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 쓰나미’ 시대, ‘회춘 시장’에 수조 원 몰린다
최지원 기자
입력 2024-10-29 17:13 수정 2024-10-29 17:15
게티이미지.
세계적으로 100세 인구가 급증하는 이른바 ‘실버 쓰나미’ 시대가 다가오며, 항노화 시장이 본격적으로 개화할 전망이다. 미국 실리콘밸리 ‘큰손’들이 거액을 투자하며 업계에서는 ‘회춘이 돈이 되는 시대’라는 말이 나온다.
29일 과학계에 따르면 매년 약 200만 달러(약 27억 원)를 회춘에 투자하고 있는 미국의 억만장자 브라이언 존슨 OS펀드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자신의 혈장 1L를 빼내 자신의 아버지에게 수혈하는 혈장교환술을 받았다고 공개했다. 존슨 CEO는 자신의 X(옛 트위터)에 혈장 사진을 게시하며 “액체 상태의 금”이라고 표현했다. 나이에 따라 혈장에 있는 여러 단백질 구성이 달라지기 때문에 일부 과학자들은 젊은 사람의 혈장을 수혈하면 노화를 되돌릴 수 있다고 보고 있지만 아직 사람에게서 임상적인 증거가 나온 바는 없다.
●회춘하면 돈 주는 경연대회
고령화 시계가 빨라지며 이제는 노화 속도를 늦추는 ‘슬로 에이징’에서 회춘을 가능케 하는 역노화 연구로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존슨의 말처럼 회춘이 금이 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최근에는 각종 ‘불로장생’ 연구에 상금을 수여하는 연구 대회까지 열리고 있다. 그간 우주, 탄소 중립 등 다양한 연구 주제에 상금을 내걸었던 비영리단체 엑스프라이즈는 올해 6월 우수한 역노화 연구를 선발하는 ‘엑스프라이즈 헬스스팬’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노화로 인한 근육, 인지능력, 면역 등을 20년 젊은 상태로 되돌리면 8100만 달러(약 1121억 원), 15년 되돌리면 7100만 달러(약 983억 원), 10년이면 6100만 달러(약 845억 원)를 수여한다.
유전자로 생체 나이를 측정하는 ‘노화 시계’의 정확도를 높이는 연구에도 1억 원대의 상금이 걸려 있다. 노화 시계는 스티브 호버스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교수가 처음으로 제안한 개념으로, 노화 시계로 측정한 나이가 실제 나이보다 많은 경우 사망 위험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며 학계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비영리단체 ‘바이오마커 오브 에이징 컨소시엄’이 주최하는 ‘노화 바이오마커 챌린지’는 500명의 건강 정보를 바탕으로 신체 나이, 사망 예상 연령, 건강 수명을 가장 정확하게 예측하는 연구팀에 각각 3만 달러(약 4151만 원), 7만 달러, 10만 달러의 상금을 수여할 예정이다.
●실리콘밸리 자본, 노화로 향한다
미국 실리콘밸리 일대 자금도 노화 시장에 빠르게 흡수되고 있다. 구글 공동 창업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설립한 ‘칼리코’는 건강 수명 연장을 목표로 비밀리에 세포 리프로그래밍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세포 리프로그래밍은 특정 단백질을 이용해 노화세포를 줄기세포로 되돌린 뒤, 젊은 세포로 재탄생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이다. 글로벌 제약사 애브비도 칼리코와 연구개발(R&D) 협력을 진행한 바 있다.
호바스 교수가 창업한 알토스 랩스는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 IT 사업가 유리 밀너 등으로부터 30억 달러(약 4조1400억 원)를 투자 받아 세포 리프로그래밍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오픈AI의 창업자 샘 올트먼도 같은 기술을 개발 중인 레트로 바이오사이언스에 1억8000만 달러(약 2500억 원)를 투자했다.
시장조사기관 인사이트 에이스어낼리틱스는 항노화 치료제 시장이 2031년 24억7000만 달러(약 3조4100억 원)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에서는 ANL바이오, 메디스팬, 하플사이언스 등이 노화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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