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S급 천재’ 강조했는데…이재용 시대 “인재 부족”
뉴시스(신문)
입력 2024-11-28 12:52 수정 2024-11-28 12:52
삼성전자, 내년 사장단 인사…시니어 중용
승현준 등 외부 최우수 인재 속속 이탈
“인력풀 부족 방증…조직문화 개선 필요”
“200∼300년 전에는 10만∼20만명이 군주와 왕족을 먹여살렸지만 21세기는 탁월한 한 명의 천재가 10만∼20만명의 직원을 먹여살리는 인재 경영의 시대, 지적 창조의 시대다.”(이건희 삼성 선대회장)
삼성전자가 2025년 사장단 인사를 단행한 가운데 올드맨들의 부활을 놓고 재계에서는 삼성의 인재 부족 현상을 단적으로 보여줬다는 목소리가 들린다.
특히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은 한 명의 천재가 수십만명을 먹여 살린다며 ‘S급 인재’ 발굴에 공을 들였지만 이재용 회장 들어 우수 인재들의 이탈이 잦아지는 현상을 두고 근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날 사장단 인사를 통해 올드맨들을 대거 중용했다.
지난 5월 반도체 사업 구원투수로 돌아온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 부회장은 대표이사를 새롭게 맡았고, 메모리사업부장, SAIT(옛 삼성종합기술원)원장까지 겸직한다.
삼성전자 대표이사 겸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 생활가전(DA)사업부장을 동시에 맡은 한종희 부회장도 신설된 품질혁신위원회 위원장까지 맡는다.
퇴임 인사를 다시 불러들이기도 했다. 지난해 말 인사를 통해 현직에서 물러났던 이원진 상담역은 1년만에 디바이스경험(DX)부문 글로벌마케팅실장 사장으로 선임됐다.
삼성전자는 “불확실한 대내외 경영환경 극복과 새 도약을 위해 경영 역량이 입증된 베테랑 사장에게 신사업 발굴 과제를 부여하는 등 쇄신 인사를 단행했다”며 “글로벌 리더십과 우수한 경영역량을 갖춘 시니어 사장들에게 브랜드·소비자경험 혁신 등의 도전과제를 부여해 회사의 중장기 가치 제고에 주력하게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기존 임원의 역할 확대와 퇴임 임원의 소환은 결국 삼성전자 내 인재 풀이 그만큼 적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한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과거 이건희 회장 때의 65세 룰이 지켜지지 않고 올드맨들이 계속 귀환한다는 건 그만큼 조직 내 인물이 적다는 얘기”라며 “교체할 수 있는 인력풀이 적다는 걸 단적으로 보여준 셈이다”고 말했다.
지난 2022년 삼성의 가전 사업을 이끌었던 이재승 생활가전사업부장 사장이 돌연 사의한 후 해당 빈자리가 채워지지 않은 채 한 부회장이 겸직하고 있는 것도 부족한 인재풀의 연장선이라는 지적이다.
최근 수 년 동안 삼성전자에서 ‘S급 인재’로 손꼽히던 이들이 속속 회사를 떠난 사례도 주목할 대목이다.
이재용 회장이 영입한 1호 인재로 잘 알려진 세바스찬 승(승현준) 삼성리서치 글로벌 연구·개발(R&D) 담당 사장은 지난해 삼성전자를 퇴사했다. 뇌 신경공학 기반 인공지능(AI) 분야의 최고 석학으로 꼽혔던 승 전 사장은 퇴사 후 미국 프린스턴대로 복귀했다.
아울러 삼성전자의 외국인 임원 1호인 데이빗 스틸, 최연소 임원 타이틀을 달았던 인도 출신 천재 과학자 프라나브 비스트리, ‘빅스비’ 개발을 주도했던 래리 헥, AI로보틱스 분야 권위자인 다니엘 리 등도 이미 삼성전자를 떠났다.
삼성전자 반도체 우수 인력들이 SK하이닉스 등 국내 경쟁업체뿐 아니라 엔비디아나 마이크론 등 해외 기업들로 대거 빠져나가고 있다는 우려도 지난 수 년간 지속되고 있다.
삼성 안팎에서는 단기 성과에 연연하는 경직된 조직문화가 지금의 위기를 초래했다는 분석도 들린다.
