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학력·전문직·부자, 치매 걸릴 확률 낮다… 왜?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입력 2024-11-04 14:02 수정 2024-11-04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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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교육 수준, 직업, 부 같은 사회경제적 요인이 노년기의 인지 장애나 치매 위험 또는 인지 장애에서 회복할 가능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1일(현지시각) 발표한 연구를 주도한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의 학자들은 잉글랜드에서 2008/09년부터 2018/19년까지 10년 동안 50세 이상의 성인 8442명을 추적하여 연구 시작 시점의 사회경제적 요인이 인지 상태 변화와 어떻게 관련되어 있는지를 조사했다.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의 과학정보 매체 유레크얼러트(eurekalert)의 보도에 따르면 연구진은 이들이 건강, 경미한 인지 장애, 치매와 같은 다양한 상태를 오가는 과정을 추적했다. 또한 경도 인지장애 상태에서 건강한 상태로 개선되는 반전 가능성도 고려했다.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의사의 진단서, 인지 테스트 등 여러 가지 자료를 종합하여 분석하고 나이, 성별, 결혼 여부와 같은 인구통계학적 요인도 고려했다. 연구진은 사회경제적으로 더 유리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 특히 고등 교육(대학 또는 전문대학 졸업 이상), 관리직 또는 전문직, 상위 3분의1에 속하는 부유한 사람들은 중등교육 이하, 육체노동 또는 일반적인 직업, 사회경제적으로 가장 취약한 하위 3분의1에 속하는 사람들에 비해 건강한 인지 상태에서 경미한 인지장애로 혹은 경미한 인지장애에서 치매로 진행될 확률이 낮다는 것을 알아냈다.

예를 들어, 고등교육의 수준이 높을수록 건강한 인지 상태에서 경도 인지장애로 넘어갈 위험이 43%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전체 인구의 상위 3분의 1에 속하는 부유층은 경도 인지장애에서 치매로 이행할 확률이 26% 낮았다.

특히,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할 사람들에 비해 부유한 사람들은 경도 인지장애에서 회복해 건강한 인지 상태로 돌아갈 확률이 56%, 고등교육 수준이 높거나 육체노동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81%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책임저자인 도리나 카다르 박사(UCL 행동과학·보건학과 연구원 겸 브라이튼 앤 서섹스 의과대학 부교수)는 “우리 연구는 경도 인지장애에서 치매로 이행할 위험을 줄이는 것뿐만 아니라 인지장애를 건강한 인지상태로 되돌릴 가능성을 높이는 데 있어 부, 교육, 직업의 중요한 역할을 강조한다”라고 말했다.

이 연구는 특정 사회경제적 요인이 인지 건강에 미치는 정확한 이유를 설명하지는 못한다. 다만 연구자들은 이 같은 결과가 나온 몇 가지 이유가 있다고 믿는다.

제1저자인 UCL 역학·건강관리 박사과정 학생 아스와티쿠티 기레시는 “교육 수준이 높고, 지적으로 까다로운 직업이 더 많은 정신적 자극을 제공하고 인지장애와 치매로부터 개인을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되는 더 강력한 뇌 예비력을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또한, 교육수준이 높고 지적으로 도전적인 직업, 그리고 부유한 사람들이 건강관리 와 영양가 있는 식단, 운동과 예방치료 같은 인지 건강을 지원할 수 있는 의료·건강 증진 자원에 더 잘 접근할 수 있다”며 “이러한 자원은 특히 인지장애가 조기에 발견될 경우 인지 기능을 안정화하거나 개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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