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랍스터 급식, 손품 발품 좀 팔았죠”

비즈N

입력 2020-09-21 16:4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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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맛있게 밥 먹는 모습이 정말 예뻐 보이더라고요. 그게 좋아서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새로운 메뉴를 만들게 됐죠.”

색다른 학교 급식 메뉴로 유명해진 ‘스타 영양사’ 김민지 씨(30·여·사진)는 20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영양사로 지낸 7년의 소회를 묻자 이같이 답했다. 2013년 10월 대학을 졸업한 뒤 첫 직장으로 경기 파주중과 세경고의 급식 영양사가 됐고 지난달 31일자로 퇴사했다.

김 씨가 유명해진 이유는 랍스터버터구이, 대게찜, 키조개해물파에야 등 학교 급식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고급 메뉴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올라온 색다른 급식 메뉴 사진에 “진짜 학교 급식이 맞느냐”며 많은 이들이 관심을 보인 것이다.

김 씨는 “학교에 처음 왔을 때는 학생들의 급식에 관한 만족도가 낮은 편이었다”며 “인식을 바꿀 방법을 고민하면서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나온 메뉴가 탄두리치킨, 폭립치즈퐁뒤, 돈코쓰라면 등이다. 세계 음식 체험의 날 등의 테마에 맞춰 특식을 내놓았다. 당시 3800원이던 한 끼 급식비에 맞추기 위해 최대한 여러 시장을 돌아보거나 지역 농산물을 활용해 단가를 낮췄다.

그는 “랍스터를 내놓을 때면 씻어서 반으로 자르고 치즈도 올리는 등 작업에 손이 매우 많이 간다”면서도 “‘맛있고 감사하다’는 학생들의 인사 덕분에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학생 건강 증진을 위해 노력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6년에는 교육부장관표창도 받았다.

김 씨는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에는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메뉴를 식단에 올리기도 했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정신적 고통에서 해방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꽃’ 비빔밥과 ‘나비’ 문양을 넣은 백설기를 내놓은 것이다.

이랬던 김 씨가 퇴사를 결정한 것은 휴식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다. 그는 “잠시 쉰 뒤에 음식에 관련된 새로운 일을 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최근 많은 이들이 도전하는 유튜브 채널 운영에 관해서는 “예전부터 여러 곳에서 제안을 받았지만 말주변이 없어서 주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의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퇴사 소식을 올린 사진에는 ‘학생들이 많이 아쉬워할 것’ 등의 글이 줄을 잇고 있다. 김 씨는 “앞으로 음식을 통해 행복과 희망을 전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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