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 대신 HMR·배달…외식업계, 국내 점유율 5년 만에 ‘최저

뉴스1

입력 2020-03-02 10:04 수정 2020-03-02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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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간편식(HMR)과 배달 문화 활성화로 국내 외식산업이 휘청거리고 있다. 3년 연속 내수와 해외 진출이 동반 하락한데 이어 국내 점유율까지 떨어졌다. 이같은 ‘삼중고’가 나타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국민 1인당 월평균 ‘외식 빈도’는 최근 5년 이래 최저치로 주저앉았다. 해외에 진출한 국내 외식기업과 매장 수는 전년 대비 각각 8.5%, 3.6%씩 감소했다. 국내 외식기업 브랜드는 지난해 126개 줄어 사상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외식 빈도 ‘최저치’ 찍었는데…간편식·배달 성장률은 ‘훨훨’

2일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발표한 ‘2019년 국내 외식트렌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월평균 외식 빈도 12.9회로 집계됐다. 최근 4년 사이 약 14% 줄어든 최저치다.

‘외식 빈도’는 외식산업의 국내 점유율을 나타내는 지표 중 하나다. 월평균 외식 빈도는 지난 2016년 15회로 정점을 찍은 뒤 Δ2017년 14.8회 Δ2018년 13.9회 Δ2019년 12.9회로 낮아졌다. 특히 연간 감소 폭은 2017년 1.3%에서 지난해 7.1%로 4년 사이 5.4배 이상 뛰었다.

반면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전체 외식비 중에서 ‘혼자 외식’이 차지하는 비중과 ‘배달 주문’은 3년 연속 높아졌다. 월평균 혼자 외식 비중은 2017년 14.7%에서 지난해 16.3%로 올랐다. 같은 기간 배달 주문은 외식과 음료 부문에서 13.3%, 100%씩 증가했다.

간편식과 배달산업의 성장세를 들여다보면 외식업의 ‘위기’는 더 명확해진다.

CJ제일제당은 ‘상온 간편식’ 햇반컵반, 비비고 국물요리, 비비고 죽 3대 브랜드로만 지난해 3450억원의 매출을 달성해 전년 대비 44.3% 성장했다. 2015년 매출이 190억원 수준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5년 사이 1715.7% 초고속 성장한 셈이다.

국내 간편죽 시장 1위인 동원F&B도 지난해 양반죽 단일 브랜드로 860억원의 매출을 올려 전년 대비 10.2% 증가했다. 아워홈 프리미엄 냉동도시락 브랜드 ‘온더고’는 지난해 7월 출시 이후 월평균 30%씩 가파르게 매출이 오르고 있다.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국내 1위 배달 애플리케이션 ‘배달의민족’도 2년 연속 90%대 매출 성장률을 기록하며 약진 중이다. 배달의민족은 연 매출은 2015년 495억원에서 2018년 3193억원으로 4년 만에 545% 성장했다. 영업이익은 2016년 흑자 전환한 뒤 2018년 546억원으로 무려 2284% 껑충 뛰었다.

물류IT 플랫폼 ‘바로고’도 연간 배달건수가 지난해 5692만건을 기록해 전년 3032만건보다 87.7% 급증했다. 배달 산업이 커지면서 파생산업인 배달대행도 호황을 맞은 셈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1인 가구의 증가하고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문화가 확산하면서 외식 트렌드도 ‘혼밥’, ‘홈쿡’, ‘편리미엄’ 등 간편식이나 배달주문 위주로 급변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1인 가구 비중이 향후 30년 안에 37%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을 고려하면 외식산업의 입지는 더 빠르게 좁아질 것”이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외식 트렌드 변화가 유래없이 가속화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적자 늪’ 빠진 외식업계, 31% “해외 매장 뺐다”…브랜드도 첫 감소세

위기의 타개책으로 여겨졌던 ‘해외 진출’이 제동이 걸린 점도 외식업계의 전망을 불투명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2010년대 초반 전 세계에 ‘K푸드’ 열풍이 불면서 외식기업들은 앞다퉈 해외로 나갔지만, 2017년을 기점으로 기세가 꺾였다. 급기야 지난해에는 외식기업 브랜드 수가 사상 처음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해외에 진출한 기업과 매장 수는 160개사 4319곳으로 집계됐다. 지난 2018년 (166개사·4721곳) 대비 각각 3.6%, 12.3% 빠진 수치다. 해외 진출 기업과 매장 수는 2017년 이후 3년째 감소 중이다.

지난해 해외 일부 매장을 철수한 기업은 160사 중 50개사(31.2%)에 달한다. 이 중 25개사는 해외 브랜드 사업을 완전히 접고 철수했다.

CJ푸드빌은 중국, 미국, 베트남 등 7개 국가에 진출시켰던 뚜레쥬르 380개 매장 중 36곳을 지난해 폐점했다. 중국에 출점했던 CJ푸드월드와 빕스는 아예 사업을 접었다. CJ제일제당도 미국과 중국에 진출시킨 ‘비비고 매장’ 21곳 중 8곳을 폐점했다.

MP그룹도 지난해 중국 미스터피자 매장 122곳 중 11곳을 폐점했다. 카페베네는 해외 매장 120곳 중 48곳(40%)을 대거 철수시켰다. 투썸플레스는 해외 매장 45곳 중 절반이 넘는 24곳을 폐점시켰다. ‘치킨 무쌈’으로 유명한 치킨커플은 해외매장의 91%에 달하는 393곳을 한꺼번에 철수했다.

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2013년 이후 지속적으로 해외 진출이 활성화 됐지만 2017년부터 추세가 감소하기 시작했다”며 “중국의 경우 2018년과 2019년 2년간 약 1000곳의 매장이 급감했다”고 분석했다.

외식기업들이 해외 사업을 줄이는 이유는 ‘국내 사업의 실적 부진’에 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해외 진출을 위해서는 본사의 자금력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내수 실적이 악화하면서 해외 사업을 유지할 여력이 사라졌다는 설명이다.

CJ푸드빌이 대표적이다. CJ푸드빌은 2015년 이후 꾸준히 영업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2017년 38억4700만원 수준이었던 영업손실액은 2018년 43억4000만원으로 적자폭이 12.8% 커졌다. 간편식 ‘비비고’를 앞세운 CJ제일제당이 전년 대비 56.3% 증가한 2797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점과 대비되는 지점이다.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외 외식사업이 전반적으로 부진한 것이 사실”이라며 “과거처럼 공격적인 확장보다는 수익성이 부진한 매장을 정리하고 남은 매장을 ‘특화 매장’으로 리뉴얼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이 업계 공통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결과적으로 국내 사업 실적이 부진했기 때문에 투자 여력이 줄었고, 비용이 많이 드는 해외 사업부터 줄이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며 “업계 전체가 특단의 대책을 찾는 시점”이라고 귀띔했다.

결국 2013년 2623개에서 2018년 4562개까지 두 배 가까이 늘었던 국내 외식기업 브랜드는 지난해 4436개로 줄면서 감소세에 접어들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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