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성능 세계 최고라면서도 토종 슈퍼컴 외면”
동아일보
입력 2013-12-18 03:00
中企 자체기술로 ‘천둥’ 개발한 이재진 서울대 교수
이재진 매니코어소프트 대표(서울대 컴퓨터공학과 교수)가 16일 연구실에서 슈퍼컴퓨터 ‘천둥’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다. 천둥은 지난해 열린 ‘슈퍼컴퓨팅 학술대회’에서 세계 슈퍼컴퓨터 가운데 계산속도 277위, 전력효율 32위를 기록하며 주목받았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국내 중소기업이 순수 토종기술로 만든 슈퍼컴퓨터가 성능과 가격경쟁력에서 세계적인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도 판로(販路)를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소기업이 만든 슈퍼컴퓨터를 믿을 수 있겠느냐는 분위기 때문이다.
지난해 2월 슈퍼컴퓨터 ‘천둥’을 개발한 매니코어소프트의 이재진 대표(서울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16일 인터뷰에서 “슈퍼컴퓨터는 역시 외국산을 써야 한다는 인식이 보이지 않는 진입장벽”이라며 답답해했다.
천둥의 탄생은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서로 다른 종류의 프로세서로 구성된 컴퓨터에 쓰이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었다. 소프트웨어의 성능을 시험하려면 슈퍼컴퓨터가 필요했다. 빠듯한 연구비에 수백억 원이 넘는 슈퍼컴퓨터를 사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렇다고 매번 빌려 쓰기도 쉽지 않았다.
이 교수 팀은 슈퍼컴퓨터를 직접 만들기로 했다. 설계부터 조립까지 모든 제작 과정에 자체 기술을 활용했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 일반 슈퍼컴퓨터와 달리 값비싼 중앙처리장치(CPU) 대신 게임용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여러 개 넣었다. GPU를 사용하면 발열이 심해 오류가 생기는 단점이 있는데 이를 보완하기 위해 물로 열을 식혀주는 방식을 고안했다. 그렇게 시제품이 탄생했다.
성능을 측정한 결과 놀랍게도 계산속도가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이 교수는 “우리 스스로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며 “규모를 키우면 세계적인 슈퍼컴퓨터와도 경쟁할 수 있을 것이라 보고 본격적으로 천둥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천둥은 지난해 11월 열린 ‘2012 슈퍼컴퓨팅 학술대회’에서 세계 슈퍼컴퓨터 종합 순위(계산속도 기준) ‘톱 500’에서 277위를 차지했다. 국내 슈퍼컴퓨터로는 기상청의 ‘해온’이 77위로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순수 국내 기술로 만든 슈퍼컴퓨터로 500위권에 진입한 것은 천둥이 처음이었다. 천둥의 계산속도는 106.8테라플롭스(초당 106조8000억 번 연산할 수 있는 속도)로, 규모를 3배로 늘리면 해온의 속도와 맞먹는다. 천둥은 전력효율을 따지는 ‘그린 500’에서는 32위에 올라 국내 슈퍼컴퓨터 가운데 최고였다.
이 대표는 “천둥은 다른 슈퍼컴퓨터에 비해 가격과 전력 소모량을 10분의 1로 줄이고도 비슷한 성능을 낼 수 있다”며 “값싼 부품을 구하기 위해 궁여지책으로 짜낸 아이디어가 오히려 성능은 높이고 값은 낮추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천둥을 상용화하기 위해 지난해 매니코어소프트를 창업했다. 슈퍼컴퓨터 활용 범위가 점차 넓어지고 있어 외국산 슈퍼컴퓨터와 경쟁하더라도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설립한 지 1년이 다 되지만 매니코어소프트의 납품 실적은 단 한 건에 그쳤다. 천둥의 규모를 14분의 1로 줄인 슈퍼컴퓨터를 국내 한 연구소에 납품한 것이 전부다.
이 대표는 “정정당당하게 기술로 겨뤄보고 싶은데 국내 시장에서는 덮어놓고 외국산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심하다”며 한숨을 쉬었다. “슈퍼컴퓨터는 정보기술(IT) 산업을 선도하는 원천기술입니다. 이런 분위기가 계속된다면 가뜩이나 걸음마 단계인 한국의 슈퍼컴퓨터 경쟁력은 더욱 뒤처질 수밖에 없습니다.”
