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의 마켓뷰]항공·해운산업, 경기 사이클 전망 엇나가는 이유

최고운 한국투자증권수석연구원

입력 2024-05-07 03:00 수정 2024-05-0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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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운 한국투자증권수석연구원

항공이나 해운 등 운송 산업에서 경기 사이클에 따른 예측이 틀리는 경우가 늘고 있다. 경기보다 산업의 패턴 변화나 공급 변수의 중요도가 높아지면서 새로운 관점에서 업종 전망을 해야 하는 시기가 도래했다.

항공 산업에선 빠르게 팬데믹의 흔적이 사라지고 있다. 가장 타격을 많이 받은 저비용항공사(LCC)는 지난해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냈다. 이러한 흐름은 올해에도 이어지고 있다.

항공 산업이 호황을 누리는 것을 경기 사이클을 통해 분석할 수는 없다. 국내 항공 산업은 해외와는 다르게 국내선이나 비즈니스 수요가 낮은 대신 해외여행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최근 환율 급등이나 금리 여건만 고려하면 해외여행이 급증하는 것과 국내 항공 산업이 호조세를 보이는 것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최근 해외여행 고객들은 경기보다는 해외여행을 편하게 도와주는 기술 개발 및 미디어 발전에 더 영향을 받고 있다. 직접 참여하고, 체험하는 경험적 소비에 더 가치를 부여하는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도 해외여행이 증가하는 원인으로 꼽힌다.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생필품 소비에만 집중하는 시절은 지나갔다. 경제성 측면에서도 내수 물가의 상승을 고려하면 일본과 동남아 여행이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다.

통상 수요가 급증하면 공급 경쟁이 이뤄져서 호황 사이클이 금세 꺾이곤 한다. 하지만 당분간 항공 업계에서 공급 경쟁이 발발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항공기 제작사의 문제로 신규 항공기 도입이 늦춰지고 있기 때문이다. 에어버스와 보잉 등 항공기 제작사들은 팬데믹 당시 실시했던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인해 지금까지도 생산 능력이 회복되지 않고 있다. 항공사들은 신규 항공기를 받기 위해서 몇 년을 기다려야 한다. 이 같은 점들을 고려할 때 당분간 항공 관련 업체들의 실적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경기 민감 업종으로 분류되는 해운 산업도 공급 변수로 인해 경기 사이클 전망이 빗나가고 있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갈등이 커지면서 공급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예멘의 후티 반군이 민간 선박을 공격하면서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수에즈 운하가 막혔다.

탈(脫)탄소 등 글로벌 친환경 에너지 전환 움직임 역시 해운 산업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기존에 운항하던 선박을 모두 바꿔야 하는 상황이 수년 내에 도래할 수도 있다. 선사들이나 조선소, 각국 정부는 2050년을 해운 탄소 중립 시기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산업의 판도를 바꾸는 작업을 진행하다 보면 예상치 못했던 일들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해운 업종에서 경기 사이클 논리로 설명하기 어려운 운임료 등락 등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과거의 투자 패턴으로 항공 산업이나 해운 산업을 평가하고 예측하는 게 편하겠지만, 상황이 바뀐 만큼 새로운 관점에서 투자 전망을 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 항공이나 해운 등의 운송 업종이 과거와는 다르게 역동적인 시장으로 변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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