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고령가구 늘며 ‘언택트 효도’ 시장 커져
정서영 기자
입력 2024-11-04 17:10 수정 2024-11-04 17:16
대교 제공
경기 고양시에 거주하는 임모 씨(65)는 얼마 전부터 시니어용 교원 구몬 학습지를 신청해 1주일에 20분 씩 영어와 한자 과목을 학습하고 있다. 임 씨는 “나이가 들면서 누군가와 정기적으로 만나 소통할 기회가 줄었는데 학습지 선생님이 1주일에 한번씩 집으로 와서 공부도 도와주고 말동무가 되어줘서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자녀들이 독립하며 심리적 공백을 느끼는 부모를 위해 자녀가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부모를 돌볼 수 있는 ‘언택트(비접촉) 효도’ 서비스 상품이 하나둘 생기고 있다. 임 씨의 학습지를 신청한 사람도 아들 김모 씨(33)다. 김 씨는 “2년 전 결혼하면서 독립해 어머니를 자주 찾아뵙지 못하고 있다”며 “건강 때문에 외출을 자주 못하시는 어머니가 말벗이라도 삼으실 수 있도록 고령자 전용 학습지를 신청했다”고 말했다. 임 씨가 구독하고 있는 방문 학습지 월 수강료는 6~7만 원 수준이다. 교원그룹 관계자는 “방문 선생님이 학습관리와 정서적 관리까지 가능한 게 시니어 학습지의 특징”이라며 “치매 예방 목적으로 신청하는 수요가 많다보니 대화를 통해 이를 예방하는 정서적 안정 효과도 신경쓰고 있다”고 말했다.
언택트 효도 상품은 학습지를 넘어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관리하는 상품군으로 확산되고 있다. 대교그룹은 주 1회 20분 씩 전문가가 고령층 가정을 방문해 인지 능력 점검과 개인 퍼스널 트레이닝(PT)을 진행하는 돌봄 상품을 운영 중이다. 대교그룹 관계자는 “인지 강화와 함께 안부 확인 등 어르신들의 전반적인 정서 관리를 목적으로 한다”고 말했다.
언택트 효도 서비스는 빠르게 진행된 고령화와 핵가족화에 따른 독거 노인 가구 증가로 국내에서 조금씩 확대되고 있다. 4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1인 가구에서 70대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8.6%였는데 2040년에는 32.5%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1인 가구 10명 중 3명이 70대 이상 노인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시니어를 위한 건강식을 배달하는 서비스도 인기를 끌고 있는 언택트 효도 상품 중 하나다. 현대그린푸드는 지난 9월 고령층을 대상으로 일반식보다 부드러운 케어푸드를 정기 배송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현대그린푸드 관계자는 “상품 구매 고객 중 40%가량이 고령층 부모를 둔 40, 50대 자녀들”이라고 설명했다.
멀리 떨어진 부모의 주거 환경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도 주목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자녀가 부모님 가정의 전자기기를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는 ‘AI 패밀리 케어 서비스’를 선보였다. 해당 케어 서비스에는 평소 사용자(부모)의 활동 패턴을 분석해 이상 징후 발견 시 자녀에게 즉각 알림을 보내는 서비스도 포함됐다.
시니어 인구를 위한 원격 돌봄 서비스 시장은 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그랜드뷰리서치는 지난해 110억 달러 수준이었던 글로벌 원격 돌봄 서비스 시장 규모가 올해부터 연평균 16.5% 씩 성장해 2030년엔 322억 달러 규모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현재 시니어들은 과거와 달리 핵가족으로 인한 고립감에 노출되기 쉽다”며 “15년 전부터 고령 사회에 진입한 일본처럼 국내에서도 ‘고립된 시니어’를 정신적·신체적으로 돌볼 수 있는 원격 서비스가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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