김호경 기자 whalefisher@donga.com
이재진 매니코어소프트 대표(서울대 컴퓨터공학과 교수)가 16일 연구실에서 슈퍼컴퓨터 ‘천둥’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다. 천둥은 지난해 열린 ‘슈퍼컴퓨팅 학술대회’에서 세계 슈퍼컴퓨터 가운데 계산속도 277위, 전력효율 32위를 기록하며 주목받았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지난해 2월 슈퍼컴퓨터 ‘천둥’을 개발한 매니코어소프트의 이재진 대표(서울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16일 인터뷰에서 “슈퍼컴퓨터는 역시 외국산을 써야 한다는 인식이 보이지 않는 진입장벽”이라며 답답해했다.
천둥의 탄생은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서로 다른 종류의 프로세서로 구성된 컴퓨터에 쓰이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었다. 소프트웨어의 성능을 시험하려면 슈퍼컴퓨터가 필요했다. 빠듯한 연구비에 수백억 원이 넘는 슈퍼컴퓨터를 사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렇다고 매번 빌려 쓰기도 쉽지 않았다.
이 교수 팀은 슈퍼컴퓨터를 직접 만들기로 했다. 설계부터 조립까지 모든 제작 과정에 자체 기술을 활용했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 일반 슈퍼컴퓨터와 달리 값비싼 중앙처리장치(CPU) 대신 게임용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여러 개 넣었다. GPU를 사용하면 발열이 심해 오류가 생기는 단점이 있는데 이를 보완하기 위해 물로 열을 식혀주는 방식을 고안했다. 그렇게 시제품이 탄생했다.
성능을 측정한 결과 놀랍게도 계산속도가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이 교수는 “우리 스스로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며 “규모를 키우면 세계적인 슈퍼컴퓨터와도 경쟁할 수 있을 것이라 보고 본격적으로 천둥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천둥은 지난해 11월 열린 ‘2012 슈퍼컴퓨팅 학술대회’에서 세계 슈퍼컴퓨터 종합 순위(계산속도 기준) ‘톱 500’에서 277위를 차지했다. 국내 슈퍼컴퓨터로는 기상청의 ‘해온’이 77위로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순수 국내 기술로 만든 슈퍼컴퓨터로 500위권에 진입한 것은 천둥이 처음이었다. 천둥의 계산속도는 106.8테라플롭스(초당 106조8000억 번 연산할 수 있는 속도)로, 규모를 3배로 늘리면 해온의 속도와 맞먹는다. 천둥은 전력효율을 따지는 ‘그린 500’에서는 32위에 올라 국내 슈퍼컴퓨터 가운데 최고였다.
이 대표는 “천둥은 다른 슈퍼컴퓨터에 비해 가격과 전력 소모량을 10분의 1로 줄이고도 비슷한 성능을 낼 수 있다”며 “값싼 부품을 구하기 위해 궁여지책으로 짜낸 아이디어가 오히려 성능은 높이고 값은 낮추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천둥을 상용화하기 위해 지난해 매니코어소프트를 창업했다. 슈퍼컴퓨터 활용 범위가 점차 넓어지고 있어 외국산 슈퍼컴퓨터와 경쟁하더라도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설립한 지 1년이 다 되지만 매니코어소프트의 납품 실적은 단 한 건에 그쳤다. 천둥의 규모를 14분의 1로 줄인 슈퍼컴퓨터를 국내 한 연구소에 납품한 것이 전부다.
이 대표는 “정정당당하게 기술로 겨뤄보고 싶은데 국내 시장에서는 덮어놓고 외국산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심하다”며 한숨을 쉬었다. “슈퍼컴퓨터는 정보기술(IT) 산업을 선도하는 원천기술입니다. 이런 분위기가 계속된다면 가뜩이나 걸음마 단계인 한국의 슈퍼컴퓨터 경쟁력은 더욱 뒤처질 수밖에 없습니다.”
김호경 기자 whalefish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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