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동 꺼! 반칙운전]“빨간불인데 빵빵…한국인들 대체 왜그러죠?”
동아일보
입력 2013-01-02 03:00 수정 2013-01-02 09:17
서울-도쿄-파리 운전문화 비교체험 ‘극과 극’
《 글로벌 꼴찌. 우리의 교통문화
성적표입니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교통사고 사망률 1위의 나라입니다. 죽음을 부르는 난폭운전과 보행자를
배려하지 않는 천박한 운전문화의 결과입니다. 도로는 약육강식의 논리가 지배하는 정글이 돼 버렸습니다. 도로 위의 모두를
존중하고, 모두가 존중받는 교통문화 선진국을 동아일보와 채널A가 독자 여러분과 함께 만들어 갑니다. 》
지난해 12월 말 일본 도쿄(東京)와 프랑스 파리, 그리고 대한민국 서울에서 3명의 운전자가 운전대를 잡았다. 운전 문화 선진국과 한국을 비교 체험하기 위해서다. 다들 현지 운전 경험은 1년 미만이다. 옆자리엔 동아일보 기자가 앉았다.
12월 27일 오후 3시. 국내 한 대기업에서 영어 프로그램 관리자로 일하는 리드 코크번 씨(38)가 서울 서초구 남부터미널에서 강남역 쪽으로 운전하기 시작했다. 차로를 바꾸려고 왼쪽 방향지시등을 켰지만 10여 대가 지나가도록 한 대도 양보해 주지 않았다. 조금 위험했지만 일단 차 앞쪽을 들이민 후에야 성공했다. 그는 가까스로 차로를 변경하고는 이 정도 상황은 아무것도 아니라며 ‘꼬리물기’에 대해 불만을 쏟아 냈다.
“한국에서 꼬리물기가 교통 문제를 만들어 내는 주범이라고 들었어요. 너무 자주 보니까 ‘그러려니’ 하며 무감각해진 것 같아요. 캐나다에선 모든 사람이 경적을 울려 대며 ‘여기서 나가! 이 나쁜 놈아!’라고 소리 지를걸요.”
좌회전 대기 줄에 들어섰다. 앞의 차들이 간격을 좁혔는지 코크번 씨의 차와 앞차 사이에 3m가량의 간격이 생겼다. 그러자마자 뒤차에서 경적을 울렸다. “아직 빨간불인데, 왜 경적을 울리죠?” 코크번 씨가 진땀을 흘렸다.
“캐나다 사람들은 경적을 거의 울리지 않아요. 한국에선 습관적으로 울리는 것 같아요.”
신호 대기를 하고 있는 동안에도 여기저기서 경적이 들려왔다. 누가 누굴 향해 왜 경적을 울리는 건지 분간하기 힘들었다.
편도 3차로인 서초대로를 달리는데 끝 차로는 몇 m가 멀다 하고 주차된 차로 가득했다. 끝 차로를 달리던 차들이 불쑥불쑥 2차로로 들어왔다. 2차로의 능숙한 운전자들은 1차로로 살짝 피하거나 끼어들려는 3차로 차들을 무시하면서 달렸지만 코크번 씨의 차는 가다 서다를 반복해야 했다. 잘 나아가지 못하는 코크번 씨의 차가 답답했는지 뒤차가 전조등을 번쩍이더니 1차로를 통해 앞질러 갔다.
“꼬리물기와 도로 주정차 위반만 해결해도 운전하기가 훨씬 편할 것 같은데….” ‘겨울방학 특강’이라는 현수막을 단 노란색 승합차가 연이어 도로에 주차돼 있는 L어학원 앞을 지나며 코크번 씨가 말했다.
‘한국에서 운전하며 가장 무서웠던 적은 언제였느냐’라는 질문에 그는 “밤에 경기 고양시 일산신도시에 가려고 자유로를 달렸을 때”라고 답했다. 독일 아우토반을 달렸을 때처럼 ‘슝’ 하고 쏜살같이 내달리며 추월하는 차량이 한둘이 아니었다고 한다.
