야 효과적

동아일보

입력 2024-03-18 03:00 수정 2024-03-18 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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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이사의 강점은
꼼꼼한 준비, 면밀한 의사결정
이사회 내 영향력 키우려면
여성 이사 비율 더 높아져야



전 세계적으로 기업 이사회 내 여성 이사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2023년 기준 영국 350대 상장사의 여성 이사 비율이 처음으로 40%를 넘었고, 미국 대기업의 여성 이사 비율도 30%에 육박한다. 그런데 이처럼 여성 이사 비율이 증가하는데도 불구하고 여성 이사들은 여전히 이사회 내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지 못하고, 의견 또한 쉽게 무시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연구 결과들은 이사회 내 여성 이사의 존재가 기업 운영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밝히고 있다. 여성 이사들은 과연 이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대(UC어바인) 연구진은 여성 이사의 역할을 분석하기 위해 프랑스, 영국, 미국 등에서 활동하는 현직 남녀 이사 약 50명을 상대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 결과, 일반적으로 여성 이사들의 경력과 업무 경험은 남성 이사들과 달랐다. 여성 이사들은 주로 마케팅, 서비스 관련 직무를 통해 성장한 반면 남성 이사들은 주로 기술, 혁신, 금융, 재무 등의 직무를 배경으로 성장했다. 이처럼 남성과 다른 경험을 가진 여성 이사들은 이사회에 다양한 의견을 개진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인터뷰 결과, 여성 이사들은 다양한 의견을 개진하는 역할을 하기보다 남성 이사보다 더 꼼꼼하게 이사회를 준비하는 특성을 나타냈다. 특히 다른 이사들이 체면 때문에 물어보기를 주저하는 질문들을 던지고, 다른 의견을 좀 더 경청함으로써 이사회가 더욱 면밀하게 의사결정을 내리도록 도와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이런 강점을 가진 여성 이사들이 이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은 제한적이었다. 많은 여성 이사들은 스스로가 이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임을 느끼지 못한다고 답했다. 자신의 의견이 종합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특정 분야에서만 제한적으로 인정받는다고 생각해 위축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사회에 2명 이상의 여성 이사가 있는 기업에선 이들이 다른 남성들과 동등한 전문가로 받아들여진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스로를 여성이라서 상징적으로 선임된 것이 아닌, 전문성을 인정받아 그 자리를 맡게 된 것으로 인식하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근 기업 내 여성 이사 비율이 높아지는 것은 기업에 긍정적인 변화라고 해석할 수 있다.

이 연구 결과는 여성 이사의 선임을 상징적인 행위로만 여기지 말고 기업의 의사결정 과정을 보다 효과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특히 최근 급변하는 시장 환경 속에서 이사회가 경영진에 대한 단순 거수기 혹은 견제자를 넘어서 기업의 전략적 방향을 결정하는 데 기여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한국 상장사의 여성 임원 비율은 5% 내외에 불과해 선진국에 비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국내 기업도 보다 면밀한 의사결정과 전략 수립을 위해 여성 이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용훈 텍사스A&M 경영대 교수 yglee@tamu.edu
정리=배미정 기자 soya111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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