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물가 떨어뜨리는 병행수입… 초콜릿-감자칩 등 식품까지 확산

동아일보

입력 2014-01-06 03:00 수정 2014-01-0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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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소비자가 유통구조 전환
스위스 토블론 초콜릿 24% 싸게… 스낵 프링글스 가격은 37% 저렴


새해 첫 주말을 맞은 4일, 1년차 주부 손지민 씨(31)는 장을 보러 대형마트를 찾았다가 반가운 제품을 발견했다. 스위스 수입품으로 평소 손 씨가 즐겨 먹는 토블론 초콜릿이었다. 기존의 기다란 막대기(바) 형태가 아닌 낱개로 포장된 제품이었다. 겉모양보다 반가웠던 건 저렴한 가격. 바 형태 제품은 100g짜리가 2500원이었는데, 새 제품은 200g에 3800원이었다. 종전보다 24% 싼 가격에 손 씨는 5봉지를 구매했다.

손 씨가 산 토블론 초콜릿은 이마트가 병행수입을 통해 들여온 제품이다. 병행수입은 국내 독점 판매권을 가진 공식 수업업체가 아닌 다른 유통업체가 외국 수출 도매상 등과 계약해 들여온 상품으로 기존 제품보다 가격이 싼 게 장점이다. 의류와 잡화 가격을 떨어뜨리며 소비자들의 큰 관심을 끌었던 병행수입이 식품으로까지 확산되며 장바구니 물가를 잡는 데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 식품으로 확산된 병행수입 열풍

이마트가 토블론 초콜릿을 병행수입해 판매한 건 지난해 12월 27일부터다. 판매 시작 후 1주일을 갓 넘겼는데 반응이 폭발적이다. 병행수입 이전까지 하루 평균 550개 정도 팔리던 토블론 초콜릿은 병행수입으로 처음 들여온 200g 포장의 ‘토블론 밀크 미니’가 하루에 600개씩 팔리는 데 힘입어 현재 판매량이 하루 1000개로 늘었다.

병행수입으로 가격이 내려간 대표적인 식품은 프링글스 감자칩이다. 독점 수입업체인 한국프링글스를 통해 들여오는 110g 제품은 대형마트에서 2720원, 편의점에서는 3300원에 판매된다. 이마트는 병행수입으로 161g 제품을 3020원에 내놓았다. 기존 대형마트 제품보다 24%, 편의점 제품보다는 37%가량 저렴해진 것이다. 그동안 식품에 대한 병행수입은 다른 제품에 비해 적었다. 수입 허가를 받으려면 제조성분표, 영양성분표, 제조공정도 등이 있어야 하는데 이 서류를 제조회사로부터 얻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선근 이마트 가공소싱팀장은 “소비자들의 요구에 따라 현재 수입 가격이 지나치게 비싼 식품을 중심으로 병행수입 활로를 뚫고 있다. 식품 병행수입은 점차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 병행수입 확대로 유통 구조 전환

병행수입 규모는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마트는 2009년 7월부터 병행수입을 시작했다. 2010년 40억 원이었던 수입 규모는 2013년 600억 원으로 15배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상품 종류도 10여 개에서 500여 개로 늘었다. 2010년 잡화가 80%를 차지했던 제품별 비중은 지난해 의류 37%, 잡화 47%, 가공·생활용품 16%로 다양해졌다. 롯데마트도 2010년 45억 원이던 병행수입 제품 판매 금액이 지난해 200억 원으로 증가했다.

정부도 병행수입을 늘리기 위해 노력 중이다. 정부는 올해 주요 경제정책 방향 중 하나로 ‘병행수입 활성화를 통한 물가 안정’을 꼽았다. 올해 3월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관계 부처와 기관들은 병행수입 허가 기준을 완화하고 수입업체를 늘리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여준상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인터넷을 통해 외국 제품의 가격을 실시간으로 알아보는 ‘똑똑한 소비자’가 늘면서 유통업체들이 병행수입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가격을 낮추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며 “병행수입 확산으로 유통의 구조 자체가 획기적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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