신호가 빨간불로 바뀌어 서울교대 사거리 교차로의 횡단보도 앞에 멈췄다. 횡단보도엔 사람과 차와 오토바이가 뒤엉켜 있었다. 그는 “이러니 길 건널 때도 조심해야 한다”라고 했다. 신호등처럼 기자 얼굴이 빨개졌다. 신호가 바뀌기도 전에 슬금슬금 차량 바퀴가 굴러가는 모습이 보였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지난해 12월 말 일본 도쿄(東京)와 프랑스 파리, 그리고 대한민국 서울에서 3명의 운전자가 운전대를 잡았다. 운전 문화 선진국과 한국을 비교 체험하기 위해서다. 다들 현지 운전 경험은 1년 미만이다. 옆자리엔 동아일보 기자가 앉았다.
12월 27일 오후 3시. 국내 한 대기업에서 영어 프로그램 관리자로 일하는 리드 코크번 씨(38)가 서울 서초구 남부터미널에서 강남역 쪽으로 운전하기 시작했다. 차로를 바꾸려고 왼쪽 방향지시등을 켰지만 10여 대가 지나가도록 한 대도 양보해 주지 않았다. 조금 위험했지만 일단 차 앞쪽을 들이민 후에야 성공했다. 그는 가까스로 차로를 변경하고는 이 정도 상황은 아무것도 아니라며 ‘꼬리물기’에 대해 불만을 쏟아 냈다.
“한국에서 꼬리물기가 교통 문제를 만들어 내는 주범이라고 들었어요. 너무 자주 보니까 ‘그러려니’ 하며 무감각해진 것 같아요. 캐나다에선 모든 사람이 경적을 울려 대며 ‘여기서 나가! 이 나쁜 놈아!’라고 소리 지를걸요.”
좌회전 대기 줄에 들어섰다. 앞의 차들이 간격을 좁혔는지 코크번 씨의 차와 앞차 사이에 3m가량의 간격이 생겼다. 그러자마자 뒤차에서 경적을 울렸다. “아직 빨간불인데, 왜 경적을 울리죠?” 코크번 씨가 진땀을 흘렸다.
“캐나다 사람들은 경적을 거의 울리지 않아요. 한국에선 습관적으로 울리는 것 같아요.”
신호 대기를 하고 있는 동안에도 여기저기서 경적이 들려왔다. 누가 누굴 향해 왜 경적을 울리는 건지 분간하기 힘들었다.
편도 3차로인 서초대로를 달리는데 끝 차로는 몇 m가 멀다 하고 주차된 차로 가득했다. 끝 차로를 달리던 차들이 불쑥불쑥 2차로로 들어왔다. 2차로의 능숙한 운전자들은 1차로로 살짝 피하거나 끼어들려는 3차로 차들을 무시하면서 달렸지만 코크번 씨의 차는 가다 서다를 반복해야 했다. 잘 나아가지 못하는 코크번 씨의 차가 답답했는지 뒤차가 전조등을 번쩍이더니 1차로를 통해 앞질러 갔다.
“꼬리물기와 도로 주정차 위반만 해결해도 운전하기가 훨씬 편할 것 같은데….” ‘겨울방학 특강’이라는 현수막을 단 노란색 승합차가 연이어 도로에 주차돼 있는 L어학원 앞을 지나며 코크번 씨가 말했다.
‘한국에서 운전하며 가장 무서웠던 적은 언제였느냐’라는 질문에 그는 “밤에 경기 고양시 일산신도시에 가려고 자유로를 달렸을 때”라고 답했다. 독일 아우토반을 달렸을 때처럼 ‘슝’ 하고 쏜살같이 내달리며 추월하는 차량이 한둘이 아니었다고 한다.
신호가 빨간불로 바뀌어 서울교대 사거리 교차로의 횡단보도 앞에 멈췄다. 횡단보도엔 사람과 차와 오토바이가 뒤엉켜 있었다. 그는 “이러니 길 건널 때도 조심해야 한다”라고 했다. 신호등처럼 기자 얼굴이 빨개졌다. 신호가 바뀌기도 전에 슬금슬금 차량 바퀴가 굴러가는 모습이 보였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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