실제 전영현 부회장은 DS부문 복귀 후 “직급과 직책에 관계없이 안 되는 것은 안 된다고 인정하고 도전할 것은 도전하며 투명하게 드러내 소통하는 반도체 고유의 치열한 토론 문화를 재건해야 한다”고 조직문화 쇄신을 주문하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기술력을 가진 ‘톱클래스’ 인재들이 많아야 삼성전자가 발전할텐데 지금의 삼성에는 그런 인재들이 보이지 않는다”며 “핵심 인재들이 계속 회사를 빠져나가는 것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 파악과 개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서울=뉴시스]
승현준 등 외부 최우수 인재 속속 이탈
“인력풀 부족 방증…조직문화 개선 필요”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25일 별세했다. 향년 78세. 이건희 회장은 1942년 1월9일 대구에서 고 호암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셋째 아들로 태어나 이병철 회장이 타계한 이후 1987년 12월 삼성그룹 회장 자리에 올랐다. 이후 반도체 사업 등을 잇달아 성공시키며 글로벌 무대에선 다소 뒤처지던 삼성전자를 명실상부한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키워냈다. 사진은 2011년 선진제품 비교전시회 참관 사진. (사진=삼성전자 제공). 2020.10.25. photo@newsis.com
“200∼300년 전에는 10만∼20만명이 군주와 왕족을 먹여살렸지만 21세기는 탁월한 한 명의 천재가 10만∼20만명의 직원을 먹여살리는 인재 경영의 시대, 지적 창조의 시대다.”(이건희 삼성 선대회장)
삼성전자가 2025년 사장단 인사를 단행한 가운데 올드맨들의 부활을 놓고 재계에서는 삼성의 인재 부족 현상을 단적으로 보여줬다는 목소리가 들린다.
특히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은 한 명의 천재가 수십만명을 먹여 살린다며 ‘S급 인재’ 발굴에 공을 들였지만 이재용 회장 들어 우수 인재들의 이탈이 잦아지는 현상을 두고 근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날 사장단 인사를 통해 올드맨들을 대거 중용했다.
지난 5월 반도체 사업 구원투수로 돌아온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 부회장은 대표이사를 새롭게 맡았고, 메모리사업부장, SAIT(옛 삼성종합기술원)원장까지 겸직한다.
삼성전자 대표이사 겸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 생활가전(DA)사업부장을 동시에 맡은 한종희 부회장도 신설된 품질혁신위원회 위원장까지 맡는다.
퇴임 인사를 다시 불러들이기도 했다. 지난해 말 인사를 통해 현직에서 물러났던 이원진 상담역은 1년만에 디바이스경험(DX)부문 글로벌마케팅실장 사장으로 선임됐다.
삼성전자는 “불확실한 대내외 경영환경 극복과 새 도약을 위해 경영 역량이 입증된 베테랑 사장에게 신사업 발굴 과제를 부여하는 등 쇄신 인사를 단행했다”며 “글로벌 리더십과 우수한 경영역량을 갖춘 시니어 사장들에게 브랜드·소비자경험 혁신 등의 도전과제를 부여해 회사의 중장기 가치 제고에 주력하게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기존 임원의 역할 확대와 퇴임 임원의 소환은 결국 삼성전자 내 인재 풀이 그만큼 적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한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과거 이건희 회장 때의 65세 룰이 지켜지지 않고 올드맨들이 계속 귀환한다는 건 그만큼 조직 내 인물이 적다는 얘기”라며 “교체할 수 있는 인력풀이 적다는 걸 단적으로 보여준 셈이다”고 말했다.
지난 2022년 삼성의 가전 사업을 이끌었던 이재승 생활가전사업부장 사장이 돌연 사의한 후 해당 빈자리가 채워지지 않은 채 한 부회장이 겸직하고 있는 것도 부족한 인재풀의 연장선이라는 지적이다.
최근 수 년 동안 삼성전자에서 ‘S급 인재’로 손꼽히던 이들이 속속 회사를 떠난 사례도 주목할 대목이다.
이재용 회장이 영입한 1호 인재로 잘 알려진 세바스찬 승(승현준) 삼성리서치 글로벌 연구·개발(R&D) 담당 사장은 지난해 삼성전자를 퇴사했다. 뇌 신경공학 기반 인공지능(AI) 분야의 최고 석학으로 꼽혔던 승 전 사장은 퇴사 후 미국 프린스턴대로 복귀했다.
아울러 삼성전자의 외국인 임원 1호인 데이빗 스틸, 최연소 임원 타이틀을 달았던 인도 출신 천재 과학자 프라나브 비스트리, ‘빅스비’ 개발을 주도했던 래리 헥, AI로보틱스 분야 권위자인 다니엘 리 등도 이미 삼성전자를 떠났다.
삼성전자 반도체 우수 인력들이 SK하이닉스 등 국내 경쟁업체뿐 아니라 엔비디아나 마이크론 등 해외 기업들로 대거 빠져나가고 있다는 우려도 지난 수 년간 지속되고 있다.
삼성 안팎에서는 단기 성과에 연연하는 경직된 조직문화가 지금의 위기를 초래했다는 분석도 들린다.
실제 전영현 부회장은 DS부문 복귀 후 “직급과 직책에 관계없이 안 되는 것은 안 된다고 인정하고 도전할 것은 도전하며 투명하게 드러내 소통하는 반도체 고유의 치열한 토론 문화를 재건해야 한다”고 조직문화 쇄신을 주문하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기술력을 가진 ‘톱클래스’ 인재들이 많아야 삼성전자가 발전할텐데 지금의 삼성에는 그런 인재들이 보이지 않는다”며 “핵심 인재들이 계속 회사를 빠져나가는 것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 파악과 개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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